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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 확진자의 문턱에서
작성자 윤** 작성일 2020-09-15 조회수 260

 

느슨해지면 그간의 노력이 허사가 됩니다질병관리본부가 긴급 재난 문자를 통해 전한 메시지이다. 기자는 확진자가 많지 않은 울산에 살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긴급 재난 문자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열이 났을 때는 선풍기를 세게 틀고 잔 것이 원인인 줄 알았다. 별생각 없이 해열제를 먹고 잤다. 열은 떨어지기는커녕 40를 웃돌았다. 코로나19에 감염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이 37.5가 넘으면 유증상자로 분리돼 병원은 물론이고 응급실 문턱조차 밟을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서 선별진료소를 안내받아야 한다. 기자가 아팠던 주말에는 선별진료소와 보건소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주말부터 온 가족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아빠는 월차를 냈다. 중학생인 동생은 월요일부터 기말고사 기간이었기 때문에 학교를 빠질 수 없었다. 결국 KF94 마스크를 쓰고 다른 교실에서 시험을 쳤다. 당장 가족들이 유증상자인 기자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니 문득 겁이 나기 시작했다. 열이 오르기 시작한 전날에 장애인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신문사에서 정기자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잠복기 감염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혹시나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어떻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할지 막막했다. 뿐만 아니라 숨이 가쁘다는 이유로 턱에 마스크를 걸치진 않았는지 두려움에 떨며 지난날을 돌아봐야 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의료진들의 얼굴이 지쳐 보였다. 자가격리 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종이를 받았을 때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다행히도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검사를 받고 난 다음 날 아침 음성 판정을 받고 편히 잘 수 있었다.


코로나19 검사가 생각했던 것만큼 절차가 복잡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았다. 다만 감염됐을지도 모르는 기자 때문에 주변 여러 사람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 심적으로 힘들었다. 이번 일은 어차피 실외니까 잠깐 마스크 벗어도 돼라며 코로나19 사태를 가볍게 여겼던 과거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경각심을 갖고 살아야 한다. 아파도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집 밖을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배회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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