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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칼럼]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가는 것
작성자 이** 작성일 2021-09-06 조회수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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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반 동안 기자에게 있어 울산대신문은 대학 생활의 큰 부분이었다. 나라를 운영하는 정부가 있으면 그것을 지켜보고 비판하는 언론이 있듯이 울산대학교에는 ‘울산대신문’이 있다. 대학신문 기자로서 신문에 직접 글을 쓸 수 있어 늘 자부심과 설렘을 갖고 일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편집국장 자리에 앉았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은 자부심과 설렘이 아니라 근심과 걱정이었다.

 

“울산대신문? 학보사? 그게 뭐야?” 주변 사람들에게 편집국장이 됐다고 말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기사 주제 선정부터 취재, 여러 차례의 글 수정, 심지어 생전 처음 만져보는 인디자인, 포토샵을 다루면서 밤새도록 일했다. 학우들에게 알 권리와 알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어떨 때는 매몰찬 인터뷰 거절까지 당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읽어주고 공감하고 함께 비판하는 학우들이 없으니 신문을 만드는 보람이 없다는 허탈한 생각을 넘어 조만간 우리 신문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까지 느꼈다.

 

이러한 무관심은 종이신문을 읽지 않는 시대의 흐름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언론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종이신문보단 방송 뉴스나 인터넷 기사로 방향을 틀고 있다.

 

코로나 확산에 따라 몇몇 건물은 출입을 통제하고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니 학교에 나와 신문을 읽을 학우들이 줄어들었다는 것도 가장 큰 문제다. 기자 또한 코로나 학번이라 불리는 20학번으로서 신문사에 출근하는 날이 아니면 학교 갈 일이 없다. 건물 출입 통제로 신문 인쇄를 포기하고 온라인으로만 신문을 낸 적도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무관심이 외부적인 문제라면 내부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그것은 인력난이다. 비대면 수업으로 타지역 학우들이 신문사에 출근하기 힘들어 자취하거나 학교 주변에 살아야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어려움은 1차원적인 문제이다. 더 깊숙한 곳을 파고들면 ‘사회적 문제’와 마주한다.

 

요즘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필수 코스가 됐다. 대학 입학을 목표로 생활기록부를 채우기 위해 진로에 맞는 동아리나 활동을 해야 했던 고등학교 시절처럼 취업을 목표로 공모전, 대외활동을 하기 위해 학우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치열하게 살아간다. 어디 그뿐인가. 학점 관리, 면접 준비, 자격증 따기는 취업 준비 필수 요소가 됐다. 솔직히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학보사 활동이 스펙이 될까? 아니다. 물론 언론이나 방송으로 진로를 정한 학우들에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반 기업을 목표로 하는 학우들에게 해야 할 일이 많은 신문사 활동은 불가능한 것이다.

 

취업을 위해 복수전공을 해야 해서, 자격증을 따야 해서, 대외활동을 해야 해서 신문사를 나간 기자들을 많이 봐왔다. 수습기자, 정기자를 거쳐 편집국장이나 부장이 될 수 있는데, 대부분 취업 준비를 이유로 그만두니 현재로선 편집국장 말곤 도움 없이 기사를 쓸 수 있는 인력이 없다. 기사 주제를 선정할 때나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인터뷰할 때에도 “이걸 수습기자들에게 모두 맡길 순 없는데”하며 적정선에서 타협했던 적이 많았다. 해야 할 일의 양은 그대로인데 턱없이 부족한 인원으로 신문을 채워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근심과 걱정으로 잠 못 이룬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매 학기 새로 유입되는 수습기자가 있어도 기존에 있던 정기자, 부장 기자가 사라지니 그 부담은 오롯이 편집국장인 기자에게로 쏟아진다.

 

그런데도 학생 기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열정은 아깝지 않다. 물론 기자도 언젠가 신문사를 떠나게 되겠지만, ‘울산대신문’은 학우들의 알 권리 지킴이로서, 또 열심히 일하는 학생 기자들의 요람이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울산대신문은 울산대학교 역사를 면면히 써 내려 나갈 것이다.

 

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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