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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행 유감
작성자 윤** 작성일 2019-03-12 조회수 562


요즘처럼 여행 방송이 쏟아져 나왔던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방송가에는 여행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다양해진 미디어 채널은 수많은 여행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항공사, 여행사, 여행 앱 등 여행 관련 광고가 눈에 띄게 많아졌고, 여행 프로그램에 등장한 관광 장소, 식당, 호텔을 그대로 따라 하는 패키지 상품이 등장하였다. 여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로망인 ‘훌쩍 떠나기’가 손쉽게 실현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꽃보다 누나’에 방송되었던 크로아티아 관광청은 갑자기 증가한 한국인 관광객을 맞이하느라 분주해졌고, 인도네시아의 길리 트라왕안에 ‘윤식당’ 촬영지는 한국 사람이 그걸 사서 한식당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도, 롬복으로의 직항이 없는 우리나라에 롬복 직항이 곧 생길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도깨비’ 촬영지 퀘벡의 호텔은 드라마 종영 후 60%가 넘는 한국인 예약 증가에 의아해했고, 걸어서 몇 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도시는 한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가까운 일본, 대만, 홍콩, 중국의 관광지에는 어디서나 한국말이 들리고, 거리에는 한국어 안내판이 보이며, 식당에는 한국어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다. 한국을 떠나왔다는 실감이 나지 않을 때도 있고, 한국어 안내가 없으면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현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여행객들에게 가장 유용한 정보가 방송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번쯤 여행을 왜 가는지, 어디로 가면 좋을지, 나에게 좋은 여행이란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방송에 나와서, 남이 가니 나도 가는, 여행조차 군중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아 조금은 유감이다.

 

 

또한 한국은행과 한국관광공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도 출국자 수가 3000만 명에 육박하게 됐다. 남한의 인구는 5,100만여 명, 인구 대비 출국자 비중이 56%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는 10년 전보다 두 배가 넘는 수치이며 2016년 처음 2,000만 명을 돌파한 뒤 불과 3년 만에 3000만 명을 돌파하게 된 것이다. 단거리 여행, 젊은 층 여행이 늘어나면서 1인당 평균 해외경비는 감소 추세이지만, 작년 관광객들이 해외여행에서 쓴 돈은 319억7000만 달러로 이는 가전제품과 승용차 등 내구소비재 수입액과 맞먹는 규모이다. 반면 외국 여행객이 한국에 와서 쓴 돈은 내국인들의 해외여행 지출액 대비 절반도 안 된다. 해외여행 지출은 국제수지 측면에서 ‘수입’의 효과를 내는 것이므로 한국 서비스수지의 만성적인 적자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 또한 조금은 유감이다.

 

 

여행은 분명 좋은 것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느끼는 계기가 되어 준다. 외국 여행지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각자 다녀왔던 여행지 대한 얘기를 하게 되면 금세 친구가 된다. 여행의 좋은 점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여행이 좋은 것은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이라 했다. 그러기에 돌아온 일상을 더 즐겁게, 감사하게 임할 수 있는 여행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한 때이다. 

 

 

의류학과 박수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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