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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칼럼] 불편하신가요?
작성자 윤** 작성일 2019-03-12 조회수 502

 

윤병집 증명사진.jpg

 

 

 

기자는 어릴 적부터 불편한 게 많았다. '부모님은 왜 항상 저녁에 들어와서 늦게 놀아주는가', '제사상에 음식을 놓는데 왜 순서가 있는가', '왜 우리는 12시 전에 자야 하는가' 등 이유도 다양했다. 이러한 소위 '불편함'은 성장 과정에서 집안 사정(맞벌이), 사회적 통념(홍동백서), 과학적 증명(호르몬 분비) 등을 이해하면서 해결됐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치기와 같던 행동이 요즘 인터넷에서 단골손님처럼 등장한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생성된 수많은 커뮤니티는 개인이 가지는 개성, 사상을 표현하는 장으로서 '만남'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동시에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가지 이슈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토론·토의의 집합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이러한 건전한 만남의 장을 훼손하는 무리도 함께 등장했다. ‘프로불편러’다.

 

프로불편러는 쓸데없는 트집 잡기에 혈안 돼 주제의 본질을 흐리고 개인의 주장에 대한 공감을 강요하는 개인 혹은 집단을 뜻한다. 이들은 주제에 깔린 환경을 이해하여 합리적인 이의제기를 시도하지 않고, 단순히 '불편하다'고 느낀 부분을 강조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12시 전에 자는 것이 좋다'라는 지극히 단순한 명제에 대해 '야간 경비업자들을 무시하는 처사이다'와 같은 비난이 나오는 격이다. 마치 어린 시절에나 했을 법한 앙탈처럼 말이다.

 

사람이란게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되는 것을 꼭 아는 척을 한다. 마치 야구에 관해 물었을 때 '재밌지. 발로 차는 스포츠잖아?'(기자의 실제 경험이다)라는 답을 듣는 것처럼 말이다. 프로불편러 역시 이러한 범주 내에서 '불편하다'는 용례를 들어 아는 척을 하는 것은 아닐까. 즉 자신의 무지를 애써 무시하고 포장하려는 자세에서 이러한 비상식적인 상황이 일어난다고 본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안다'는 말을 남겼다. 단편적인 지식이나 거짓된 정보에 도취해 정작 참된 지식을 소외하는 경우가 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인정하는 순간 진정한 앎이 시작된다고 얘기한 것이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진정으로 무지함을 깨닫고 당당히 마주했을 때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을까.

 

윤병집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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