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려' 잃어버린 소중한 것 | |||||
작성자 | 김** | 작성일 | 2017-09-05 | 조회수 | 2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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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떳떳하게 살 거죠?” 여자가 물었다. 그가 런던의 제일가는 깡패 레지 크레이였기 때문이다. “맹세할게” 남자는 대답한다. 여자는 남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더러운 세계로부터 손을 씻고 새로운 출발을 하길 바랐다.
때때로 야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른 감정을 밀어내고 자리 잡는다. 돈에 대한 야망, 사랑에 대한 야망, 권력에 대한 야망. 야망에 깊이 심취되면 다른 것은 보지 못한다. 정말 무서운 것은 자신의 가려진 시야를 자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레전드>는 마음에 자리 잡은 야망을 몰아내지 못한 주인공 레지 크레이가 자신의 아내를 비롯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이야기다. 영화의 내용은 크레이 쌍둥이가 60년대 런던에서 어떻게 전설적인 존재가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할 이야기는 형인 레지 크레이와 그의 아내 프랜시스 사이의 이야기다. 레지는 폭력조직의 리더이자 사업가다. 주먹과 펜을 적절히 써가며 조직의 세력을 확장해간다. 프랜시스는 대도시로 진출해 살고 싶어 하는 대학생이다. 어머니로부터 잡혀 살며 살고 있는 동네에 진저리 친다. 둘은 우연히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그는 레지에게 “깡패로 사는 게 좋아요?”라 묻는다. 레지는 “나 깡패 아닌데”라며 “난 세상에 빚진 거 없이 살아왔다”고 말한다. 사실 그는 폭력조직의 수장으로, 세상에 빚이 많은 사람이다. 프랜시스는 레지가 이런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둘은 사랑했다. 이 둘의 줄다리기는 결혼을 시작으로 전면전에 돌입한다. 레지가 세상에 떳떳하게 살기 바라는 프랜시스의 믿음, 그리고 프랜시스를 방치하면서까지 돈과 권력을 찾아 조직을 확장시키는 레지의 야망. 결국 이 줄다리기는 레지의 승리로 끝난다. 둘이 크게 싸운 뒤, 프랜시스는 레지로부터 받은 몸과 마음의 깊은 흉터를 안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 후 레지에겐 스스로에 대한 분노와 회의만이 남았다. 그는 이성을 잃고 파멸로 곤두박질친다. 야망은 우리를 행동하고 성취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다. 레지가 조직을 키우고 돈과 권력을 서서히 키워나간 것처럼.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망각이 있다. 내게 소중한 것, 진짜 가치 있다 여기는 것에 대한 눈가림. 그래서 먼 곳을 보고 달릴 때는 가끔 주변을 살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레지는 항상 그의 사랑을 기다리던 프랜시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서글픈 것은 이런 나쁜 놈과 사랑에 빠진 프랜시스의 기구한 운명이다. 신을 탓할 수밖에 없는 그런 ‘운명‘ 말이다. 프랜시스가 눈을 감는 장면에서 그의 목소리로 이런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신은 이렇게 살 수 있나 묻지 않으신다. 단지 우리에게 짊어지우실 뿐이다. 어찌 살아내느냐만 우리 몫이다. 살지 않는 것도 방법이겠지.”
배진우 기자 bwlsdn1239@mail.ul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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