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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대학교의 공적 역할과 혁신
작성자 허영란 교수 작성일 2023-09-08 조회수 141

  사회의 변화 속도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다. 2007년 등장한 스마트폰이 고작 15년 만에 삶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일일이 예를 드는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모든 영역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상상 속의 이야기 같던 AI는 이미 산업 영역에까지 들어와 있고, 다가 올 변화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금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연구와 교육을 핵심 역할로 삼고 있는 대학의 고민도 깊을 수 밖에 없다. 

  과학의 발전과 기술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은 론 일차적 과제이다. 하지만 과학과 공학, 기술 역시 궁극적으로 는 인간의 삶으로 환류되고, 그것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과 함께 심각한 폐해를 감당하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인류의 숙명이다.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 물질생활이 풍요로워졌지만, 개개인이 느끼는 소외와 고독, 고립과 외로움,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타인에 대한 혐오문화 또한 극도로 심해진 것이 그런 현실을 말해준다. 취업률이 대학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대학의 연구와 교육이 더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도 커졌다. 하지만 정말 취업만이 유일한 가치이자 목표라면 대학을 없애고 대신 취업 대비 학원으로 대체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대학이라는 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대학이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 공공성이란, 물질적 이윤이나 즉각적인 효용성을 추구하다 보면 도외시하기 쉽지만, 인간다운 삶과 공동체의 지속을 위해서는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가치’를 가리킨다. 그래서 대학은 다원적인 역량 교육을 모색하고, 당장 돈이 되지는 않더라도 의미 있는 연구를 지원하며, 대학의 도서관은 독서실이나 북카페와 차별화된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다. 

  급격한 사회 변화와 학령인구 급감으로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의 대학에 공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한가하게 들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육성하고 현실의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것은 건강한 인간 사회를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하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상호 소통 속에 살다가 언젠가는 생을 마감하는 존재이다. 그런 존재론적 본질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유한한 일생을 품위 있고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자신을 탐색하고 역량을 키우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독립된 개인으로 성장하고 사회에 진출해서 건실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 청년은 물론이고, 기성세대 또한 급변하는 사회에서 자기 성찰과 새로운 역량 강화, 인생 후반기를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철학적 성숙이 필요해졌다. 대학은 그런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의무가 있다. 울산의 유일한 종합대학인 울산대학교는 글로컬 대학혁신을 위한 구조 개혁을 모색하고 있다. 대학 구성원 모두가 변화의 압박에 시달리는 지금이야말로, 그 근간이 되어야 할 원칙과 가치, 방향성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울산대학은 학생과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의 것인 동시에 지역사회, 나아가 전체 공동체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