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수기 공모전] 금상 <마지막 단추> | |||||
작성자 | 이** | 작성일 | 2021-04-01 | 조회수 | 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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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단추>
김선경(전기전자공학·15)
흔히 시작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첫 단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게 되면 그 후의 일도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 수기는 이미 1학년에 1점대의 학점을 기록하며 첫 단추를 제대로 잘못 끼워버린 나의 이야기이다.
바야흐로 2015년, 호기롭게 울산대학교에 입학한 나는 시작부터 여러 난관을 마주했다, 나름 고등학교 시절 수학에 재능이 있다고 자부하며 공대에 왔건만 전공 공부가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그에 반해 친구들과 노는 것은 너무 재미있었고 저녁에 술자리를 가지지 않으면 하루가 허전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낸 후 나는 ‘경악스러운 성적’을 마주하게 되었고 충격에 휩싸인 나머지 군대로 도피를 택했다.
극적인 변화를 예상한 나와 달리 전역 후의 학교생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전공 공부는 어려웠고 목표가 부재한 공부를 하자니 쉽게 포기하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펼쳐 놓고서도 무엇을 위해 이걸 공부하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하면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고, 결국 가방을 챙겨 집으로 가는 악순환이 반복 되었다. 이 시기에 서툴게 그려나간 삶의 방향은 어느 순간부터 빠른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만화가의 꿈을 이루고자 취미로 그리던 만화를 매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투고했었고, 작곡에 빠졌을 때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음악 장비에 쏟아붓고 방에 틀어박혀 건반만 두드리게 되었다. 자연히 전공 공부는 손도 대지 않았으며 부모님과 친구들이 내비치는 우려 속에서 그에 반항하듯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아버렸다.
하지만 뭇 사람들의 빛나는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고 나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매번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지원했던 작곡 공모전에서 수없이 탈락한 후에야 정답인 줄만 알았던 내 가치관과 인생의 방향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 많은 혼란이 왔다.
모두가 첫 단추를 잘 끼울 수는 없다.
하지만 마지막 단추는 다르다.
다시 철저하게 망가진 성적표를 받아든 채로 3학년이 되었다. 그 시기에 ‘진로 탐색 세미나’ 과목을 수강하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취업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왔음을 체감하였다. 취업한 선배님들이 가진 스펙에 비하면 나는 아직 아무것도 해 놓은 것이 없었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한 그 날 이후로 나는 공기업을 목표로 삼고 목표를 이루는 공부를 하자고 다짐했다. 우선 성취에 목마른 나를 위해서 작은 목표부터 설정하여 이루기 위해 노력하였다. 처음엔 도서관에 들어가기만 해도 숨이 막혔지만 목표를 정하고 나니 성취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공부하는 것이 점점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난 후 나는 전체 평점을 어느 정도 올리는 데에 성공하였다. 더불어 교내 캡스톤디자인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대학 생활 중 처음으로 성취라는 열매를 맛볼 수 있었다. 방학이 되면 어학 성적이나 자격증 등의 작은 성과들을 이루며 어렵게 얻은 ‘성취감’을 지속해서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기사 자격증 공부와 병행하여 전공 공부도 놓치지 않았다. 그 결과 4학년 전체 평점에서 만점을 획득하였고, 생각지도 못한 성적우수 장학금까지 받을 수 있었다.
목표가 생긴 후로 학교생활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잦은 술자리보다 자기개발의 가치에 더 집중하였고,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학교 홈페이지의 학사공지사항을 자주 훑어보며 나에게 도움이 될 여러 교과 · 비교과 프로그램을 탐색하였다. 그 과정에서 교내 영어몰입캠프, 교수학습개발원 스터디와 Tech angel 활동을 하며 부족한 교과목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었다. 또한 교내 취업동아리에 가입하여 나와 비슷한 목표를 가진 여러 학생과 교류하였고, 강사님들과의 진로 상담을 진행하며 취업 시장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학기에는 울산대학교 장기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인턴 생활을 6개월간 수행하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산업체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나의 20대 초반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가장 절실히 체감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여러 번 고꾸라질 때마다 자괴감과 슬픔에 그쳐 나 자신을 실패자로 정의하지는 않았으며,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이 부족하였는가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곱씹으며 발견한 것은 밝은 미래를 꿈꾸면서도 현재의 삶을 방치한 채 지냈던 안일한 나의 모습이었다.
얼마 전까지 나는 오직 부와 명예만이 성공의 척도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모질던 20대 초반에서 배운 것은, 근본적인 부족함과 불편함의 해소는 현재의 내 삶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내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며, 그것이 곧 성공의 기준이고 행복한 삶이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도전하는 삶의 가치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조차 하지 않는 삶은 더 무가치한 삶이라는 생각은 변치 않았지만, 도전을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 충분한 준비가 더해져야 하고 그 모든 것은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이뤄진다는 사실을 일련의 과정을 통해 머리에 새기게 되었다.
소중한 20대의 절반을 담금질하여 만든 나의 가치관과 태도는 앞으로 내가 어떠한 직업을 가지고 직무를 수행하면서 기본에 충실한 자세로, 열의를 가지고 임하게 해 줄 것이라 자부할 수 있다. 물론 학점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우수한 학점은 취업이나 진학에 있어서 훨씬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스펙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수기에서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대학 생활 동안 처음 몇 단추를 잘 끼우는 것에 실패하며 내가 너무 먼 길을 돌아서 왔음을 인정하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많은 것을 해냈다고 느끼는 와중에 이 수기를 읽는 사람이 나의 대학 생활을 배울 점 혹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가 첫 단추를 잘 끼울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깨닫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며, 작은 성취부터 이루는 습관은 마지막 단추를 올바른 곳에 끼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부디 울산대학교의 모든 학생이 대학 생활이라는 값진 시간을 잘 활용하여 취업이라는 마지막 단추를 잘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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