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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따위 있습니다
작성자 이** 작성일 2016-10-06 조회수 937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페이스북에서 그거 봤는데….”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 나도 봤어”라는 답변이 들려온다. 음악 차트 Top 100을 안 듣고는 요즘 세대라고 할 수 없 다. 또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를 보지 않고 서는 친구들과 대화에 껴들 수도 없는 상황이 다. 이것이 21세기 정보화시대, 즉 요즘 세대 다. 대세를 따라야 일상생활이 편리하다.

  초등학생 시절 일기장에 매일 시를 써서 제출 했다. 일주일이 넘어서자 선생님이 빨간색 볼 펜으로 ‘시도 좋지만 내일부터는 일기를 써오세 요.’라고 적어놓았다. 한창 시를 쓰는 것에 재미 있었던 나였지만 선생님께 혹시 혼날까 무서워 그날 바로 일기를 써서 제출했다. 만약 선생님 께 시를 쓰고 싶다고 선생님께 의사를 밝혔다면 어떻게 됐을까? 시인이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 다.  이러한 나의 소신을 말하지 못하는 삶은 사춘 기에 접어들면서 더 심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따로 있었지만 대부분 친구들이 좋아하 는 가수를 좋아하는 척 그 가수의 노래는 물론 가수 스티커를 필통에 붙여 놓기도 했다. 이뿐 만이 아니라 신발도 외투도 심지어 치마 길이마 저 친구들과 함께 비슷하게 자르기도 했다. 이 런 나의 행동은 남들과 비슷해지는 것에 급급해 소신을 표현할 용기와 시간이 나지 않았다.

  대학생이 된 지금,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시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해서 선생님이 나를 혼내지 도 않았을 것이며 내가 다른 가수를 좋아한다고 해서 친구들이 나를 왕따를 시키지도 않았을 것 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현재에도 나는 굳이 소신을 표현하지 않는다. 현재의 나는 수업시간 에 교수님이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요?”라는 질문을 듣고 분명 그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이 있지만 대답하지 않는다. 이런 간단한 소신조차도 숨기는 삶에 익숙해져버렸다.

  이는 내가 특이한 경우라서가 아닌 요즘 사람 들은 그렇다. 같은 페이스북을 게시물을 보고 음악 차트 TOP100을 들으며 인기 있는 드라마 를 보는 요즘 사람들의 특징이다. 이 행동이 잘 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생 활을 함으로써 어느 순간 평범한 것의 틀이 생 겼다. 그 틀을 벗어나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어긋남의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현실이 안타까 울 뿐이다.

  로이킴의 <청개구리> 중에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뿐이야’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우물 안 의 개구리라도 행복하며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나’다. 요즘 사람인 현실은 좋지만 요즘의 내가 누구인지 생각할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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