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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 "나는 공주가 아니다"
작성자 손** 작성일 2017-03-17 조회수 427

 

모아나(2017) 포스터

 디즈니가 <모아나>를 통해 여성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서사를 내놓았다. 기존의 디즈니 프린세스는 마른 팔다리와 잘록한 허리로 획일적인 체형을 가졌었다. 또한 왕자에게 의존하는 주체성 없는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디즈니는 <겨울왕국>의 엘사를 공주가 아닌 왕으로 그려내는 것을 시작으로 여성 캐릭터에게 능동성과 주체성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모아나>는 주인공의 능동성과 함께 서구화되지 않은 외모와 건강한 신체 등으로 더 한발 앞서나간 모습을 보였다.

 

모아나 앞에 놓인 족장과 모험가의 선택지 모두 페미니즘 서사로서 가치를 가진다. 족장으로서의 모아나는 어떠한 제재도 없이 리더의 자리에 올랐다. 모아나가 권력을 획득함에 있어 성별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는 현실 속에 팽배한 성 역할에 대한 해체로 받아들일 수 있다. 모험가로서의 모아나는 더 큰 의의를 지닌다. 모아나가 바다로 나가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여성캐릭터라서겪게 되는 장애물은 단 하나도 없다. 기존의 여성주인공들은 목표를 실현함에 사랑, 모성애 등의 감정적 장치에 구애받아왔다. 이는 주인공을 다양한 면을 가진 인간이 아닌 사회에서 규정하는 여성으로 그려내는 행위였다. 감정에 휘둘리고 냉정하지 못하고 자기실현 욕구보다 모성애가 앞서는 그러한 캐릭터들 말이다. 모아나가 목표를 향해 달려감에 있어 고난과 역경은 있지만 그녀는 스스로 극복해나간다. 마우이에게 배를 조종하는 법을 배워 스스로 키를 몰고 용암 괴물 테 카의 약점을 파악해낸다. ‘테 피티의 심장을 돌려주는 것도 모아나다. 모아나의 선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모아나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마우이는 영화 초반 모아나에게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며 맨스플레인을 일삼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남자들의 영웅이라는 대사를 통해 마우이는 마초적 남성상을 선망하는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서 그쳤다면 모아나는 페미니즘 서사를 담은 영화하는 평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용맹함을 과시하던 마우이는 용암괴물 테 카 앞에서 잔뜩 약해진 모습을 보인다. 그가 쌓아온 맨박스가 허상이었음을 보여준다. 갈고리는 마우이가 추구하는 영웅의 상징과도 같다. 영화 후반부에는 갈고리가 없어도 나는 마우이다라는 대사를 남긴다. 모아나를 통해 변화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디즈니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백설 공주와 신데렐라 등 남성중심사회 속에서 소비되는 왜곡된 여성상을 가진 캐릭터에서 독립된 한 인간으로 존재하는 모아나까지. 계속해서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물론 <모아나>가 완벽한 페미니즘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디즈니는 여성 소비자들의 피드백과 요구를 이해했고 영화로 그려내며 문화 콘텐츠 생산자가 가져야 할 올바른 면모를 보여줬다. 인권 이슈에 대해 고찰하며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디즈니의 차기작 또한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예지 기자 cjvj321@ulsan.mail.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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