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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행복은 온다-<벌새>
작성자 정** 작성일 2020-07-09 조회수 324


벌새 포스터.jpg

 


  어릴 적 기자는 나쁜 일이 닥치면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가족 간의 불화가 평생 나를 괴롭힐 것 같았고, 학교 학원 독서실 집을 반복하는 쳇바퀴 같은 삶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영화 벌새는 기자처럼 나쁜 일이 계속될 것이라 믿었던 1994년 한 중학생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폭언을 내뱉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 때문에 지친 어머니, 여동생을 때리는 오빠, 일탈을 일삼는 언니 사이에서 주인공 은희는 방황한다. 오로지 명문대 진학만을 강조하는 학교도 상처받은 은희를 위로할 수 없다.


  은희의 삶은 한문학원 선생님 영지를 통해 바뀌기 시작한다. 공부해서 성공하라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은 은희를 작은 존재로 만들었다. 그러나 영지는 미술용 스케치북을 선물하면서 은희의 꿈을 응원한다. 은희가 오빠에게 뺨을 맞은 날에는 누가 널 때리면, 어떻게든 맞서 싸워라고 말한다. 모나지 않은 딸이자 뒤처지지 않는 학생이어야 했던 은희는 영지를 통해 조금씩 자신을 알아간다.


  영지는 은희에게 나쁜 일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이 함께 한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영지의 말을 들은 은희는 자신의 삶에도 빛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희망을 품는다.


  은희는 영지에게 제 삶도 언젠간 빛날까요?”라고 질문한다. 그러나 질문이 담긴 편지가 도착하기 전, 영지는 성수대교 붕괴 사건으로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다. 영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은희에게 닥친 시련이었다. 그러나 은희는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 나쁜 일이 닥쳐도 기쁜 일이 올 것이라는 영지의 말을 떠올린 것이다.


  영지의 말은 은희뿐만 아니라 기자에게도 위로가 됐다. 영화를 보면서 은희에게 영지 같은 어른이 곁에 있어 정말 부러웠다. 나쁜 일이 닥치면 한없이 우울해져 내 삶은 불행하다고 치부했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영지 같은 어른을 어린 시절에 만났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지금이야 작은 일에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의연한 성인이 됐지만 주변 환경에 한없이 우울했던 필자의 어린 시절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우리는 영지가 남겨놓은 메시지를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한다. 침울했던 과거에 오래 취해있지 않고, 언젠가는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을 매 순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상처받은 은희에게 영지처럼 희망을 주는 존재가 돼야 한다


이나경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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