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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국의 농사
작성자 이** 작성일 2018-06-06 조회수 575

산야의 녹음이 짙어갈 쯤이면 때이른 더위가 6월 장마를 예고나 하는 듯이 불쑥 찾아든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의 무더위에 비길 바가 못된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더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지방선거의 후보들이 미래의 선량을 꿈꾸며 길 여기저기에 내걸어놓은 선거 현수막들은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고 어지럽기까지 한다. 선거가 최소한 7개인데다 그 각각에 여러 후보들이 나섰으니 그들이 아무리 자신들을 알리느라 분주한다고 한들 이 사람이 저 사람이요 저 사람이 이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유효하게 작용하는 집단 지성의 힘을 떠올리지만 그 집단 지성의 타당성을 어디까지 신뢰하여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여기에 한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를 부를 때에 한상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오늘날의 국무총리격인 재상을 지냈기 때문이다. 부모의 상을 당하여 낙향한 그가 어쩌다가 보게 된 것은 백성들의 궁핍한 삶이다. 이 경우 그가 백성들을 돕기 위하여 방책을 강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는 다른 사람보다 앞서 올벼를 심어놓고는 매일 하인을 재촉하여 논이랑을 살피고 살핀다. 그가 논두렁 위에 서서 바라보는 그의 벼는 어느덧 곧 이삭이 나와서 쌀로 수확해도 될 것만 같다. 이런 형편이면 지나가는 노인네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논이랑에 잘 자라고 있는 것은 잡초인 피요, 정작 벼는 피로 생각하여 다 뽑아내 버린 것이다. 이후 사람들은 이 일을 두고 한상국의 농사라고 한다. ‘서울 사람은 비만 오면 풍년인줄 안다는 속담까지 있는 것이고 보면, 한상국의 농사일은 우리 주변에서 더러 일어나는 해프닝일 것이다.

   

한상국은 백성들의 궁핍한 삶을 구제하려는 열의를 넘치도록 가지고 있지만 정작 농사일에 요구되는 지혜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물론 열의와 지혜를 동시에 갖추어야 하는 것은 단지 농사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목하의 지방 선거에서 미래의 선량들이 기꺼이 자임하려 드는 그 통치술에는 열의와 지혜를 함께 갖추는 일이 더더욱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청년은 힘은 넘치되 지혜가 모자라고 노인은 지혜는 넘치되 힘은 모자란다는 프랑스 속담은 힘과 지혜를 겸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그 이외의 몇몇 정보들과 함께 길거리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선거 현수막은 힘과 지혜를 겸비한 미래의 선량을 간파해내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정보들이 눈을 어지럽힐 뿐, 정작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은 그들이 그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거나 그들의 능력을 간파해내는 우리의 능력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이 두 가지 가능성 중에서 미래의 선량들이 합당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을 큰 소리로 떠벌리며 투덜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고 그 이면에 그가 갖추고 있는 인간됨의 무늬를 간파해내는 능력이 어떤 것인지 또 무엇에 의하여 그러한 능력은 획득될 수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것 또한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느 경우에나 그렇듯이 목하의 지방 선거 또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기교육의 장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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