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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진화는 퇴화하는 것이다.
작성자 권** 작성일 2019-04-07 조회수 783

아두면 데없는 비한 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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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스타크래프트'에 'Zerg' 종족은 빠르게 진화하며 은하계를 위협하는 종족이다. (사진제공=블리자드 코리아)

 


   진화(evolution)SF 분야에서 자주 나오는 단골 소재다. 유명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육체적인 면에서 고도로 진화한 ‘Zerg’ 종족이 첨단 과학무기로 무장한 외계종족 ‘Protoss’와 싸워 이긴다. 영화 엑스맨은 유전자 기술을 통해서 새롭게 진화한 변종 돌연변이 인간과 일반 인간의 대립을 다룬다. 이처럼 진화는 강력한 힘을 제공하는 발전과 진보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진화의 사전적 의미는 일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하여 감이다. 유의어로는 발달, 향상 등이 있다. 일상 속 진화는 긍정의 의미로 사용된다. 어떤 것이 이전과 비교했을 때 비약적으로 좋아지면 우리는 진화했다라는 표현을 쓴다.


 

   인류는 지금까지 진화해왔다. 인간의 손가락은 가늘고 길게 뻗어있다. 비록 고양이의 발처럼 둥글고 뭉툭한 매력은 없지만, 도구를 사용하도록 진화했다. 눈의 위치도 사슴 같은 초식 동물처럼 머리 양옆이 아닌 얼굴 앞쪽에 있어 입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진화는 단순히 이전보다 더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게임 스타크래프트Zerg엑스맨의 돌연변이 인간이 언젠가 진짜 나타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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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를 단순히 발전과 진보의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게임 '스타크크래프트'의 'Zerg'도 언젠가는 진짜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제공=블리자드 코리아)


 

   그러나 사실 진화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퇴화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손가락은 뼈가 얇고 마디가 많아 골절의 위험이 크다. 인간의 눈이 사슴은 눈과 비교했을 때 입체적인 시각 정보를 제공하는 반면 시야의 폭이 좁다. 갑작스러운 포식자의 등장을 더 잘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사슴이다.


 

   생명체는 물, 음식, 날씨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진화는 이러한 환경에 타협·적응하는 것이다. 때문에 생명체는 생존에 불필요하거나 방해가 되는 부분을 포기하고 주어진 환경에 적합한 부분을 발전시킨다. 인류는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 골절의 위험을 감수하고 손가락이 가늘어 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다르게 말하면 고양이의 둥글고 뭉툭한 발은 골절 위험이 비교적 덜한 것이다. 또한 소리 없이 작은 공간에서도 잘 걸을 수 있다. 위험이 상존하는 거친 야생에서 인간의 가늘고 긴 손 보다는 고양이의 발이 더 적합한 것이다.



   이렇듯 진화는 퇴화를 동반한다. 진화를 통해서 지금의 인류보다 더 우월한 신인류를 기대한 사람이 있다면 미안하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획기적인 진화 생명체가 현실에 나타난다면 필연적으로 심각한 결함이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반드시 다른 것을 포기해야한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이 단순한 사실이 자연의 섭리에도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권현구 기자

mainmail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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