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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새내기가 맞습니까?
작성자 정** 작성일 2020-07-09 조회수 724



  여러분들은 대학에 로망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기자는 OT/MT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동아리에 가입해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함께 잔디밭과 벚꽃을 배경으로 순정만화 같은 사랑도 해보는 이른바 로망을 꿈꿔봤다. 물론 현실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칙칙했던 고등학교 3학년을 버틸 수 있는 장밋빛 전망은 해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 망쳐버렸다.

 

  눈을 뜬 아침 일상부터가 달라졌다. 씻은 후 가방을 메고 강의실로 가는 것이 아닌 눈 뜨자마자 모자를 눌러쓰고 캠코더가 달린 노트북 앞에 앉는다. 점심시간, 선배 혹은 학우와 왁자지껄 떠들며 학식을 먹는 상상은 쓸쓸히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으로 대체됐다. 수업이 전면 사이버 강의로 대체된 후에는 누군가와 밥 약속을 잡을 기회도 없이 과제에 파묻히기 일쑤다.

 

  사이버 강의로 같은 과에 어떤 학우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됐다. 그나마 학과 단톡방을 통해 프로필 사진과 닉네임을 보며 서로를 알 뿐이다. 그러나 간간이 같은 학과 내 이미 서로 친해져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는 결국 대면 강의 개강 날 혼자만 친구가 없을 것 같은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들으면 같은 과 학우들을 만날 수는 있다. 작은 화면 속에서 만나는 학우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사적인 대화는 하지 못한다. 동아리는 들어갔는지, 친해진 친구는 있는지 궁금함만 넘쳐날 뿐이다. 이렇게 서로의 얼굴만 확인하다 수업이 끝나면 굉장한 아쉬움만 남는다. 코로나 사태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친해졌을지도 모를 학우들을 보며 코로나에 대한 원망만 커지고 있다.

 

  기자는 취재와 기자 교육 때문에 우리 대학교 이곳저곳을 누벼봤다. 점심시간, 사람들로 가득해야 할 학생 식당은 소수의 학우가 간격을 유지한 채 조용히 밥만 먹을 뿐이다. 4월 초 벚꽃 동산에는 유쾌한 웃음소리와 바닥을 뒤덮는 돗자리 대신 벚꽃 잎만이 흩날리고 있었다. 기대했던 풍경 속에서 함께 밥 한 끼 먹는 것조차 황량하게 느껴져 괜스레 마음이 서글퍼졌다.

 

  길고 긴 수험생활은 아름다운 캠퍼스 생활이 아닌 칩거 생활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여전히 대면 강의를 할 가능성은 모호할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내기들의 대학 생활은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다.

 

  곧 1학기가 끝나고 다음 학기가 다가온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대면 강의가 시작되는 그날은 모든 새내기들에게 굉장히 뜻깊은 날이 될 것이다. 그날을 계기로 새내기들이 본래 입학과 동시에 누렸어야 할 모든 로망을 이룰 수 있길 바란다.

 

 

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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