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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문수문예] 시나리오 당선작 <냉장고>
작성자 이** 작성일 2017-12-15 조회수 845

<냉장고>

김승현(국어국문학·2)

 

S#1. 자취방. 늦은 오후

 

민정, 인혜, 재원 : ~!

 

알루미늄 캔을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면서 화면이 밝아지면, 자취방에서 조촐하게 파티를 연 민정, 인혜, 재원이 보인다. 방바닥 중앙에 안주인 과자를 놓고 그 주위에 둥글게 모여앉아 맥주를 마신다.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신 그들은 각자 먹고 싶은 안주를 먹는다.

 

민정 : 이야~! 우리가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될지 어떻게 알았겠어? 그치?

재원 : 맞아~ ~일 고3때 얼굴만 보면 같이 살고 싶다~ 노래를 했는데. 진짜 그 말이 현실이 될지는 몰랐지?

인혜 : (술이 쓴 듯 얼굴을 찡그리며) ……. 맞아! 난 기숙사생이긴 한데, 근처에 사는 것도 같이 사는 거로 쳐야겠지? 히히.

재원 : 그렇지~ 고등학교 때는 서로 보려면 날을 잡아야 했으니깐…….

인혜 : 맞아, 맞아. 특히 민정이는 진짜 학교에서 거리가 멀어가지구…….

민정 : (인혜의 말을 끊으며) 맞아! 버스를 환승해서 가야하는 학교가 어디 있냐? 무슨 대학교도 아니고. 성도 이어서 제일 먼저 부르고. 자취가 진짜 고픈 학생이였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캔과 캔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인혜는 술보다는 안주를 중심으로 먹는다. 민정은 다른 아이들보다 술을 마시는 속도가 더 빠르다.

 

민정 : (다른 맥주 캔을 따서 유리잔에 따르며)근데 우리 20살 하니까 뭔가 되게 어른이 된 것 같지 않아? 벌써부터 이렇게 술 마시니까 느낌이 쎄 해!

재원 : 그러게……. 나는 내가 술을 마실거라곤 상상도 못 했었는데!

인혜 : 근데 좀 생각보다 맛없지 않아? 나만 그런가 되게 쓴데?

민정 : . 인혜는 아직 어리네~

 

혼자서만 유리잔에 맥주를 따라 마시는 민정. 어디선가 고지식한 면이 보이기도 한다. 그녀의 뒤로 미술을 할 때 쓰는 여러 재료들이 보인다. 재원은 살짝 취기가 돈 듯 자신의 과잠바를 보며 들뜬 표정을 짓는다. 인혜는 어느새 안주로 내놓은 과자를 다 먹고 새로운 안주를 찾아 부엌으로 간다.

 

재원 : (기분 좋은 듯) ~ 내일부터 개학이네~! 두근두근 거린다! 민정아, 나 잘할 수 있겠지?

민정 : 아휴~ . 고등학교나 대학교나 거기서 거기겠지~ 괜히 가서 괴롭힘이나 당하지 말아. 넌 그런 일 잘 당하니까.

 

부엌에 갔던 인혜가 민정과 재원이 있는 곳으로 소리친다.

 

인혜 : 애들아~! 혹시 안주거리 좀 더 없어? 과자가 다 떨어져서 안주거리가 없는데?

민정, 재원 : (놀라며) ?!

재원 : (민정을 보며) ……. 집에서 가져온 반찬 같은 게 조금 있는데 그거라도 먹을까?

민정 : (일어서서 부엌으로 간다.)그래야지 뭐. 없다는데.

 

민정과 재원은 부엌으로가 안주거리를 찾는다. 멀리서 그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보인다. 민정이 냉장고를 열어 이것저것 꺼낸다. 인혜는 옆에서 지켜보고 재원은 민정이 꺼내주는 것을 받아 접시에 담는다. 냉장고 문이 닫히고 냉장고가 클로즈업 되면서 그 위로 제목이 떠오른다. (F.O)

 

S#2. 자취방 및 부엌. 다음날 아침

 

(F.I) 갑작스레 화면이 밝아지면 재원과 민정이 방바닥에 널브러져있는 모습. 주위에는 치우지 않은 접시와 맥주캔들이 가득하다. 그때 울리는 재원의 폰의 알람소리. 재원은 깨서 폰을 확인한다. 화면에는 인혜가 먼저 가겠다고 보낸 문자가 떠있다. 재원은 폰을 엎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나 민정을 깨운다.

 

재원 : 민정아……. 학교가야 되…….

민정 : ? ?

재원 : 왜냐니……. 우리 수업 들으러 가야지.

민정 : 에이씽…….

 

민정은 베개에 코를 박으며 돌아 눕고, 재원은 씻으러 화장실로 간다. 나지막이 말하는 민정.

 

민정 : 배고파…….

 

다시 부스스 일어나는 민정. (장면이 바뀌면) 씽크대에 설거지거리를 내려놓고 냉장고를 여는 민정. 물을 마고 넣다말고 뭔가 이상한 듯 이것저것 들춘다. 그때 들어오는 재원. 살짝 젖은 머리를 말린다.

 

재원 : 뭐해 민정아?

민정 : , 재원아……. 혹시 어제 술파티할 때 안주로 멸치볶음 먹었어?

재원 : 아니? 어제 아마 냉동식품 먹었을 걸? 거실 치울 때 없었지 않아?

민정 : ……. 잘 모르겠는데 없었던 것 같아. 안 가지고 왔나봐!

재원 : 으이구~ 잘 챙기지~ 들어가 씻어! 난 다했으니깐.

민정 : 알겠어~!

 

재원도 물을 마시시려다 무언가를 찾는다. 민정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듯이 이것저것 들춘다.

 

재원 : ? 우유는 어디로 갔지? (큰소리로) 민정아~! 혹시 우유 마셨어~? 우유 큰 게 없는데?

민정 : (멀리서 큰소리로) 아니~! 난 우유 안 마셨는데~?

재원 : (혼잣말로) 이상하다……. 반찬들도 조금 없어진 것 같은데.

 

재원은 이상하게 여기다 그냥 냉장고 문을 닫는다. (장면이 바뀌고) 나갈 준비를 한 뒤 자취방을 나서는 재원과 민정. 무언가 분주해 보인다.

 

S#3. 등굣길.

 

민정과 재원은 나란히 걷는다. 민정은 아침부터 뭐가 그리 바쁜지 문자 삼매경이다. 재원은 그런 민정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재원 : 민정아. 진짜 우유 마셔버린 건 아니지~?

민정 : (시선은 휴대폰에 고정된 채) ? , ~ 내가 안 먹었어.

재원 : (혼잣말로) 그럼 어디 간 거지? , 그럼……!

인혜 : 애들아 안녕~!!

 

인혜가 반갑게 인사한다. 재원은 민정에게 말하려던 걸 멈추고 인혜를 맞이한다. 민정도 폰을 가방에 넣는다.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강의실로 향하는 셋. 민정은 이내 다른 방향으로 가버리고 인혜와 재원만 남는다. 둘도 자신들의 강의실로 들어간다.

 

* 이내 밝은 음악과 함께 민정과 재원의 즐거운 캠퍼스 생활이 지나가고 시간이 흐른다. 가끔 인혜도 자취방에서 잠깐 신세지는 모습이 지나간다.

 

 

S#4. 자취방.

 

자막 : 며칠 뒤

민정과 재원의 방. 재원은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깬다. 민정의 것이지만 민정은 알람이 안 들리는지 꿈쩍도 안하고, 결국 재원은 자신이 일어나 알람을 끈다. 신경질적으로 민정의 폰을 내려놓지만, 민정을 깨우진 않는다. 민정을 한 번 노려보고 부엌으로 가는 재원. 아침밥으로 먹을 만한 반찬을 꺼낸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민정.

 

민정 : 재원아. 뭐해? 밥 먹어?

재원 : (살짝 화가 난 듯). ~까 깨서 밥 먹으려구 그래~

민정 : ……. 그렇구나……. 나 조금만 더 잘게~ 11시에 깨워줘~!

재원 : 알겠어~ 반찬 좀 꺼내먹는다~! (혼잣말로) 반찬은 뭐 이렇게 없는 거야?

 

재원은 불만스런 목소리이긴 하지만 민정에게는 직접적으로 표출하지 못 한다. 궁시렁 거리면서 반찬을 꺼내는 재원. 대충 있는 반찬을 꺼내 그릇에 담아 고추장을 넣고 슥슥 비빈다. 휴대폰을 보면서 밥을 먹는 재원. 엎드려 있던 민정은 스르르 일어나 재원을 바라보고 나지막이 말한다.

 

민정 : 나도 밥. 배고파. 밥 먹을래.

 

재원은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민정을 바라보다 이내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긴다. 민정은 부엌으로가 한바탕 큰소리를 내지만 재원은 익숙한 듯 묵묵히 자신의 밥을 먹는다.

 

S#5 자취방 부엌.

 

재원은 자신이 먹은 그릇을 씽크대에 놓고 설거지를 한다. 민정은 재원의 옆에서 아침밥 반찬을 덜어 옮기는 중이다. 재원은 설거지를 하다 말고 흘깃 본다. 밥상에는 반찬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고, 반찬통에 담긴 반찬은 절반정도가 사라져 있다. 놀란 재원은 설거지를 하다 말고 민정에게 물어본다.

 

재원 : (놀란 목소리로) 민정아, 혹시 그거 벌써 그렇게 다 먹은 거야?

민정 : ? 아니? 난 이 반찬 오늘 처음 먹는데? 나 자취방에서 밥 잘 안 먹잖아.

재원 : 근데 반찬이 그렇게 없는 거야?

민정 : 네가 다 먹은 거 아냐? 자취방에서 밥 챙겨먹는 사람은 너 밖에 없잖아. 가끔 인혜도 와서 먹구.

재원 : (미심쩍게) 근데 요즘 사놓은 거나 가져온 반찬……. 너무 빨리 사라지지 않아?

민정 : 밥 챙겨먹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

재원 : 그런가…….

 

마저 설거지를 끝내는 재원. 아닌 것 같으면서도 자꾸 민정을 의심하게 된다. 설거지를 다 끝내고 나가려는 찰나 민정이 소리친다. 비명과도 같은 소리에 깜짝 놀라는 재원.

 

재원 : (깜짝놀라며) , ?! 무슨 일인데?

민정 : (화를 내며) ! 여기 있던 내 조각케이크 어디 갔어! 왜 사람 허락도 없이 먹냐고!

재원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 아냐! 조각케이크 있는지도 몰랐구만 뭘. 네가 가져가 먹어놓고 까먹은 거 아냐?

민정 : 장난해? 며칠 전에 친구가 선물로 준거구만. 그거 여기에 안 팔아서 부탁해서 얻은거란 말야!

재원 : (어이없다는 듯) 아니 난 모르는 일이라니깐? 내가 먹고 싶으면 사와서 먹지, 왜 네걸 훔쳐먹겠어?

민정 : 아니 그럼 누가 먹겠냐구. 우리 말고 여기 올 사람 있어? 3의 인물이 여기 사냐?

 

(장면이 바뀌고) 순간 문이 열리고 반갑게 인사하며 들어오는 인혜.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집을 둘러본다. 이윽고 부엌에 있는 민정과 재원을 보고 들어가는 인혜. 분위기를 읽는다.

 

인혜 : (조심스럽게) 무슨…… 일이야? 둘이 싸웠어?

민정 : (화를 누그러 뜨리며) 아냐. 그냥 아침밥 먹으려고 들어왔어.

인혜 : 재원아 왜 그래? 왜 이렇게 화나 있어?

재원 : 아냐. 그냥 넘어가.

인혜 : (애써 웃으며) 에이~ 친구들끼리 싸우기냐~ 가끔 보는 사이도 아니구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무슨 일인진 잘 모르겠지만, 다들 기분풀어~! 내가 요기 앞에서 케이크 사왔는데 같이 먹을 사람~?? 없어? 없나요~?

 

인혜 덕분에 기분을 푼 두 사람. 다 같이 둘러 앉아 케이크를 먹는다. 언제 다퉜냐는 듯 각자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세 사람. 그러다 문득 재원은 인혜에게 말은 건넨다.

 

재원 : , 맞다. 인혜야. 어떻게 들어왔어? 문이 열려 있었나?

인혜 : ~ 민정이가 가르쳐 줬어! 저번에 내가 갑자기 공강이 생겨서 갈 데가 없었거든.

재원 : …….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재원이었지만, 분위기를 봐서 넘어간다. 민정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자기 이야기를 늘여 놓는다.

 

S#6 자취방. 저녁.

 

민정과 재원은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다. 열심히 무언가를 구상하고 있는 민정. 되게 신경이 날카로워 보인다. 재원은 그런 민정의 눈치를 보며 이어폰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본다. 그렇게 누워서 멍하니 뮤직비디오를 보던 재원은 민정의 기분을 풀어주려 이어폰을 뽑고 민정에게 살며시 물어본다.

 

재원 : (조심스럽게) ……. 민정아. 아침에 인혜가 사온 그 케이크……. 진짜 맛있지 않았어?

민정 : (신경질적으로) 몰라. 케이크 맛이 거기서 거기지. 네가 훔쳐 먹은 케이크나 내놔. 딴소리 하지말구.

재원 : (마음이 상한 듯) ……. 네가 지금 기분이 별로 안 좋은 건 알겠는데, 말을 꼭 그렇게 해야 되? 내가 먹은 거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민정 : (말을 끊으며) ! 시끄러! 나 지금 과제하는 거 안 보여? 왜 갑자기 시빈데?

재원 : ? 시비? ! 아침부터 시비는 누가 걸었는데 나보고 그래? 말이 나와서 그런데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면서 반찬 엄청 퍼먹는 건 너잖아. 그런 식성으로 잘도 케이크를 안 먹고 나뒀겠다.

민정 : (재원을 돌아보며) ? 말 다했어?

재원 : 아니! 아직 덜했어! 아침부터 쌓인 게 좀 있었는데, 남의 반찬 먹기 전에 말 좀 하고 먹어라. 안 그러면 덧나? 아무리 친구사이라지만 그렇게 몰래 먹으니 좋더냐? 그리고 왜 나한텐 아무 말도 없이 인혜한테 집 비밀번호 가르쳐 주고 그래! 아무리 친구라지만 너무 조심성 없는 거 아니야?

민정 : 지금 그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와? 너 화난다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너무 막 갔다 쓰는 거 아니야? 집에서 밥만 먹더니 머릿속도 쌀로 가득 찼니?

재원 : ……. 말 참 싸가지 있게 하는구나.

민정 : , 고마워~ 집안에서 반찬이랑 밥만 축내는 누군가랑은 달라서~

재원 : 쓰레기. 그냥 먹었으면 먹었다고 할 것이지. 거지처럼. 어휴.

민정 : ! 뭐라고 했어! ~! 장재원!!

 

민정을 뒤로 한 체 자취방을 나가버리는 재원. 화가 많이 났는지 성큼성큼 걸어 나간다.

 

S#7 학교 안 정원. 저녁.

 

학교안 정원에서 울고 있는 재원. 처량하게 혼자 벤치에 앉아 울고 있다. 순간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승현이다. 승현은 울고 있는 재원에게 다가간다.

 

승현 : ……. 무슨 일이야?

재원 : 아냐.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냥 가던 길 가.

승현 : ……. 알겠어.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

재원 : 아냐, 앉아. 물어볼게 있어.

승현 : (냉큼 앉는다.).

 

재원의 옆에 앉는 승현. 사뭇 진지하게 재원의 말을 들어준다.

 

재원 : 내가 자취하고 있는 거 알지?

승현 : . 알지. 두 명에서 한다고 그랬나? 저번에 신입생 환영회 때 말해줬었잖아?

재원 : , 맞어. 그 다른 한 사람이 미대에 민정이라는 친구 랑도 같이 살고 있단 말이야? 그럼 어쩔 수 없이 서로 부딪히는 건 맞잖아? 그치? (승현의 반응을 보고) 그런데 되게 말을 심하게 하더라. 진짜 고등학교 때부터 지내던 친구였는데…….

경도 : (전화기 너머로) ! 너는 임마 아무리 친한 오빠라도 그렇지! 이 늦은 시간에 추워 죽겠고만!

 

승현과 재원의 뒤로 경도가 전화기에 대고 소리친다. 화가 나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어딘가 짜증이 나있다. 그의 손에는 까만 비닐봉투가 쥐어져 있다. 승현은 그런 그의 모습을 한 번 흘깃 본 후에 재원에게 근처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 하자고 제안한다. 그 둘 뒤에서 경도는 시끄럽게 통화를 하면서 다른 길로 간다.

 

S#8. 학교 휴게실.

 

재원은 승현이 뽑아온 캔 음료수를 들고 테이블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자리로 돌아온 승현은 재원의 맞은편에 앉는다. 캔 음료수를 따는 소리가 적막한 분위기를 환기 시킨다.

 

승현 : (음료수를 한모금 마시고) 그래서. 무슨 일이 길래 오밤중에 나와서 우는 거야?

재원 : ……. 같이 살던 룸메가 나한테 되게 심한 말을 했을 뿐이야. 그것 때문에 나와서 울고 있었던 거구. 아무 일도 아니야~

승현 : (재원의 눈치를 살피며) ……. 다른 무슨 일도 있는 것 같은데? 뭣 땜에 싸운 건데? 옷이라도 훔쳐 입었데?

재원 : 그게 아니라. (망설이다) 다른 게 아니라 자꾸 요 며칠 새 냉장고에 반찬이랑 간식거리들이 사라지는 거야. 그래서 조금 민정이를 수상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민정이가 냉장고에서 반찬 꺼내더니 대뜸 나보고 자기 간식 먹었냐고, 도둑질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거 있지? , 내가 솔직히 남의 물건에 손댈 것처럼 보이니?

승현 : 아니지. 오히려 사줬으면 사줬지, 남의 음식 훔쳐 먹을 것 같진 않아. 내가 봤을 땐.

재원 : 그치? 근데 그 망할 것이 나보고 왜 먹었냐고,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진짜 어이가 없어서 평소에 반찬도 밥보다 많이 퍼 담아 먹는 게. 또 맛있는 반찬만 골라 먹어요~ 어휴. 집에서 고기를 안 먹였나……. 그리고 자기 집도 아니면서, 너 인혜알지? 인혜한테 집 비밀번호 알려주고.

승현 : ……. 민정이라는 애 조금 4차원이야?

재원 : 조금. 남이 처음 봤을 때는 이상한 애라고 생각 할 수 있는데 착한 아이긴 해.

승현 : 근데 내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도 의심할 사람이 민정이라는 친구 밖에 없는 것 같아.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마음대로 먹었을 리 없고.

재원 : 그치? 근데 지도 똑같이 생각하는지 나보고 그런 식으로 대하니까. 어이가 없어서…….

승현 : 나중에 또 그러면 그 민정이라는 애한테 복수해버려! 다음부턴 확실하게 안 훔쳐서 먹을 수 있게. 자기 잘못을 모르는 애한텐 스스로 깨닫게 해 주는 게 낫지 않나? 내가 도와줄게~!

재원 : 어휴……. 진짜 고등학교 때 친구라서 봐줬는데 인제는 못 참겠어. 고마워. 내 이야기 들어줘서. 너 어디 가야하는 거 아니야? 아까 어디 가던 길 같던데?

승현 : , 맞다. 잠깐 친구들이 술 마시고 있다고 해서 구경 가려고 가던 중이야.

재원 : 그래, 나도 슬슬 들어가야 할 것 같고. 춥다. 흐흐. 가자~!

 

재원과 승현은 일어서 휴게실을 나선다. 승현은 다른 길로 먼저 가버리고 재원은 잠시 남아 승현이 간 쪽을 바라본다. 이내 고개를 떨어뜨리고 천천히 발을 옮긴다.

 

S#9. 자취방.

 

민정은 맥주를 연신 들이키며 씩씩거린다. 주변에는 빈 캔들이 보이지만 민정은 화가 난 것 때문인지 술에 취한 기색이 전혀 없다. 그녀의 앞에는 경도가 앉아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신 민정은 강하게 빈 캔을 구부러트린다.

 

경도 : 그래서. 니 룸메랑 그놈의 케이크로 싸우고 그 친구는 가출했다고? 지금 그것 때문에 나보고 오라 가라 한 거냐? ?

민정 : ~! 개 짜증나는데 어떡하라고오~! 아니 집에 도둑이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들 다 쉬어가는 휴게실도 아닌데 그 케이크가 지 스스로 도망갔겠어요, 아니면 증발했겠어요? 맞잖아, 오빠?

경도 : 그래, 그 친구가 훔쳐 먹은 건 잘못이지. 근데 그 친구가 훔쳐 먹은 건 맞아? 확실한 거야?

민정 : ! 맞아! 오빠 그 말 알지? 방귀뀐 놈이 성낸다고. 딱 그 상황이었어~! 자기 나쁜 놈 안 되려고 날 나쁜 놈으로 만드는 거! 그거! 유남쌩~? 예아?

경도 : 그래, 그래. 오빠도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나봐서 그게 어떤 상황인지 다 안다~

 

경도는 이 상황이 익숙한 듯 맥주를 마신다. 무심한 척 하면서도 민정을 위해 자신이 해줄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경도. 그러다 불현 듯 민정에게 말을 건다.

 

경도 : 민정아. 지금 상황이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상황인 거잖아?

민정 : 그렇지. 근데 왜?

경도 : 약간 덫을 놓아보는 건 어때? 딱 그 친구 혼자 있을 시간대에 간식거리 넣어놓고 다음에 확인했을 때 없어 진거면 걔가 확실한 거잖아? 그치?

민정 : 맞네. 근데 내 돈 아깝게 왜 그런 짓을 해?

경도 : 아 참. 내가 방금 말했잖아. 물증! 네가 먹은 게 아닌 걸 증명해야지.

민정 : ……. 그래도 내 돈 아까운 데.

경도 : 에라이. 니 맘대로 하세요~

 

경도는 이내 질렸다는 듯 맥주를 들이 키고 일어선다. 민정은 그런 경도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경도 : 나 간다. 너 혼자 사는 집도 아니고 오래 있으면 또 어떤 소릴 들을지 모르겠어서 빨리 가야지.

민정 : ? 맥주 얼마 안 마셨는데? 남은 건 어쩌라고~!

경도 : 아 몰라, 냉장고에 넣어놔.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으며) 나 갈게~!

 

그대로 나가는 경도. 민정은 이내 아쉬운 듯 맥주를 한 캔 더 깐다. 문득 민정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민정 : (반가운 듯) ~! 그뤠이트 박~! 지금 시간 이써열~?

 

잠시 시간이 흐르고 자취방에 돌아온 재원. 불이 꺼져있고 민정은 자고 있다. 다른 한 쪽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지만, 무언가 음식냄새와 술 냄새 때문에 제 빨리 화장실로 들어가는 재원. 불만이 있는 듯 궁시렁 거리면서 손을 씻는다.

 

S#10. 강의실. 아침

 

다음날 아침 재원은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아침 일찍 나와 있다. 수업시작 전까지 인혜를 기다리는 재원, 무료한지 폰을 본다. 그때 갑자기 앞문을 열고 들어오는 승현. 갑작스런 승현의 등장에 깜짝 놀라는 재원. 이내 안심하고 짜증내듯 승현에게 말을 건넨다.

 

재원 : ~! 놀랐잖아! 왠일이야? 맨날 늦게 오더니만.

승현 : ~ 몰래 전해줄 게 있어서 왔지~

재원 : ? 뭔데? 어제 나 놓고 간 거 있어?

승현 :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아니~ 흐흐흐. ~!

 

승현은 알약봉지를 들어 보인다. 재원은 아직도 궁금해 하는 표정. 짧은 침묵이 흐른 후 재원이 먼저 입을 뗀다.

 

재원 : 그래서? 이게 뭔데?

승현 : ? 이거 내 변비약인데? 효과 직빵이더라.

재원 : 아니, 그게 아니라. 그걸 왜 나한테 주냐고. 내가 변비에 걸려있는 것처럼 보이냐?

승현 : ~ 재원이 페이스북에 그 썰 못 봤어?

재원 : ? 무슨 썰? 아니 썰이 한, 두 개야지.

승현 : 그 왜~ 기숙사에서 어떤 애가 자꾸 뭐 훔쳐 먹어서 거기에다가 설사약 탔다는 이야기~ 못 들어봤어? 몇 명은 진짜 걸려가지고 하루 종일 화장실 들락날락 거렸다 하구~! 흐흐흐. 재미있지 않겠어?

재원 : ? . 그런 이야기도 있어? 누가 실제로 한 이야기야?

승현 : 몰라? 그냥 재미로 쓴 글인지 아니면 진짜 해보고 쓴 이야긴지는. 근데 실제로 해보면 걸리지 않을까? 보면 너도 그 민정이라는 애한테 반찬 많이 뺏기고 그런 것 같은데 복수 한 번 해야지~! 그런 말 듣고도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 진짜 바보 취급당하지~

재원 : 그야 그렇긴 한데……. 그래도 만약 잘못했다가 진짜 큰일 나면 어쩌려고? 뒷감당 니가 해 줄 거야?

승현 : 에이~ 그럼 적당히 넣어~ 솔직히 반찬 훔쳐 먹는 사람이 잘 못한 사람이지 그거 제지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겠어? 글치? 일단 받아둬, 받아둬~ 나 나갔다 온다~

재원 : 아니, 그래도…….

 

떠넘겨 받듯 설사약을 받은 재원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알약봉지를 보면서 갸우뚱하는 재원. 자신이 스스로 처분하려다 갑자기 들이닥친 사람에 놀라 급하게 자기 주머니 속에 쑤셔 넣는다. 능청스럽게 책을 보는 척 하는 재원. 때마침 인혜도 들어온다. 재원을 보며 반갑게 인사하는 인혜.

 

S#11. 자취방. 오후

 

하루 강의를 다 듣고 집에 온 재원. 자취방에는 아무도 없이 적막만이 흐른다. 자신의 외투를 벗어 정리하려다 부스럭 거리는 촉감에 주머니를 뒤진다. 문득 아침에 받았던 알약 봉지가 떠오르고 꺼내본다.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재원.

 

재원 : (혼잣말로) 이걸 써, 말아…….

 

순간 아침에 승현이 자신에게 해 줬던 말이 스쳐지나간다.

 

내레이션 : 복수 한 번 해야지~! 그런 말 듣고도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 진짜 바보 취급당하지~

 

무언가 결심한 듯 확신에 찬 표정으로 알약봉지를 꼭 쥐는 재원. 이내 어디론가 발길을 옮긴다. (장소가 바뀌고) 부엌에서 무언가를 갈고 있는 재원. 얼굴에는 비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내 다 갈렸는지 재원은 따로 덜어놓은 반찬에 그 가루를 쏟아 붓는다. 그러고는 다시 냉장고에 넣어놓는다. 뭔가 신이 나는 듯 콧노래를 부르면서 거실에 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집는 재원. 민정에게 문자로 자신은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간다 말한 뒤, 나간다.

시간이 흐르고 민정은 자취방에 들어온다. 신나게 들어온 민정은 저녁밥을 차린다.

 

민정 : 재원이 없으니까! 거창하게 차려서 먹어야지~! 오랜만에 눈치 안 보고 집밥 먹겠네~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 빨리 안 먹으면 쉽니다, 쉬어~ 내가 빨리 먹어치우지 않으면 다 버려야 되지요~

 

냉장고를 열어 여러 가지 반찬을 꺼내는 민정. 따로 담아져 있는 반찬을 보고 의아해 한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밥상에 올리고 밥을 푼다. 모든 것이 차려져 있는 밥상을 눈앞에 두고 흡족해 하는 민정. 한 입 먹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한다. 순간 얼음이 되어 현관문 쪽을 바라보는 민정. 그녀의 뺨에선 한줄기 땀이 흐른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등장한 인혜. 민정은 인혜를 보고 안심하며 반긴다.

 

민정 : ? 인혜~! ~! 웬일이야?

인혜 : ?! 민정이 있었네? 밥먹어? 별일이네? 이 시간에 네가 자취방에도 있구? 재원인 없어? 재원이가 빌려준 책 돌려주려고 왔는데.

민정 : ~ 제가 또 눈칫밥 먹고 산다 아임니꺼? 하하하! 재원이 오늘 저녁 밖에서 먹고 들어온다는데? 무슨 회식이나 그런 거겠지 뭐~ 저녁 먹었어?

인혜 : 아니~ 안 그래도 재원이 있으면 같이 저녁 먹으러 가자하려고 그랬는데 다행이네~! 같이 겸상해도 되?

민정 : ~ 당연하지~! 앉아있어~! 밥 얼마나 먹을 거야?

인혜 : 흐흐. 네가 사랑하는 만~~?

민정 : 그럼 밥통 뽑아다 줄게~!

인혜 : 아니야~! 적당히 줘~!

 

화기애애한 장면이 지나가고 밥상에 올려 진 반찬이 클로즈 업 된다.

 

다음날 민정은 아침부터 화장실로 직행한다. 뭔가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민정. 재원은 다급하게 들어가는 민정을 보면서 확신하는 표정을 짓는다. 화장실 문 앞으로가 소리친다.

 

재원 : (걱정스러운 척) 민정아~ 왜 그래? 어디 아퍼~?

민정 : (화장실 안에서) 아니~! 괜찮아~! 그냥 배가 아픈 정도야~!

재원 : 그래~? 알겠어~!

 

잠시 후 후련한 표정을 지으며 화장실에서 나오는 민정의 앞에 재원이 한 알약봉투를 들고 서 있다. 한번 흔들어 보이는 재원. 민정은 그렇게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재원에게 물어본다.

 

민정 : ? 그게 뭐야?

재원 : ~ 자꾸 누가 반찬을 훔쳐 먹는다고 그러니까 어떤 친절하신 분께서 나한테 도움을 주겠다고~ 설사약을 준거 있지~? 어제 쪼~금 반찬에 타서 냉장고에 넣어놨더니 누가 덥석 미끼를 물었네?

민정 : ? 뭔약? 지금 그 약을 반찬에다가 타놨다고?

재원 : 그래~ 누가 자꾸 몰래 왕창 먹어대니까 누군지 너무 궁금해서 함정을 깔아봤지~!

민정 : 미쳤어?! 그 약 뭔지도 모르는데 덜컥 먹었다가 잘 못되면 어쩌려고 그래!

재원 : 잘 못 안됐네? 그리고 자기가 훔쳐 먹어놓고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사람도 찾고.

민정 : ……. 인성……. 진짜 오진다, .

재원 : ~ 아니야~ 네 인성이나 좀 돌아보고 말해라.

민정 : 내가 반찬 훔쳐 먹었다는 증거 있어? 미안한데 난 그냥 어제 후식으로 집어먹은 간식이 잘 못 되서 그런 거거든?

재원 : 그걸 네가 어떻게 알어? 지가 먹어놓고 오리발 내미는 것 봐라.

민정 : ……. 너 진짜 이러기냐?

재원 : ~ 이때까지 고구마 먹은 게 한 두 개가 아니라서~ 이제야 속이 시원하다~

민정 : (분노에 찬 목소리로) 너 진짜 후회할거다.

 

이윽고 문을 박차고 나가는 민정. 그 뒤로 재원은 통쾌한 표정을 짓는다. 재원은 기지개를 한 번 켜다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인혜의 전화다.

 

인혜 : (수화기 너머로) 재원아……. 정말 미안한데 내가 갑자기 배탈이 났는지 몸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우리 약속 나중으로 미루면 안될까?

재원 : ? 진짜? 아유……. 조심해서 먹지~ 알겠어. 몸조리 잘하구 나중에 봐~ , ~

 

휴대폰을 아무렇게나 두고 기분이 좋아진 재원은 환호성을 지른다.

S#12. 학교 안. 오후

 

민정은 경도와 같이 어디론가 간다. 씩씩대는 민정의 뒤로 경도가 안절부절 하면서 따라간다.

 

경도 : (달래듯) , 민정아. 화난 건 알겠는데 무슨 일인 진 듣고 불안해하자, 오빠도. ? 무슨 일인데?

민정 : ! 그냥 따라오라면 따라와~! 내가 진짜 참을 거 다 참고 봐줄 거 다 봐줬는데 이번엔 정말 못 참아. 아니! 안 참아!

 

먼저 앞서 가는 민정. 경도는 따라가다 지쳐 멈춘다. 멀어져가는 민정을 보면서 경도는 나지막이 말한다.

 

경도 : 아이씨. 잰 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러는 거야…….

민정 : (멀리서) ! 빨리 안와~!

경도 : ~ 간다가~!

 

잠시 뒤 한 손에 순간접착제를 들고 나서는 민정. 민정은 여전히 화가나 보인다. 민정을 뒤따르는 경도는 잠깐 민정을 불러 세운다.

 

경도 : (헐떡이며) 민정아, 민정아……! 잠깐만! 그거 가지고 어딜 그렇게 가는데?

민정 : (흥분했지만 침착한 척) . 같이 사는 누가 쩨쩨하게 반찬가지고 태클 걸어서~ 그리고 반찬에 약을 탔더라? 웃기지? 하마터면 그냥 먹을 뻔했어. 오빠, 나도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순 없잖아?

경도 : ? 약을 탔다고? 반찬에? ……. , 잘 못 되도 단단히 잘못된 것 같은데……? 그래도 민정아 음식에다가 그런 거 타다가 진짜로 잘 못 되면 어떡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봐.

민정 : (웃기다는 듯) ! 음식에다가 이것 좀 타면 어때? 배 아프다가 말겠지, ~ 그리고! 오빤 날 뭘로 보는 거야! 당연히 넣진 않지!

경도 : ? 그럼 그건 왜 들고 가는 건데?

민정 : ~ 생각이 있어!

 

S#13. 자취방. 오후

 

경도는 불안한 듯 현관 앞에 서서 경계를 선다. 가끔 힐끗 민정의 쪽을 바라본다. 민정이 있는 쪽에는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민정은 자취방에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모두 꺼내어 뚜껑과 그릇 사이에 순간접착제를 바른다. 그녀의 눈엔 살짝 광기도 서려있다. 순간접착제를 바르는 것에 집중하면서 중얼거린다.

 

민정 : 나도 못 먹으면, 너도 못 먹는 거야~ 어딜 집주인 노릇을 하려고 들어. 내가 무슨 지 시다바리도 아니고.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으히히히…….

 

이내 모든 반찬에 순간접착제를 바르고 냉동식품들을 상자에 담아 경도의 집으로 옮기려고 한다. 경도는 민정의 눈치를 보면서 주섬주섬 옮겨 담는다. 경도는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옳은 것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한다.

 

경도 : 민정아 근데 이 반찬들 냉동 보관해야 하는 거 아니야? 밖에다가 두면은 상할 텐데?

민정 : ~ 그거 오빠 집에 잠깐 맡길게~! 괜찮지? 요즘 날도 쌀쌀하니깐 밖에 둬~ 그늘진 곳에다가. (경도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괜찮지?

 

경도는 알 수 없는 압박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가는 민정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본다. 그리곤 냉동식품이든 상자를 들고 민정의 뒤를 따른다.

 

S#14. 경도의 집 앞.

 

민정은 경도의 집 앞까지 배웅을 해 준다. 언제부턴가 민정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기가 서려있다. 경도는 불안한 기색을 띄며 집에 들어가려고 하지만, 이내 돌아서서 민정에게 진지하게 말을 전한다.

 

경도 : 민정아, 지금 네가 뭘 하려고 하는지는 알고 있어?

민정 : ? ! 내가 당한만큼 복수하려고 하잖아? 지금은 다른 복수 방법들도 생각한게 있는데? 이런 걸 인과응보라고 하지 않나?

경도 : 그래. 니 말도 맞다. 근데 민정아 니가 하고 있는 그 행동들이 맞는 것 같아? 물론 저쪽이 먼저 잘 못 하고 너한테 먼저 손을 댄 건 맞는데 이렇게 행동하는 건 너도 똑같은 사람 된다고 생각 안 해봤어?

민정 : ? 안 해봤는데? 왜 갑자기 진지하고 그래~

경도 : ……. 그냥 동네 오빠라서 하는 말인데, 솔직히 너랑 올해 만난 그런 가벼운 사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친한 사이도 아닌데 서로의 신뢰가 너무 깨졌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무 서로의 감정만 앞세워서 서로를 의심하고 막 해코지하려하고 그러는 게 보여서. 솔직히 네가 안 먹었다고 자신하는 만큼 걔도 안 먹었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 아닐까? 싸이코패스 아니고서야 자기가 먹었는데 너한테 덤탱이 씌우고 그러겠냐고. 네가 생각하듯 그깟 반찬하나 때문에? 나는 말의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해. 서로 한 번이라도 앉아서 차분하게 이야기 해 본 적 있어?

민정 : 아니. 없어.

경도 : 그러니까. 내가 봐도 요 며칠 새에 싸우기만 싸웠지 서로 풀려고 한 것 같지가 않아. 일단 벌인 일은 일이니까 네가 수습 좀 잘하고, 더 이상 일 벌일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이 오빠는. 나 들어가 본다. 조심해서 들어가라.

 

돌아서 집에 들어가는 경도. 민정은 경도가 들어간 곳을 잠시 바라보다 풀이 죽은 듯 걸어간다.

 

S#15. 자취방.

 

민정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다 갑작스런 비명소리에 깜짝 놀란다. 이윽고 들려오는 재원의 분노에 찬 목소리. 민정을 잡아 죽이노라 말하면서 나오다 현관 쪽에 있는 민정과 맞닥뜨린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민정이지만 이내 침착한다. 순간 어디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민정의 쪽으로 다가오는 재원의 소리에 묻힌다.

 

민정 : ? 무슨 일인데?

재원 : ?! 지금 네가 그 짓거리를 해놓고 그런 말이 나오냐? 너 진짜 미쳤어?

민정 : 뭐가~? , 반찬통 다 막아놓은 거? 인제 봤구나~

재원 : , 참 기가막혀서. 어이 김민정. 돌았냐? 어제 먹은 반찬 잘 못 넘겼어?!

민정 : 그래! 누가 처 넣어놓은 약기운이 지금 돌아서 눈도 돌아갔다! ! 너는 아니니까 훔쳐 먹은 사람은 나고! 물증잡는다는 핑계거리로 음식에다가 그런 장난질을 해? 정신차려~ 장재원~ 미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야~! 주제를 알고 나불대!

재원 : 이게……! ! 폰 소리 좀 줄여~!

민정 : 니꺼거든?!

 

계속 울려대는 벨소리에 민정과 재원은 싸우는 것을 잠시 멈춘다. 재원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받아 든다. 폰 화면에는 승현의 전화번호가 떠있다.

 

재원 : 얜 또 뭐야? (전화를 받아들고) ! 지금 바쁘니까 끊어!

승현 : 잠깐만! 재원아 진짜 급하게 할 말이 있어!

재원 : 뭔데?

승현 : 지금 내가 카톡으로 동영상하나 보내 줄 테니까 확인해봐봐!! 알겠지?(전화를 끊는다.)

재원 : 무슨……? ? 여보세요? !

민정 : ? 무슨 일인데?

재원 : 몰라.

 

이윽고 재원의 폰에 전송되는 동영상 하나. 재원은 동영상을 튼다. 동영상에서는 인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민정은 이상하게 생각해 재원의 옆으로가 같이 동영상을 본다. 이윽고 놀라는 두 사람. 순간 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실소를 한다.

 

S#16. 인혜의 방

 

인혜는 자신의 앞에 책상을 올려두고 큰 그릇에다가 열심히 밥을 들이 붓는다. 이윽고 인혜가 전하는 멘트가 들려온다.

 

인혜 : (진행하는 톤으로) ~! 안녕하십니까 행님들~! 오랜만에 제가 인사 한 번 오지게 박아 봐도 되겠습니까? 음식을 좌로 비비고 우로 비비고 앞으로 비비고 뒤로 비비지말고 한 입에 못 먹으면 후회하는 각이고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서 새가 지저귀는 기저귀는 하기스인 부분인~! ‘BJ 처리기입니다~! , 친구들의 자취방을 털어서 먹방을 하는 방송이 반응이 좋아서 2탄을 준비했구요~ 제가 지난주 결방했다 아입니까~ 행님들~ 저번 방송시간에 제가 뭘 잘 못 먹었는지 탈이 나서 방송을 못 켰는데연~! 죄송합니다 행님덜~! ~! 어쨌든! 오늘도 한 번! 따봉을 향하여 오지고 지리고 레릿꼬~! 오늘은! 제 친한 친구들 집에서 가져온 반찬들로~! 비빔밥 한 번 말아보겠습니다, 행님덜. ~ 일단 시작하기 전에 추천!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어잇! ‘밥 아이먹어봤니?’~ 반갑습니다~ ! 그러면…….

 

점차 작아지는 인혜의 말소리와 점점 어두워지는 화면. 화면이 다 끝나면 자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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