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수기 공모전] 금상 <모두의 시작점은 공평합니다> | |||||
작성자 | 이** | 작성일 | 2021-04-01 | 조회수 | 1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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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시작점은 공평합니다>
김도영(국어국문학·16)
막연한 마음가짐으로 얻고자 한 것들이 많다. 청춘도 사랑도 열정도 대학생이 되며 당연히 주어지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해를 더하며 억울했다. 무심히 떠나가는 청춘과 한순간 식어버리는 사랑, 자리를 잃어가는 열정에 미련이 남아서. 현재 나에게는 취준생이라는 이름표가 썩 잘 어울리는 스물다섯의 나이와 핫초코보다는 아메리카노에 가까운 사랑, 확신 없는 열정이 남겨져 있다.
청춘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벚꽃과 잔디밭, 강의실과 바보 사거리를 배경 삼았던 추억들. 그 속에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풋풋함과 낭만이 깃들어 있었다. 최악의 학점과 최고의 학점을 받은 그 모든 학기에 청춘이 함께했다. 그 모든 공간, 시간, 수업, 공강, 사람. 심지어 시험 기간까지 모두 낯설어져 간다. 청춘이 지나간다.
첫 남자친구와 헤어졌던 학기에 최악의 학점을 받았다. 봉사학점을 채우기 위해 가입한 동아리에서 만났는데, 정작 봉사 시간은 졸업 전에 겨우 채웠다. 별도 달도 다 따주겠다고 말했던 우리의 사랑은 희미해지고 헤어짐의 이유는 기억조차 없다. 나는 너를 첫사랑이라고 부르곤 한다. 사랑이 지나간다.
학점을 위해 지새운 수많은 밤. 새벽을 버텨야 A+를 받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시간을 믿었다. 시 한 편의 영감을 찾기 위해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 날도 있다. 비록 끝내주는 글감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런 도전을 했었다. 휴학을 결정하고, 무작정 호주로 떠났으며 서울 교류 학생을 가겠다고 결정하기까지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내 열정은 대담했다. 그 열정들은 자라서 무엇이 되었을까? 나는 자라서 내가 될 뿐이었다. 내면에 남겨진 애매한 정체성을 자책하는 밤이 쌓이고. 열정이 지나간다.
그러나 그것들이 떠나며 흔적을 남겼다. 모두 각자의 지도를 그리며 살아왔을 것이다. 가치와 기준, 목표가 제각기 다르기에 유의미하거나 무의미할 수도 있는 지도. 자주 공평하지 못한 세상에서 시작점만큼은 유일하게 공평했을 1학년 시절이 있었음에도 결국 각기 다른 결과를 맞이했으니 말이다. 내 삶이 나를 이곳까지 이끌었다. 나라는 존재에서 청춘의 순간을 빼고 더하며 지금의 내가 되었다. 또 지나간 사랑을 스승 삼았기에 더 낭만적인 인간이 되었다. 대담했던 열정들은 눈 감아도 그저 걸을 수 있는 내 세상을, 방향을 구축했다. 어떻게 그 모든 순간이 덧없을 수가 있을까. 지나간 청춘이, 사랑이, 열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 모든 것들의 실현이 가능했던 대학 시절에 깊은 애정을 느낀다.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날 기다려 준 시간과 변치 않는 공간들에 감사한다. 내 지도 속에 [학교]라는 배움터가 있었기에 내가 나로 자랐다. 그렇게 내가 사랑했고, 수많은 사랑을 받았을 울산대학교와의 관계에서 마침표를 찍는 날이 왔다. 벅차고 두렵지만 5년 동안 그려온 지도가 있기에 용기를 낼 시간이다. 막연히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없다. 의미 없이 떠나는 것들도 없다. 과거를 쌓아 그린 지도로 현재에 깨어있을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당신의 청춘과 사랑, 열정을 응원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우리의 시작점은 공평했으니까. 각자의 지도는 각자의 몫이므로 당신도 한 번뿐일 대학 생활을 거름 삼아 당신만의 방향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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