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미로] 축제의 주인공은 | |||||
작성자 | 이** | 작성일 | 2017-06-22 | 조회수 | 7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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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축제 라인업 봤어?”, “친구 학교에는 싸이 온다던데 우리 학교에는 누가와?” 축제 기간이 되면 학우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다. 어느 학교에 누가 오는지, 우리 대학교에는 어떤 연예인이 오는지. 학우들은 SNS를 통해 학교별 축제 참여 연예인 명단, 일명 ‘라인업’을 서로 공유한다. 얼마나 유명한 연예인이 오는지와 몇 명의 연예인이 오는지는 해당 학교 축제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전국 134개 4년제 대학 축제 예산에서 연예인 섭외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43%(3,411만 원)였다. 일부 대학은 50%를 훌쩍 넘기기도 하고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는 10명이 넘는 인기 가수를 부르며 가수 섭외비로만 수억 원을 지출했다. 이러한 금액을 감당하기 힘들어 학우들에게 티켓을 판매하는 학교도 있다. 티켓은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몇십만 원대의 암표로 판매되고 이는 학교마다의 골칫거리가 됐다. 한 학교의 축제는 해당 학교의 고유한 전통보다도 연예인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자리로 탈바꿈했다. 실제로 일부 학생들은 대학 축제를 ‘연예인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자리’ 혹은 ‘공연보다 저렴한 값에 볼 수 있는 기회’로 여기니 말이다. 현재 상당수의 학교는 학우들의 고민을 표면에 내놓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보다도 유명 연예인을 섭외하는 것을 급선무로 여긴다. 우리 대학교 한 학우는 연예인을 부르는 축하 공연에 돈을 더 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언제부터 대학 축제가 학우보다 공연을 중심으로 하는 ‘콘서트장’이 돼버렸을까. 성공회대는 올해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축제를 위해 ‘연예인 없는 축제’를 만들었다. 축제에 가수들의 축하 무대는 없었지만 심상정 토크콘서트, 가요제, 멍때리기 대회, 포토존 부스 체험 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물론 연예인을 불렀을 때만큼의 큰 호응은 이끌어내기 어려웠지만 ‘소수가 소외당하지 않고 모두가 평등한 축제를 만들려고 했다’는 그들의 취지에는 부합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단 하나다. 사실 연예인이 있는 축제와 연예인이 없는 축제보다도 ‘어떻게 더 많은 학우가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느냐?’는 것. 그것이 축제 본연의 목적이다. 이번 축제의 만족도 설문조사를 위해 일주일 동안 학교 곳곳을 누볐다. 예상외로 축제에 참여하지 않은 학우들이 상당히 많았다. ‘너무 바빠서’, ‘재미없어서’ 등 모두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감추기는 어려웠다. 우리는 1980년대부터 봄 축제를 ‘대동(大同)제’라 불러왔다. 다 함께 크게 어울려 화합한다는 뜻의 대동(大同), 오늘날 우리의 축제는 과연 대동제인가.
손지윤 기자 yoon1127@mail.ulsan.ac.kr <저작권자 ⓒ 울산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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