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명의 촛불, 오천만의 뜻을 밝히다 | |||||
작성자 | 이** | 작성일 | 2016-12-09 | 조회수 | 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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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든 젊음, 함께한 뜻 지난달 12일 열린 청년총궐기집회에서 대학생들이 거리 행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이예지 기자)
박근혜 게이트로 속속들이 밝혀진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한민국은 연일 떠들썩하다. 이화여대의 ‘해방이화’ 시위를 시작으로 전국 각 대학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지난달 12일 진행된 민중총궐기 중 청년총궐기 집회에는 전국에서 총 7천 명의 대학생이 참가해 행진했다. <울산대신문>은 청년총궐기 행진부터 100만 명이 모여 소통과 연대의 장을 연 광화문 광장까지, 그 생생한 현장을 취재했다.
매서운 한파가 한풀 꺾인 지난달 12일, 서울역은 전국 각지에서 광화문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광화문에서의 본 집회를 앞두고 서울 곳곳에서는 이미 각종 총궐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에 몸을 싣고 청년총궐기가 열리는 마로니에 공원에 도착하자 혜화역 입구부터 늘어진 시국개탄 구호문과 깃발, 현수막들이 시민들의 빈손을 메우고 있었다. 마로니에 공원 한쪽에서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선언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하얗게 머리가 센 노인들이 ‘박근혜 퇴진’이 적힌 깃발을 힘차게 휘두르고 있었다. 청년총궐기의 주인공인 대학생들까지 모이자 마로니에 공원의 2차선 도로는 어느새 시위 물결로 인산인해였다. 청년총궐기는 집회 주최 측의 안내에 따라 권역별로 조를 짜 행진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주최 측은 시위 요구안으로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 직업교육 훈련생 차별 철폐와 노동법 교육 의무화, 대학구조조정 반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질서정연한 시위를 위해 마련된 트럭에는 음향장비와 함께 간이 무대가 설치됐고 그 위에 올라선 발언자들이 행진하는 인파를 통솔했다. 선두에 선 1군의 행진이 시작되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학생들은 모교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목청껏 외치기 시작했다. 집회 발언자들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우리의 삶을 파탄 낸 그들만의 정부를 거부한다”며 “우리의 삶과 미래를 되돌리기 위해 촛불을 들고 행진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최순실을 구속하라’ ‘기업들도 공범이다’ 청년총궐기에 모인 7천 명의 목소리가 하나 돼 도로 한복판을 메웠다. 시위 행렬은 청년들의 궐기를 응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탑골공원에 이르렀다. 공원 안에서는 3천 명의 중고등학생이 모여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있었다. 잠시 구호 외치기를 중단하고 청소년들의 용기 있는 선언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이를 두고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거리로 나온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보고 희망을 느꼈다”라는 말을 남겼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한 학우는 “우리는 혁명이 아닌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는 발언으로 시민들에게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았다. 한양대학교의 법학전문대학원생은 헌법 제1조, 2조를 읊으며 부패한 권력에 눈 감는 선배 법조인들을 향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지 말라”고 외쳤다. 광화문에 가까워지자 이미 모여 있던 시위 인파때문에 행진은 점차 더뎌졌지만, 열기는 오히려 더해졌다. 가족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이연우(충북음성·9세)군은 고사리 손으로 쥔 촛불을 내보이며 “사람들과 함께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깃발과 평화의 소녀상을 본뜬 조형물은 시위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들었다.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시국선언을 하며 종교 화합의 장을 연 모습 또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총 100만 명의 시민이 모였고 전국 60개 지역에서 촛불시위가 동시에 이뤄졌다. 청소년, 청년, 노동자, 농민 등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박근혜 정권의 퇴진과 최순실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어지는 19일 시위에는 전국적으로 90만 명이, 26일 시위에는 160만 명이 거리로 나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시위에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은 8시 정각에 맞춰 1분 간 소등을 하거나 경적을 울렸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되찾기 전까지 국민들의 촛불행렬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예지 기자 cjvj321@mail.ulsan.ac.kr <저작권자 ⓒ 울산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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