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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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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뱉는 말이 언어인가, 칼날인가
작성자 문** 작성일 2021-05-07 조회수 284

 

 

내가 뱉는 말이 언어인가, 칼날인가

 

 

 

Hate speech, 직역하면 혐오 표현이다. 혐오 표현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문제 삼아 차별과 혐오의 발언들을 내뱉는 것을 의미한다. 혐오 표현들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나아가 평등해야 할 21세기에서 인종, 나이, 장애의 유무, 성별 등으로 우열을 가르기까지 한다. 이렇게 혐오 표현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여기저기서 혐오 표현의 심각성에 대해 말이 나오지만, 혐오 표현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표현들은 꽤 오랫동안 우리의 말에 섞이며 익숙한 언어가 되어 우리의 언어에 고착되었기 때문이다. 익숙하기에 이 언어가 가진 칼날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변에 어떤 혐오 표현들이 있는지 그 혐오 표현이 가진 칼날이 얼마나 날카로운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한다,

 

<매체에서 혐오 표현>

우리는 현재 매체와 떼려면 뗄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만큼 매체에 많이 노출되어있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을 듣고 본다. 그만큼 매체의 힘은 강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매체는 혐오 표현을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혐오 표현이 있었고, 이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함께 알아보자.

 

2017년 강하늘, 박서준 주연의 영화 <청년 경찰> 기억하는가. 이 작품은 경찰대생 두 명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의 영화로, 관객 수 565만 명에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던 작품이다. 이렇게 흥행한 영화지만 얼마 가지 않아 혐오 표현 논란에 휩싸였다. 바로 영화 내에서 한국 내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거주지역(통칭 차이나타운)을 범죄가 발발하는 우범지대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는 논란으로 끝나지 않고, 차이나타운 거주자들이 <청년 경찰> 제작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영화 속 표현을 대상으로 고소까지 진행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매체가 가진 힘과 혐오 표현이 가진 심각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매체는 무언가를 어느 한 이미지로 고착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동일한 이미지가 쌓이고 쌓이면, 사람들에게 어느덧 이것은 이러한 이미지가 있구나.’, ‘이것이 진실이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그것이 가령 편견과 거짓으로 똘똘 뭉친 혐오 표현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렇게 혐오 표현으로 생긴 좋지 않은 이미지는 그들에 대한 차별과 또 다른 혐오 표현들(ex. 짱개, 조선족 짱개 등.)을 낳는다.

 

이러한 혐오 표현은 앞에서 본 사례인 <청년 경찰>과 같은 창작물에서만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다. 신문, 뉴스, 라디오 뉴스와 같은 공명정대 해야 할 언론 기관에서도 혐오 표현을 볼 수 있다. 바로 장애를 빗대 기사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습은 기사의 헤드 라인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엉성한 내각에서 시작이 되었다는 말을 절름발이 내각이라고 표현하거나, 시청이 말하지 못할 고민에 빠졌다고 해서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다고 표현하는 등, 장애와 관련된 표현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굳이 장애인에 대한 표현을 써야지 이 말이 전달되는 것도 아니고, 분명 대체할 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이를 쓰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며,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의 혐오 표현>

혐오 표현은 매체만의 문제인 걸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매체를 통해 혐오 표현이 널리 전달되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오로지 매체에서만 흘러나왔다고 말할 수 없다, 서론에 말했듯이 혐오 표현은 우리의 언어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지만 쉽게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해가 잘되지 않을 것 같아 갑 씨의 하루 일상을 같이 읽어 보며 일상 속 혐오 표현이 무엇이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갑 씨는 눈을 뜨면 신문을 본다. 신문에서는 국내 배구 리그에서 외국인 배구 선수를 영입했다며, 기사 헤드 라인에 ‘A팀 흑진주 영입이라는 문장을 내걸고 있었다. 신문을 다 읽은 갑 씨의 직업은 간호사로, 자신의 직장인 병원으로 출근했다. 사람들은 갑 씨에게 청일점 왔냐며 인사했다.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갑 씨의 직장 동료는 갑 씨에게 오늘은 짱개가 어떠냐며 물었고, 갑 씨는 좋다고 대답했다. 갑 씨는 밥을 먹으러 중화 식당에 갔고, 그곳에서는 축구 경기가 나오고 있었다. 한 외국 선수가 골을 넣은 후 세리머니로 두 손으로 눈을 찢는 행위를 하였고, 식당에 있던 대다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갑 씨 역시 눈살을 한번 찌푸리고는 밥을 먹었다. 갑 씨가 밥을 먹고 식당을 나서려는데 계산대 쪽에서 갑자기 커다란 고함이 들렸다.

빨리 바른대로 말 못 해? 네가 훔쳤잖아.”

저 아니라고요.”

어머, 소리 지르는 것 봐. 부모가 없으니 가정 교육을 제대로 받았을 리가 없지.”

갑 씨는 그들의 언쟁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다. 남 말하기 좋아하는 한 직장 동료가 다가와 갑 씨에게 갑 씨가 보지 못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풀어내었다. 알고 보니 주인이 실수로 오만 원 두 장을 땅에 떨어트린 것, 괜히 아르바이트생을 잡았다는 이야기였다.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왔고 갑 씨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만남을 위해 술집으로 향했다. 갑 씨와 그의 친구들은 술자리 게임을 진행하였고, 어이없는 실수를 해 게임에서 진 친구에게 병X 샷, 병X 샷이라고 하며 술을 권하였다. 그렇게 친구들과 신나게 놀던 남자는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잘 가고 있던 택시가 갑자기 끼익하고 멈추어 섰다. 갑 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김 여사인 것 같은데, 운전도 제대로 못 하면서 야밤에 운전대를 잡았데.”

집에 도착한 갑 씨는 택시에 내려 집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갑 씨의 하루를 보니 어떤 감정이 들었는가. 그냥 평범한 일상인가. 아니면 매우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이 들었는가. 흑진주, 짱개, 눈 찢는 행위 등 인종 차별적인 혐오 표현, 고아에 대한 혐오 표현, 청일점, 김 여사 등 성차별적인 혐오 표현, 병X 샷과 같은 장애를 희화화한 혐오 표현 등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너무 극단적인 것이 아니냐며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당장 밖에 나가 친구를 만나도 쉽게 보고 들을 수 있을 법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우리의 삶에 혐오 표현은 너무 깊숙이 박혀있다. 아마 지금 이것을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당신의 옆에서 누군가가 혐오 표현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 이미 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눈치를 챘을 수도 있다. 이것이 혐오 표현이 가진 익숙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익숙함을 떨쳐내고 혐오 표현과 멀어질 수 있을까? 방법은 생각보다 간편하다. 바로 프로 불편러가 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말과 멀어지고, 그 말을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아 보자. 또한, 주변 사람들이 하는 혐오 표현 대신 다른 대체 단어를 권유해보자. 그렇게 하루하루 실천하다 보면 언젠간 혐오 표현과 멀어지고, 바른 표현과는 한층 가까워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47기 정기자 이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