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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픔이 초라한 이유-<가버나움>
작성자 이** 작성일 2021-04-01 조회수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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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은 수치화하거나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다. 감기에 걸린 사람이 불치병 환자 옆에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겪고 있는 아픔이 약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자신이 겪고 있는 이 아픔이 정말 초라해 보일 때가 있다. 기자는 가난, 조혼, 난민 등 다양한 아픔을 다룬 영화 ‘가버나움’을 보면서 그러한 감정을 느꼈다. 

 

마약을 파는 엄마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주인공 자인은 과자를 팔면서, 학교에 다니는 또래 친구들을 부러워한다부모님이 책임지지 못할 아이를 낳아 동생들을 보살펴야 하는 자인은 꿈도 희망도 없는 현실 속에서 열심히 살아간다하지만 아끼는 여동생 사하르가 나이 많은 남자에게 강제 조혼으로 팔려나가자 분노하며 가출한다.

 

12살 어린 소년을 반기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작고 마른 자인은 이곳저곳을 떠돌다 라힐에게 보살핌을 받게 되는데그녀 또한 불법체류자 신분이기 때문에 추방당할 신세였다그들은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가난한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지만 라힐이 체류증 위조 혐의로 구속되면서 자인은 라힐의 아들 요나스를 책임지게 된다

 

라힐의 부재로 먹을 것조차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자인은 요나스에게 설탕물을 먹이면서 일자리를 구한다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도그 어느 곳에서도 지독한 아픔을 겪어야 했던 자인에게 그나마 주어진 작은 희망은 요나스와 난민 신분으로 스웨덴에 정착하는 것이었다.  

 

난민 신분을 얻기 위해선 자신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출생신고서가 필요했다집으로 돌아간 자인은 절망한다여동생인 사하르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가졌다가 죽었고자신을 비롯한 모든 형제와 자매들에겐 출생신고서조차 없었기 때문이다자인은 무책임한 부모를 법정에 세운다그리고 재판장에게 애 좀 그만 낳게 해달라고 절규한다

 

자인의 이야기는 우리에겐 뉴스를 보다가 잠깐 마주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일지라도 그들에겐 하루하루 버텨내야 하는 현실이다기자는 안락한 소파에서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비록 그들의 아픔을 나눠 가질 수 없지만진심으로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각을 가진다면 세상 모든 자인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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