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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수기 공모전] 대상 <내가 늦었다고? 내가 제일 빠르던데?>
작성자 이** 작성일 2021-09-06 조회수 214

<내가 늦었다고? 내가 제일 빠르던데?> 

 

최민창(피이노·18)

 

이런 말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이다.' 아니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는 이미 기회를 다 놓치고 지나갔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유명 방송인 박명수씨는 TV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너무 늦었다. 그러니 지금 시작해라.' 이 수기는 모두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 음악을 시작하여,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가려고 노력중인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음악을 사랑했다. 내가 직접 음악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연주회를 즐겼다. 하지만, 큰 형이 체육을 하다가 30살이 되도록 자리를 못 잡는 탓에 부모님은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셨다. 당연히 어린 나는 내가 음악을 하고싶다는 꿈을 접고, 성공하여서 돈 걱정 없이 취미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2017년, 나는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던 고등학생이었다. 반에서 성적도 좋았고, 나이가 많은 두 형들이 자리를 잡지 못해 부모님의 기대는 당연히 나에게 쏠렸었다. 하지만, 큰 사고로 인해 나는 몇 주 동안 걷지 못해 병상에서 지내야 했고, 퇴원 이후에도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당연히 성적은 떨어졌고, 고2라는 중요한 시기에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나를 피아니스트 '랑랑'의 연주로 이끌었다. 그 때, 나는 생각했다. '한 순간에 죽을지 모르는 목숨인데, 하고싶은 것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것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맞는 것일까?


문득 머리를 스친 이 생각은 내 인생을 바꾸었다. 방황 속에서 삶을 포기했던 내게 삶에 대한 의욕을 불어넣어 주었다. 나는 그 길로 부모님께 음악을 공부하고 싶다 말했다. 부모님은 이제 와서 무슨 음악이냐, 다른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공부한 애들인데, 대학은 갈 수 있겠느냐고 하셨다. 하지만, 입학금만 내 주시면,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고, 알바도 해서 학교를 다닐 테니, 음악을 공부하게 해 달라고 한 나의 말에 확신을 가지시고 인정해 주셨다. 그렇게 나는 음악을 시작했고, 많은 선생님들이 나를 반대했으며, 모두가 재수는 불가피 하다 생각했지만 당당히 수시에 현역으로 합격했다.


그렇게 2018년, 처음 들어온 학교에서 처음으로 받은 실기 성적은 20명 중 10등이었다. 당연한, 아니 오히려 과분한 결과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워 온 아이들의 옆에 서서 달려간다는 것은 말이 안되었다. 하지만, 그 조차도 좋았다. 낙제만 아니면 되었다. 학교를 다니고 내가 원하는 것을 배울 수만 있다면 뭐든 좋았다. 그 결과, 실기 성적은 비록 10등이었지만, 학업 성적은 1등을 달성했다. 그 때, 나는 처음으로 노력의 맛을 보았다. 묵묵히 할 것을 하였더니 그에 따른 보상이 확실히 따라왔다. 이 때부터 용기를 얻어 외국 캠프, 콩쿠르, 연주회 등 모든 대외활동을 닥치는 대로 참여했다. 능력 닿는 부분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어떻게든 비용을 마련하여 참여했다. 학과 수업이 마치고, 연습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새벽 4시에 잠들고, 다음날 아침 8시에 레슨이 있어도 행복했다.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 나는 다른 학생들이 귀찮다고,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기 싫다고 거부하는 일들을 모두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켜달라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어느덧 3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만난 교수님과의 이별을 맞았다. 나에겐 너무나도 고맙고 소중한, 음악인생에서의 아버지와도 같은 분을 잃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편입을 해서 따라갈까, 휴학을 할까, 지금이라도 입시를 다시 쳐 따라갈까 엄청난 고민들이 내 삶을 다시 망가트렸다. 그 때, 교수님은 내게 말했다. 어서 공부를 끝내고, 사제 지간이 아닌 함께 활동하는 동료로서 자주 보면 된다고 말이다. 그 말은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 그 길로 나는 인생 계획을 제대로 세웠다. 내가 하려는 일에 학위는 필수적이나 다름없기에 박사 학위를 따내기 까지 그 과정을 정리하였다. 물론,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지만, 그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졸업수기 일러 변환.jpg


'늦었다고? 그럼 남들보다 배로 뛰어'


계획을 세우고 나니 목표가 뚜렷해 져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그 결과, 3학년 2학기에 나는 처음으로 실기 성적이 올랐다. 내 성적표에 찍힌 '실기 VI / A0' 그 한 줄은 나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 열심히 학업을 이어온 것에 보답을 받듯이 교수님과의 상담에서 학/석사 연계 과정에 대한 제의를 받았다. 이 과정은 학부 생활과 대학원 생활을 1학기씩 줄여 총 1년을 줄일 수 있는 기회였다. 학위를 위해, 그리고 더 많은 배움을 갖기 위해 대학원을 필수로 진학해야 했던 나에겐 너무나도 좋은 제도였다. 그렇게 나는 연계 과정을 등록하고 마지막 학기에 들어섰다. 마지막 학기는 대학원 과정을 함께 진행해야 했기에 지옥과도 같았고, 학회장 업무와 각종 연주, 연주회 사회에 학교 홍보와 관련된 일들을 하며 잠잘 시간도 부족했지만 이 또한 행복하게 느껴졌다.


나는 20대 초반 내가 하는 것에 확신이 없이 그저 '좋아서' 라는 이유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늦게 시작하여 차별 받고,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학생들을 위해, 더 나아가 그들의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사를 차리는 것이 목표이다. 늦게 시작한 나를 차별하지 않고,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이끌어준 교수님과 같은 사람이 되려고 이전보다 더 노력 중이다. 늦었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늦었으니까 지금이라도 해야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게 된 나는 결국 동기들 중 가장 먼저 졸업을 하게 되었고, 앞으로 군대를 다녀와도 남들과 같거나, 빠른 선상에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나의 대학생활은 나에게 음악만을 가르치지 않았다. 언제든지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마인드와 노력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주었다. 늦게 시작했다면 더 빠르게, 더 오랫동안 그것을 하면 된다. 재능이 없어도 괜찮다. 좋아한다는 것은 노력을 이끌어 내는 재능을 뛰어넘는 재산이다. 도전하고 노력하면 여러분 모두가 변화된 삶과 밝은 미래를 가지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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