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아닌 '우리'가 될 때까지 | |||||
작성자 | 손** | 작성일 | 2016-10-07 | 조회수 | 6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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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생포 고래 문화 마을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쉽게 관광을 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했다.
장애인 인권, 당사자 아니면 나몰라라
나아졌다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한참 멀었다”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배려 아닌 ‘필수’ 돼야
인권 기획 - ② 내몰린 장애인 인권
“이번 수업은 5층이야. 계단 올라가기 힘들어” 몇몇 학우는 다리가 아프다며 투덜대기 일쑤다. 그러나 5층은커녕 2층도 올라가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2015년 기준 전국 인구수 5,100만 명 중 장애인 수는 250만 명이다. 우리 사회의 5%를 구성하고 있는 장애인들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살면 불편하겠다”, “어쩌다 그렇게 됐어” 장애인들은 걱정과 동정심으로 포장된 언어폭력과 불편한 시선을 끊임없이 받는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 사회를 꾸려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울산대신문>은 지난 9월에 이어 인권 기획 두 번째로, 비장애인이라 놓쳤던 장애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지금 우리 대학교는 <울산대신문>은 기본적인 장애인 편의시설을 승강기, 건물 입구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로 크게 나누어 우리 대학교 45개 건물을 모두 직접 조사했다. 장애인 편의법 시행령에 따라 1998년 이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문화 및 집회시설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때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승강기, 점자블록, 경사로 등을 말한다. 조사 결과, 우리 대학교의 전체 건물 중 기본적인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설치된 건물은 45개 건물 중 7곳뿐이다. 우리 대학교의 1998년 이후에 지어진 건물 17곳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설치된 건물은 7곳으로 17개 건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곳조차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거나 유명무실하다. 승강기는 휠체어가 들어가기 턱없이 좁고 경사로에는 학우들의 자전거 수십 대가 놓여있다. 장애인 화장실은 표지판만 붙어 있고 실재하지 않거나 청소 용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우리 대학교 기숙사 또한 장애인 편의시설은 4개 건물 중 남학우 기숙사인 기린관(2012년 준공)에만 설치돼있다. 현재 사생 자치 회장 이원형(항공우주공학·4) 학우는 “기숙사 인원을 선발할 때 장애인 배려전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기숙사 내 장애인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지체장애인 A씨는 “울산대학교에 입학하려고 했는데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해 다른 학교로 입학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집 밖은 위험해 건물 밖도 예외가 아니다. 볼라드는 자동차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장애물이지만 기준법에 어긋나게 설치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이동을 방해하고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및 보도 설치 관리지침'에 따르면 볼라드는 장애물로 간주될 수 있어 높이나 재질을 규제하고 시각장애인들을 고려한 점형 블록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볼라드 26만 6,379개 중 법정 규격을 준수하지 않은 볼라드는 4만 3,479개로 전체 비율 16.3%를 차지한다. 울산 북구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윤여현 소장은 “저상버스가 부족하고 휠체어를 타고 정류장에 나갔을 때 그냥 지나치는 버스 기사들도 많을 뿐 아니라 버스를 타기 위해 내려가야 하는 정류장 턱도 걸림돌이 된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현재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는 울산의 총 851개의 버스 중 106대(약 12.4%)다. 울산광역시 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현재 시내버스 총 104개 노선 중 20~30개 노선에만 저상버스가 있으며 저상버스의 배차 간격은 약 40분 정도다. 울산광역시청 버스정책과 정해숙 주무관은 “저상버스가 일반버스보다 가격이 비싸고 적은 인원을 태워 저상버스를 늘리는 데는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는 울산광역시의 저상버스를 10대 더 늘리려고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우리가 마음 편하게 영화를 보러 가는 일도 마찬가지다. 헌법 제11조 제1항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영화 상영관의 통로는 계단으로 돼 있고 장애인석을 찾아보기 힘들다. 장애인석은 대부분 기피하는 스크린 맨 앞좌석이나 맨 뒷좌석에 자리가 마련된다. 휠체어를 탄다면 중간 쪽 좌석은 선택할 수 없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실제 공연장의 면적이 300㎡ 이상, 전체 관람석 2,000석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장애인 전용 좌석을 20석, 이하면 1%를 각각 설치토록 돼 있다. 현재 전국 영화관 개수는 총 439개, 그 중 장애인 전용 좌석이 설치된 곳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서울시 소재의 대형 영화관조차도 장애인 전용석 비율은 전체 좌석의 고작 1~2% 정도다. 이처럼 장애인들이 여가생활이나 문화생활을 즐기기에는 불편함이 많은 현실이다. 청각 장애인을 위해 일부 영화관에서는 베리어 프리(청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등) 영화를 상영한다. 현재 울산에도 베리어 프리 영화가 상영 가능한 영화관이 있다. 국내 영화는 자막이 없어 청각 장애인들이 관람하기 어려웠지만 베리어 프리 영화는 한국영화에도 자막을 사용해 원활한 관람을 할 수 있다.
말 속에 녹아든 우리 인식 지난 2012년 KBS <1대100>에 출연한 한 아나운서는 한자 문제를 맞히지 못해 탈락한 후 "저는 한자 장애인이었습니다"라고 말해 비난 여론에 휩싸인 적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병신 같다. 귀머거리야?” 혹은 “장애인 같다” 등의 욕설로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임을 간과한 채 사용하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장애우’라는 표현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 표현은 1987년 장애우 권익 문제연구소가 설립되며 탄생했다. 불구자, 장애자 등 비하 표현이 만연했던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장애우라는 표현을 적극 사용했다. 그러나 장애우라는 표현은 1인칭으로 쓸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장애인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쓰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편견을 강화시킨다는 문제로 장애우가 아닌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권장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일부 미디어가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장애를 가졌다고 폭력을 쓰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장애인은 드물다. 이를 일반화시켜 미디어 매체들이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입하기도 한다. 영화 ‘마더’는 장애인 역할의 원빈(윤도준 역)을 살인범으로 몰아가면서 장애인에 대한 무서운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우려가 있었다. 윤여현 소장은 “사소한 문제라도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른다”며 “작은 것에서부터 인식이 많이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손지윤 기자 yoon1127@mail.ulsan.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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