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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회 문수문예] 시 당선 <사라지는 오후>
작성자 이** 작성일 2021-12-03 조회수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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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오후                                                    

                                        황세빈 

 

손목은 온 힘을 다해 오후를 끌어안았다

소리 없는 발자국처럼 스며나가는 해의 잔상을

나는 그저 끌어안았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그럴 것이다

어둠에 그을린 발자국으로 나는 문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사라짐이여,

안을수록 너는 한낮의 눈덩이가 되어

곁을 떠날 것을 알면서도

 

손가락이 하는 일을 손목은 도울 뿐

어떠한 가정법도 지워지는 오후를 탓하지 않는다

 

삶은 언제나 더딜 뿐이다

팔은 서로 모여 나를 품게 되는 일,

무너지는 나의 왼 팔을 받치는 것은 결국 네 손목이 아님을

알면서도

 

나는 그저,

사라지는 오후를 가득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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