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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토래비] 노인을 ‘엎으면’ 큰일납니다
작성자 윤** 작성일 2020-09-15 조회수 397


코로나19, 무더위, 마스크... 올해는 홍수 피해도 예년보다 심각해 삼중고, 사중고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홍수 관련 뉴스를 보다가 웃지 못할 기사를 보았다. 산사태 우려에 마을 주민들이 대피한다는 내용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은 자녀들이 엎거나 부축해서 대피시켰다.’는 문장이 있었다. 문제는 엎거나의 맞춤법이다. ‘엎다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 따위를 거꾸로 돌려 위가 밑을 향하게 하다. 제대로 있는 것을 넘어뜨리다.’와 같다. 거동이 불편하신 노인을 엎으면큰일이니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다. 아기나 거동이 불편하신 어른을 등에 대고 손으로 붙잡거나 무엇으로 동여매어 붙어 있게 하려는 행위는 업다로 쓰는 것이 맞다. ‘은 뒤에 자음이 오면 발음이 같기 때문에 표기가 헷갈릴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어서와 같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를 결합시켜 보면 업어서, 엎어서가 되니 맞는 받침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발음의 유사성 때문에 표기 실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낳다[ː]’낫다[ː]’도 그렇다. 이 둘은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하면 발음이 같아진다. 이로 인해 푹 쉬시고 빨리 낳으세요.’와 같은 문자를 남성에게 보내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병이 고쳐지다를 뜻하는 낫다는 모음 앞에서 ''이 탈락하므로 나으세요로 써야 한다.

 

웬만한 사람은 알 만한 영화의 명대사가 있다. ‘어이가 없네.’ 이때 어이없다어의없다로 쓰면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문장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어의는 궁궐 내에서 임금의 병을 치료했던 허준과 같은 의원을 이르기 때문이다.

 

발음의 유사성에서 비롯되어 단어를 잘못 알고 쓰는 경우도 더러 있다. 어떤 사람이 질문을 했다. “울산에 트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하던데 울산에 트림이 생기면 뭐가 좋은지 설명 좀 부탁해요.” 대답 때문에 시쳇말로 빵 터졌다. “트림을 하면 속이 편하니까요.” 이 대화는 도로의 일부에 설치한 레일 위를 운행하는 전차, ‘노면 전차의 외국어인 트램(tram)을 잘못 알고 쓴 덕분에 탄생했다. 의외의 곳에서 트림을 사용했으나 정작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트림트름이나 트럼으로 잘못 쓰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트름트림보다 발음하기 편하다 보니 편한 방향으로 굳어져서 생긴 현상일 것이다.

 

언어는 시나브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체에 비유되기도 한다. ‘트림처럼 오랜 세월 변함없이 사용되는 단어가 있는가 하면 사전에만 존재하거나 사전에서조차 사라진 단어도 있다. 또 새로 만들어지는 단어도 있고 원래 있던 단어에 다른 뜻이 더해지는 경우도 있다. ‘짜장면이 사회성을 인정받아 자장면과 함께 복수 표준어가 된 예에서 언어의 생명력을 실감하기도 한다.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이해만 하면 되었지 맞춤법을 꼭 그렇게 따져야겠냐고. 다른 혹자가 대답한다. 이해하느라 힘들었어.

 

노경아 울산대학교 국어문화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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