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우리 사회, 우리 정책... 오연천 총장에게 묻다 | |||||
작성자 | 이** | 작성일 | 2017-09-05 | 조회수 | 9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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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미디어 합동 인터뷰
국·공립대, 사립대 공적 역할 차이 미미 교부금 제도 도입해 사립대 지원해야 대학 구조조정, 학령 인구 감소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 21세기 대학, 학문의 전당 넘어 취업 준비의 장 역할도 <울산대신문>과 오연천 총장이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오 총장은 2015년 취임 때 울산대미디어 4사와 ‘우리 대학교가 나아갈 방향과 대학언론’을 주제로 첫 좌담회를 가졌다. 그로부터 2년 후. 다시 만나게 된 오 총장은 교육자로서 직접 강단에 서게 된 내용을 주제로 기자들을 반겼다. 이 날 인터뷰에서 오 총장은 <정부와 재정> 강의에 대한 이야기부터 대학가 현안들에 대한 통찰력 있는 견해까지 쉼 없이 대화를 이끌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우리 대학교 학우들이 지녀야 할 덕목과 자부심을 강조했다. 이번 학기부터 <정부와 재정>이라는 교과목으로 수업을 진행하십니다. 직접 강단에 서시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으십니까? 이 강의로 학생들에게 특정 학문에 대해 전달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고, 행동의 패턴을 이해하고 교육하고자 하는 결심에 강의를 하게 됐다. 지금껏 대학의 행정을 맡으면서 동시에 강의를 하는 것이 처음이다. 직접 편찬한 교재가 금주에 나온다, 책 이름은 ‘국가재정의 정치경제학’으로 ‘국민이 재정을 알아야 미래를 결정한다‘라는 생각에서 제목을 붙였다. 우리 대학교 학생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기본적으로 시장의 의미와 원리, 시장과 정부 간의 올바른 역할분담을 통해 본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사회의 존재 형태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의 살림살이를 맡아서 하는 사람도 강단에 서서 강의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결정하게 됐다. 뉴욕대학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재정관리 분야 전문가이십니다. <정부와 재정>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어떤 점을 전달하고 싶으십니까? 한 사회 속에서 인간은 개별적인 선택뿐만 아니라 타인과 모여서 함께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겪는다. 우리는 한 개인으로서 울산대학교라는 사회에 들어온 것이지만, 이 대학 속엔 교수라는 조직이 있고 학생이라는 조직이 있다. 바로 이 점에서 본다면 학생들은 ‘공적 활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공적 활동 속 나의 역할과 책임, 어떠한 기여를 하고 또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냐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 공동체, 국가, 또 대학이라고 하는 조직이 왜 필요한지, 그 조직에서 내가 어떠한 일을 할 것인지, 무엇을 배우고 또 나의 가치를 새로 만들 것인지, 개개인의 가치가 쌓여 공동체의 가치가 어떻게 증진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강의를 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립대학도 국공립대와 같은 정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정부-대학 간 교부금 방식’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습니다. 대학교육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만든 대학만 가지고는 국민들의 수요를 충족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사립대학이 많이 존재한다. 현재는 사립대학이 훨씬 많다. 대학 설립 주체가 국가냐, 민간이냐에 따라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으로 나뉘지만 대학의 역할 측면에서는 국립?사립의 차이가 줄어들거나 없다. 1950년~1960년대에는 대학 진학률이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때는 정부가 국립대학을 만들어 학생들을 공부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대학교육이 보편화돼 있다. 그런 점에서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공적 역할이 점차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줄어든 범위 내에서 국가의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체제도 변해야 한다. 국립대학의 모든 교수와 직원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인건비가 국가에서 나온다. 반면 사립대학은 교수와 직원들의 보수를 등록금에서 충당한다. 공적 역할은 거의 유사한 것에 비해 국립대학은 국가지원체계를 통해, 사립대학은 등록금 수입으로 스스로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지원체계도 소위 일반 재원,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재원이 아닌 개별적 사업 위주로 지원되고 있다. 부모님이 주는 용돈에 비유해보자. 학용품 살 돈 따로, 점심 살 돈 따로, 차비 따로 주는 것보다 일괄해서 주고 그 돈을 각자의 필요에 맞게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비유와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사립대학의 역할이 공적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고 공적 역할만큼 중앙정부의 지원이 보편적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 보편적 지원의 형태가 대학 교부금 제도이다. 개별 사업으로 지원해주는 것보다는 전체 대학이 필요한 재정의 상당 부분을 감당해주는 것이 우수 교원을 확보하고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더 직결된다고 본다. 이는 모든 비용을 국가가 대라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사립대학이 가지고 있는 공적 역할에 부응하는 재원의 이전이 필요하고, 또 국가재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가급적 개별 사업이 아닌 대학의 보편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교부금 제도 방식이 도입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41개 국공립대가 입학금을 폐지하면서 대학 진학 희망자의 국공립대 쏠림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립대학의 존재가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을 꾀할 수 있을까요? 국공립대의 입학금 폐지가 국공립대 쏠림 현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입학금은 등록금의 보완적인 수입원이다. 이런 부분을 등록금 체계 속에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입학금을 폐지하는 것이 시대적인 요청사항이라면 사립대학도 이에 맞춰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국공립대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추측은 비약이다. 예전에는 등록금이 적을 때 비용을 보충하기 위해서 기성회비가 존재했는데 폐지됐다. 대신 등록금이 늘어났다. 이로 미뤄 보아 입학금 제도 또한 교육자금을 조달하는 수단과 방식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금 폐지 문제를 갖고 사립대학의 위축이라 확대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도 만일 이제 입학금을 폐지하거나 줄인다면 현실로 받아야 하니까 여러 가지 살림살이를 졸라매야 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정부는 강도 높은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1주기 때와 마찬가지로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도 ‘지방대 죽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 대학 사회가 어떻게 대비해나가면 좋겠습니까? 일단 ‘지방대’라는 말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모든 대학은 지역대학이다.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우리 스스로 폄하하는 것이고 양극화를 심화하는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와, 대학구조조정은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학생들이 필요에 의해 대학을 진학하는데도 학령인구가 떨어진다는 것은 수요자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수요가 떨어지면 공급도 줄어들어야하므로 이는 시장의 원리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인재를 더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나 대학의 간부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 모두가 함께 준비해야 한다.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더욱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고 학생들도 스스로 지식과 지혜를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대학은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노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이것을 게을리 하는 대학들은 역할과 위상이 떨어지고 교육에 대한 양적 수요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을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 대학은 내년 산학융합지구에 제2캠퍼스 개교를 앞두고 있는 등 산학협력이 강점입니다. 하지만 비이공계열은 대학지원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습니다. 대학이 기업의 요구에 맞는 교육을 위해 산학협력을 점점 중시해야 하는 현실에서 비이공계열 학생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산학협력은 직접적 현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이공계중심이 아닌 전 대학을 대상으로 한다. 인문계열인 영어영문학도 기업체에 필요한 학문이다. 기업이 해외진출을 위해 해외마케팅을 할 것이고, 비즈니스 영어가 필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 콘텐츠를 위해 외국 문화를 연구하고 이해해야 한다. 기업 내의 분위기 및 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비이공계를 전공한 사람을 필요로 한다. 즉, 모든 영역에서 산학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산학협력의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스스로가 필요한 인재인가를 알아야 한다. 내가 아는 것이 어떻게 쓰일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이라는 도시는 산학협력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전 세계 어느 곳도 울산만큼 공장과 화학단지가 모여 있는 곳이 없다. 이런 좋은 조건을 가진 곳에서 스스로 지식과 지혜를 연구하고, 모든 분야에 산학협력이 다 포함되므로 개방된 사고를 가져야 한다.
3월 열린 아시아대학총장회의에서 미국의 많은 대학들이 IT과학 및 데이터과학 분야 정규 학위과정을 신설한 것을 예로 들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 교육과정 개정의 시급성을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아직 학생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둔감한 편인데, 어떻게 추진해나갈지 궁금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학문별 경계가 과거에 비해 무너지며 학문끼리 융합하는 것이다. 지식을 융합하는 과정에서 IT 기술을 활용하면 더 폭 넓은 지식을 수용할 수 있고 콘텐츠가 다양해진다. 이를 통해 결론의 과학성을 높이고 문제 해결적인 접근 방법으로 가는, 그런 일련의 생각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우리 생활 속에, 우리 머릿속에, 우리 교과목 속에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학과 단위 중심의 사고를 고쳐야 한다. 교수님들이 기존의 고정된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총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다 되지는 않는다. 학과나 대학도 기존 조직을 고수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그 욕구를 줄이면서 학제 간 경계를 허물고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힘을 모으는 학과편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그런 내용의 하나가 여기서 말하는 소위 데이터 과학이다. 점차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예를 들어 지금 경찰학과도 있고 행정학과도 있고 법학과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한 1/3씩 중복돼 있다. 더욱 원숙하고 분명한 가치창조를 위해서는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문학 계통도 한국문학, 영문학, 불문학이 있지만 사실은 문학이라고 하는 장르 속에서 한국문학의 세계화, 영문학의 한국화 그리고 문학 속에서 인본적 가치의 발견이 사실상 융합이다. 이제 하나만 가지고는 안 된다. 콘텐츠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더 재밌게 해야 하고, 더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설득력을 줘야 하는데 지금은 부족하다. 내가 볼 때는 전공의 과감한 재조정이 필요하다. 대학 교수님들이 많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 대학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 중 하나이다. 현실의 이해관계가 있고, 변화보다는 그냥 계속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다. 학과 단위 교수들이 변화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키워드는 융합이다. 이 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과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융합을 하되 학문의 기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학문적인 영역에 있어서 기초를 다지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융합이라 하면 (기초단계가 아닌) 윗부분에 있는 걸 생각한다. 융합의 가치는 기반을 견고히 할 때 생긴다. 전공이 무엇이든 깊이가 있어야 한다. 기초 학문과 기본 학문에 대한 습득과 이해를 견고히 하면서 다른 분야와 접목되는 부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기술이라던가, IT 분야의 기술을 활용하면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더 가치 있는 결과는 만들어 낼 수 있다. 교육기관인 대학의 정체성이 학문의 요람에서 최근에는 취업을 위한 역할까지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총장님께서는 대학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십니까? 역사적인 맥락에서 봐야 한다. 근대 대학은 학문의 요람이었다. 역사, 철학, 신학 등은 어느 분야의 직업을 갖든 기본으로 인간이 알아야 할 지식이었다. 현대 21세기 대학은 고전적인 의미의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학문을 토대로 해서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구축해 나갈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다. 학문의 전당과 취업 준비를 하는 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다. 대학은 가급적이면 학문과 취업 준비, 이 두 가지를 두고 학생들이 같은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대안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테면 의학, 법학 같은 경우 배우는 학문과 갖게 될 직업이 유사하다. 그러나 인문?사회 쪽은 기본역량을 토대로 또 다른 직업을 택할 수 있게 역량을 배양해야 될 것이다. 학문과 취업을 두고 이분법적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 21세기 대학의 역할은 학문의 전당 속에서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일하게 하는 것이다. 학문의 전당과 취업을 위한 노력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 내에서도 1,2학년 때는 학문적인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3,4학년 때 그 기반 위에서 탑을 쌓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끝으로 학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내 영혼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율적인 인간, 독립적인 인간, 주체적인 인간, 능동적인 인간, 적극적인 인간이 돼야 한다. 어느 직장을 가든 내가 진정한 이 일의 주인이라고 하면 그 직장에서 환영받을 것이다. 내가 사장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해라. 내가 나의 주체가 돼야 한다. 또한 울산대학교 학생들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아주 좋은 지역적 환경을 갖고 있다. 창업자 정주영 선생의 뜻만 배워도 큰 공부일 것이다. 울산대학교 학생들이기 때문에 더 자부심을 갖고, 더 책임감을 갖고,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나아가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기성찰 또한 매우 중요하다. 울산대학교 학생으로서 더 견고한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 정리=이예지 기자 cjvj321@mail.ulsan.ac.kr 사진=김예은 기자 dmsdl1103@mail.ul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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