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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낭만을 존중하며
작성자 송** 작성일 2022-06-09 조회수 205

‘어쩔티비’, ‘킹받는다’··· 최근 각종 SNS에서 자주 접한 단어일 것이다.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고 있는 ‘밈’이다. 밈(meme)이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탄생한 단어로, 재미있는 말이나 행동을 온라인상에서 패러디한 콘텐츠를 말한다. 우리 대학교 커뮤니티에서도 밈을 사용한 재치 있는 글을 볼 수 있다. “중간고사 킹받네, 일주일 전 치타 가보자고”와 같이 유행하는 밈 없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현재 우리는 재미만 추구하는 유행을 쫓고 있다.

 

기자도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밈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오히려 밈은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로 상대방의 공감대를 형성해 대화의 텐션을 높여준다. 그러나 웃음만을 추구하는 농담조의 대화는 우리의 감성을 메마르게 한다.

 

몇 년 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감성충’, ‘진지충’과 같은 단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감성충’은 ‘자신이 느낀 감성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사람’, ‘진지충’은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벌레 충(蟲)’자를 붙여 희화화하는 단어다. 덧붙여 진지한 이야기가 괜히 부끄럽게 느껴질 때 ‘오글거린다’는 표현도 위의 단어들과 함께 쓰인다.

 

진지함을 거부하는 단어가 생겨나면서 자연스레 우리의 머릿속엔 감수성은 창피한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기자는 평소 감성적인 것들을 좋아한다. 소설을 즐겨 읽고, 인상 깊은 구절을 기억해 글이나 대화에 활용하기 좋아한다. 기자는 때때로 좋아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장난스레 뱉은 ‘감성충’이라는 말에 기자는 더 이상 책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사실 그 을 듣기 전까지 대화의 흐름을 맞추기 위해 되레 맞장구도 쳐가며 가볍게 넘겼다. 그러나 직접 지적 아닌 지적을 듣고 나니 점차 표현의 폭은 좁아져만 갔고, 기자의 감성은 벽장 신세가 돼버렸다. 누군가에게 나를 보여주는 게 꺼려진 것이다.

 

도대체 감성이 뭐길래 조롱을 해가며 이토록 거부감을 느끼는가? 우리가 보고 들으며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감성일 뿐이다.

 

나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이 ‘감성충’, ‘진지충’이라면 기자는 기꺼이 그를 자처하겠다. 김이나 작사가는 “남들을 의식하다 보면 스스로 자신을 밋밋하게 깎아내리게 된다. 그때 

깎여 나가는 것들은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가지고 있는 무언가이고, 다른 데서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모두의 낭만이 깎이지 않고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송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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