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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 첫인상이 중요합니다
작성자 이** 작성일 2020-12-03 조회수 176

  기자는 우스갯소리로 미개봉 중고라 불리는 20학번 새내기이다. 저 건물이 인문대인지 자연대인지 헷갈리는 새내기가 학생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 턱이 있나. 학창 시절에도 반장 선거를 하면 교실 앞에 선 후보자의 공약을 듣는 게 익숙한 풍경인데, 이 코로나 녀석 때문에 아무것도 보고 들은 게 없다.

 

  그러나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대학교 학생회 선거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과 기대는 착각이었다.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갑자기 학과 단체 채팅방으로 들어와 후보자 등록을 위해 서명을 해달라는 것이 의아했다. 마땅한 공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도 제대로 가보지 못한 20학번 새내기는 그저 시키는 대로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후보자들의 보증인이 된다. 이것은 마치 먼 타지로 여행을 떠나 모든 것이 낯선 외국인이 그 나라의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정장을 입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학생회를 준비하는 학우들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기자라고, 식어가는 국에서 숟가락을 놓고 그들에게로 향했다. 무엇보다 자세한 공약이 담긴 책자라도 받고 싶었다. 이제야 공약을 보고 이 학교의 일원으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겠거니 하며 기대감에 부푼 채 책자를 펼쳤다. 후보자의 약력, 다부진 각오를 담은 슬로건, 그리고 공약... 가장 중요한 공약이 부실했다. 무엇을 얼마나 열심히 만들고 도와주겠다는 것일까. 학식을 개선한다면 지금 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를 바꾼다는 것인지, 휴게공간을 확장한다면 어디에 어느 규모로 언제까지 실행할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사전 조사를 한다면 알아낼 수 있는 것임에도 이렇게 공약집을 내놓은 것은 학생회비를 낸 학우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행동이 아닌가 싶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이방인과 같은 미개봉 중고 20학번 학우들에게 후보자 등록 서명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단선이라는 이유로 경쟁력이 없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학생대표에 도전하는 것은 첫 만남에 본인의 단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과 같다. 아무리 바빠서 남일에 무관심한 이 사회에서도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학우들의 관심도 하락을 비롯한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높은 자리이면서도 무거운 자리인 만큼 수많은 학우를 대표한다는 사명감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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