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인형뽑기에 열광하는가 | |||||
작성자 | 이** | 작성일 | 2017-03-17 | 조회수 | 11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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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뽑기 신드롬 다양한 분석 쏟아져 SNS유저 “가난한 취향의 유행”·
대학가 거리는 청년세대들이 향유하는 ‘문화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옷가게를 보면 유행하는 패션을 알 수 있고 잘 팔리는 메뉴를 보면 요식업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유행에 민감한 대학가에 ‘인형 뽑기’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 대학교 앞 바보사거리를 거닐다 보면 2분에 한 번꼴로 인형뽑기방을 마주칠 수 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인형뽑기방 점포 수는 2015년 12월 21개에서 2017년 1월 1,164개로 늘어났다. 약 2년 만에 점포 수가 5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인형뽑기를 콘텐츠로 하는 인터넷방송들도 앞다투어 생겨나고 있다. 인형 뽑기가 유행하며 이에 따른 범죄들도 늘었다. 절도 범죄부터 불법 개조까지 여러 폐단이 발생했다. 단순히 인형 뽑기가 주는 재미가 이러한 광적인 열풍의 원인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대학생들이 인형 뽑기에 열광하는 이유를 ‘가난한 취향의 유행’이라고 지적한 SNS 글이 6,600명의 공감을 얻었다. 다음소프트사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인형 뽑기’와 ‘가난’이 함께 언급된 것이 9,783건이라고 한다. 현재 20대들은 6.25 전쟁 이후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고 불린다.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하는 가난을 더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세대라는 것이다. SNS상에서는 ‘가성비’라는 단어가 범람하고 있다. 맛집 추천과 여행지 코스 추천 등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가성비’는 본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뜻으로 지불하는 값보다 양질의 것이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하는 금액의 크기와는 상관이 없다. 20대의 가성비는 ‘투자 금액이 적을수록’ ‘많은 양의 대가를 얻을수록’ 좋은 것이 되었다. 그 단적인 예가 인형뽑기와 편의점 문화다. 단돈 몇천 원을 투자해 더 비싼 값의 인형을 얻을 수 있는 인형 뽑기가 유행한다. 유명 레스토랑의 메뉴를 편의점 음식으로 조합해 따라 한 레시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는 90년대에 경제불황을 겪었던 일본의 모습과 흡사하다. 취업 경쟁과 실업난에 시달리던 당시의 일본도 인형 뽑기가 메가 히트를 쳤고 편의점 문화가 고도로 발달했다. 여가조차 가성비를 따져야 하는 ‘가난한 취향의 유행’은 정확한 지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인형 뽑기가 취업난과 경쟁사회에 지친 20대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 겨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형 뽑기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 조이스틱을 쥔 자의 신분과 사회적 지위는 결과와 상관이 없다. 많은 노력을 투자하지 않아도 확률에 따라 곱절의 대가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경쟁사회에 지친 이들에게 일종의 탈출구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웰빙’이 유행하던 시대가 있었다. 더 건강하고 더 질 좋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대였다. 2017년 최저시급은 6,470원으로 여전히 7천 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역대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10명 중 1명이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 학자금대출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대학생들이 ‘가난한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다.
이예지 기자 cjvj321@mail.ulsan.ac.kr <저작권자 ⓒ 울산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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