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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화폐
작성자 이** 작성일 2021-06-02 조회수 270

안녕, 뜨거운 감자 - 경제학 장두석 교수

 

전통적으로 화폐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다고 본다. 교환의 기능, 가치 저장의 기능, 그리고 가치 척도의 기능 등이 그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기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조개 껍데기와 같은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보통은 좀 더 익숙한 화폐는 상품화폐로서 금, 은 등으로 만든 주화를 의미한다.

 

정부는 이 주화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서 딱히 노력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금, 은 등은 이미 그 자체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화가 현대 동전의 조상이 된다.

 

다른 화폐도 있다. 유럽의 전당포 등에서는 금이나 은을 보유하고 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보관증을 발행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금이나 은을 유통시키는 것보다 이 보관증 자체를 유통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차피 누구든지 그 보관증을 갖고 그 전당포를 찾아가면 금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법정화폐라 부르는 화폐의 조상이다. 본질적으로 이 화폐의 가치는 그것을 다른 상품으로 교환해 준다는 계약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탄 밀튼 프리드먼은 돈의 본질에 대해 그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은 예제를 제시했다. 태평양의 어떤 섬에는 집에 있는 크고 동그란 돌로 화폐를 갈음했다. 거래가 있을 때 그 돌의 소유권을 표시하는 글귀를 돌에 적음으로써 거래를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집에 큰 돌이 있고 그런 돌들에 이름이 많이 적혀 있다면 이 집은 그 마을의 큰 부자가 된다.

 

어느 날 어떤 부자가 큰 돌을 배로 옮기다가 바다에 빠뜨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 돌을 바다에서 꺼내려 했지만 너무 무거워 집으로 가져올 수 없었다. 그 부자는 그 돌이 실제로 바다 밑에 존재함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증언했고, 마을에서는 (아무도 보지 못한) 바닷속의 큰 돌을 그 부자의 소유로 인정했다.

 

어차피 돌 자체를 직접 움직여 거래에 사용하는 것도 아니니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두가 믿으면 되는 문제였다. 따라서 그 부자는 여전히 전처럼 바닷속에 있는 돌을 근거로 부유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실은 이것이 현대 화폐의 본질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가치의 본질은 무엇일까? 새로운 기술일까? 익명성일까? 비트코인은 모두가 인정하는 화폐가 될까? 우선 정부가 책임지는 비트코인이 만들어지면 그 순간 비트코인은 익명성에 기초로 한 기존의 비트코인과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를 것이다.

 

정부가 유통과 가치를 보증하는 대신 익명성이 사라진다는 뜻임으로 본질은 신용카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만약 정부의 보증과는 무관한 지금과 같은 비트코인이 화폐가 된다는 뜻은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으며 신뢰할 수 있는 전혀 다른 경제권이 출현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현재와 같은 금융 시스템을 넘어선 새로운 시스템의 출현이다. 이것은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자산의 가격이 급격히 변동하는 시기에는 무엇 하나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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