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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글자의 얼굴, 폰트
작성자 송** 작성일 2019-10-14 조회수 657

  포스터 디자인 업계에서는 '디자인의 완성은 폰트다'라는 말이 있다. 혹시 이 말이 이해가 안 간다면 공포 영화의 포스터가‘굴림체’라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보자. 익숙하고 평범한 글씨체에 무섭다는 느낌이 덜 해 포스터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이처럼 폰트는 디자인의 목적과 컨셉의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전문적인 고딕, 감성적인 명조 등 관심을 끄는 폰트는 전체적인 내용을 이미지화하는데 한몫을 한다. 

   폰트의 역사는 로마 시대부터 이어지나, 본격적인 개발은 15세기부터 시작한다. 구텐베르크가 서구에서 최초 로금속활판을발명하면서글을직 접쓰는필사의시대에서인쇄의시 대로 넘어갔다. 이때부터 책, 현수막 등 인쇄물의 수요가 늘면서 소비자들 은 글자의 디자인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이는 폰트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폰트의 개념이 서구보다 비교적 늦게 들어왔다. 1984년 설립된 최초의 폰트 전문 회사 <산돌커뮤니케이션>은 최초의 한글 폰트 '돌체'를 개발해 폰트 시장의 시작을 알렸다.현재는 수많은 한글 폰트가 제작되고 있다. 특히 <산돌커뮤니케이션>의 ‘격동고딕’은 방송이나 현수막, 간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랑받고 있다. 

   회사와 기관은 자신의 브랜드 홍보와 사회 환원을 위해 직접 만든 폰트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한겨레>는 자사 신문에 사용하는 ‘한겨레결체’를 대중에게 무료로 배포하며 신문사의 글꼴은 사측의 고유 재산이라 여겼던 고정 관념을 깨뜨렸다. 그 외 <배달의민족>, <네이버> 등의 회사들도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무료 폰트를 제작했다. 

   그러나 좋은 의도로 제작된 무료폰트에도 명과 암이 있다. 기업이 홍보를 위해 배포한 무료 폰트는 소비자로 하여금 유료 폰트가 비싸다는 인식을 갖게한다.이는 외주비 비율이 적고 판매 비율이 높은 폰트 회사 수익 악화로 이어지며 특정 폰트 업체가 독점해 시장이 축소 될 수있다. 반면 서구 폰트 시장은 무료 폰트가 적되, 다양하고 개성있는 유료폰트가 사랑을 받고있다. 실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서체인 'Helvetica'와 기업 로고에 많이 쓰는 'Futura' 등 서구 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폰트들은 모두 유료다. 

   또한 소비자의 인식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글자를 왜 돈 주고 사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인식 때문에 불법 다운로드가 난무하는 실정이다. 1만 1,172자의 글자를 만드는 데 수많 은 인력과 자본이 투입되지만 폰트는‘창작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폰트 시장은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창작물로 인식받지 못하는 현실과 소비자의 인식결여는 아직 해결해 나아가야 할 숙제다. 오는 9일 한글날을 맞아 학우들도 폰트를 사용하면서 창작물로서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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