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 울산대미디어
본문바로가기
ender

울산대신문

울산대신문

[안다미로] 지금은 버텨야 할 때
작성자 이** 작성일 2021-06-02 조회수 116

'지금 운동장에서 술 먹는 사람들 뭐냐?’ 

 

밤마다 학교 커뮤니티에는 운동장에서 술을 마시는 학우들에 대한 글이 올라온다. 소음에 못 이겨 기숙사생과 인근 자취방에 사는 학우들이 경찰에 신고해도 운동장 목격담은 끊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솔직히 이런 일은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끔 조용히 담소를 나누다 가면 그만이다. 물론 음주는 교내 어디든 금지돼 있지만 밤에 뻥 뚫린 곳에서 과제에 지친 학우들과 한숨 돌리면서 마시는 술은 대학 생활의 낭만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일들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유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때문이다.

 

지난달 우리 지역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사적 모임 금지와 더불어 가게 영업시간 또한 밤 9시로 제한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가정이 있는 30·40대라면 모를까 20대 대학생은 갈 곳이 없다. 수업은 대부분 비대면이고 동아리방은 봉쇄한 지 오래돼 학우들과 소통할 공간이 없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 안 되는 공부를 밖에서 해보려 해도 도서관 사용은 일부 제한된 상태이다. 넘치는 힘을 덜어내고 코로나 시국에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려 해도 운동장은 물론이요, 아산스포츠센터는 운영을 안 한 지 오래다.

 

기자가 이러한 열악한 상황을 언급하는 것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어기는 것에 대한 변명이나 궤변이 아니다. 코로나 때문에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고통받을 학우들이 대학 생활의 낭만을 얻을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혈기왕성한 우리에게 있어 집에 앉아 공부나 취업 준비만 하라는 것은 분명 억울한 일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고려해 달라는 뜻은 아니다. 지금 당장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자유롭게 배회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방역 수칙을 어긴 학우들에게 우리가 전해야 할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 시국에 운동장에서 술 먹고 노는 것은 죄악이라며 비난만 던지는 것은 명쾌한 해답이 아니다. 무작정 억압하고 금지하면 오히려 숨어서 한다고, 시선을 피해 또 다른 곳을 전전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들이 왜 집에 가지 않고 방역 수칙을 어겨 가면서까지 교내 음주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고, 힘든 현실 때문에 그러하다면 진심으로 보듬어야 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비판도 좋지만 20대 대학생의 고초에 귀 기울인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이나경 기자

 

<저작권자 ⓒ 울산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