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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 블라인드 채용, 가려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작성자 김** 작성일 2017-09-05 조회수 235

 

 

지난 65일 문재인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공무원과 공기업 이력서에 사진, 학력, 출신지, 스펙 등을 쓰지 않는 제도다. 이 제도의 핵심은 학벌주의를 타파해 실력 발휘 기회조차 없었던 인재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시작해 민간 부분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차별로 몸살 앓고 있는 우리 사회를 바꿔보고자 하는 정부의 시도는 만족스럽다. 이때까지 취업준비생들은 혈연, 지연, 외모 차별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아왔다. 취업준비생들은 평등한 기회를 갈망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민간 대·중소기업 인사 담당자의 82.5%가 블라인드 채용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 담당자의 53.6%스펙을 보고 뽑은 지원자들이 막상 현업에서는 별다른 바가 없다고 생각돼서라는 항목을 그 이유로 꼽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공기업 중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우수사례로 꼽힌다. 이 기업은 지난 2015년 국가직무 능력표준(NCS)을 도입하고 서류전형부터 면접까지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뽑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업무 적합성을 높였고 그 결과 퇴사율이 거의 0%에 가깝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기업도 지원자도 일거양득의 효과를 본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원자에 대한 기본 정보도 없는 이력서로 어떻게 인재를 뽑을 수 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기업에서 지원자의 능력을 파악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대학 이름을 사용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교육학과 통계학 등이 발달해 인성 및 적성 검사 등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많다. 역량기반 지원서 및 면접, 직무적성검사 등이 이미 많이 개발돼 있으므로 기업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블라인드 채용이 등장한 이유는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 타파를 위해서이다. 우리 사회는 흔히 말하는 명문대를 나오지 않으면 기업에 지원서조차 낼 수 없는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초··고 교육의 목적은 대학 간판을 따기 위함이 됐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지식을 더 쌓고 싶은 사람은 대학 이름에 상관없이 전공을 따져 대학을 선택할 것이다. 따고 싶은 자격증이나 필요한 시험이 있는 사람은 굳이 대학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제 대학들도 전략을 바꿀 때가 왔다. 대학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스펙이나 점수보다는 실무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교육 정책이 급격하게 변하겠지만 이는 학벌주의 타파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블라인드 채용의 관건은 지원자에 대한 정보가 줄어든 만큼 다른 관련 정보로 얼마큼 보완할 수 있느냐이다. 10분 남짓한 짧은 면접 시간 동안 지원자 업무 능력과 고유의 특색을 파악할 수 있는가 또한 문제이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정책을 지지율 상승 또는 미봉책으로 단순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어 기업에 맞는 인재 채용을 위해 정부는 산업 분야별 블라인드 표준 모델 개발 및 적용에 힘써야 한다. 기업은 학벌주의 타파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장기적인 관심을 통해 정부, 기업, 취업준비생 모두에게 균형 잡힌 좋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김현진 기자 khj970923@mail.ul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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