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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코르셋을 벗고 페미니즘을 입다
작성자 이** 작성일 2016-09-09 조회수 721

<울산대신문>은 지난달 15일부터 26일까지 우리 대학교 학우를 대상으로 여성인권조사(응답자 138)를 시행했다.

 

할리우드 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왜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 페미니즘은 평등을 얘기할 뿐이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글래머지에 기고한 칼럼에 “21세기의 페미니즘이란, 모두가 평등할 때, 우리 모두가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 인권과 페미니즘이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 와중에 국내에서도 그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울산대신문>은 인권 기획 3부작의 시작으로 여성 인권을 페미니즘과 함께 다뤘다.

 

학우 75%, 우리 사회 남성이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

꾸미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성을 포기했다는 말을 들었다”, “고등학교 때 야자를 마치고 늦은 밤 혼자 집에 가던 중에 술에 취한 남자들에게 성폭행 당하고 싶냐는 소리를 들었다”, “호프집에서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누나가 있었는데 만취한 아저씨가 누나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내가 바로 제지하고 대신 주문을 받아 그 이상의 일은 없었지만, 누난 얼마 후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울산대신문>은 지난달 15일부터 26일까지 우리 대학교 학우를 대상으로 여성인권조사(응답자 138)를 시행했다.

 위 사례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차별과 불이익을 당하거나 목격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의 답변들이다. 학우 조사만으로도 사회 내 만연한 성차별과 여성 혐오를 체감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75%의 학우가 우리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또 학우들의 약 75%가 직접 여성으로서 차별을 겪었거나, 여성이 차별을 겪는 것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차별을 겪거나 목격한 장소는 약 51%의 학우가 직장(아르바이트 포함)이라 답했고, 가정과 학교가 18%로 뒤를 이었다. 페미니즘에 대해 전체의 약 90% 학우가 최소한 이름은 들어봤다고 답했고, 95%의 학우가 SNS, 인터넷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접했다고 답했다.

 

 

일상 생활에 깊게 박힌 여성 혐오

현재 우리나라 여성 인권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우리 사회 내 만연한 여성 혐오이다. 여성 혐오란 단순히 여성을 증오하고 미워하는 행위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을 하나의 상품으로 여기는 행위, 여성에게 완전무결함을 씌우는 행위, 여성을 상업적 존재나 성적 욕구를 푸는 대상으로 여기는 행위 등도 모두 여성 혐오에 해당한다. 이러한 여성 혐오 행위의 공통점은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을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시킨다는 점이다. 즉 여성이 자의로든 타의로든 코르셋을 매도록 만든다. ‘김치녀와 같은 직접 혐오를 드러내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여성 혐오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여자는 꽃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언뜻 들으면 칭찬인 것처럼 느껴진다. 위의 문장은 여성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철저히 남성의 시각에서 대상화시킨 결과물이다. 꽃이라는 이미지가 깨어졌을 때를 생각해보면 된다.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실수도 여성은 이기 때문에 용납되지 않는다. 여성에게는 아름다움이 무기라고들 한다. 그 무기를 누가 부여했는지 생각한다면 아름다움이 무기가 되는 사회의 부당함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여성 혐오는 여성들조차 깨닫기 힘든 것이 많다.

 

페미니즘의 새로운 물결

이러한 여성 혐오가 계속 이슈화되고 여성 인권에 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페미니즘 운동에 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페미니즘이란 여성 억압의 원인과 상태를 기술하고 여성 해방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운동 또는 그 이론이다. 울산 여성의 전화강혜련 대표는 수년간 우리 사회에 여성 인권 문제가 곪아 있었는데, 지난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들이 그동안 느껴왔던 생존에 대한 위협과 함께 물 밑에 숨어있던 성차별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국내 페미니즘 운동은 1990년도에 뜨겁게 시작됐다. 당시 수많은 대학에서 여성학 강의가 열렸고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연대 활동도 활발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고, 취업도 힘들어지자 페미니즘 운동의 열기가 식었다. 정권 교체 후 여성 운동 단체에 대한 지원이 급감한 것도 여성 운동의 축소에 한몫했다. 무엇보다 호주제 폐지나 성매매 방지법 통과 등 표면적인 문제가 해결되자 그 이후의 여성 운동 방향이 애매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강혜련 대표는 페미니즘이 재부상하는 이유를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심어준 성 평등 사회에 대한 환상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히 여성들은 사회 진출 후 유리천장·경단녀(경력단절 여성) 등의 벽과 마주하게 된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과 달리 여전히 현실은 여성이 약자임을 깨닫게 되기에 페미니즘이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현재 페미니즘은 기성 페미니즘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 내 성차별을 고발하고 투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주로 온라인상에서 집결하며 여성 인권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여성 운동가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모이고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는 하나의 광장이 만들어진 셈이다. 강남역 포스트잇 붙이기 운동과 넥슨 부당해고 시위등도 SNS를 통해 퍼져나간 여성 운동이다. ‘미러링또한 재부상한 페미니즘의 특징이다. ‘미러링이란 말 그대로 거울을 비춰준다는 뜻이며, 여성들이 당하는 혐오의 대상을 남성으로 바꾸어 여성 혐오자가 스스로 문제를 깨닫게 하는 운동이다.

강 대표는 기성 페미니스트들은 호주제 폐지나 성매매 방지법 등 법과 제도적 측면이 바뀌면 성 평등 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성차별이 만연하고 오히려 그때보다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페미니즘 운동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미러링은 여성 혐오자에게 자신의 혐오를 그대로 마주하게 하며 충격을 안겨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궁극적으로 여성이 외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데에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더 다양하고 건설적인 운동들은 사회 구성원들의 연대를 통해 나올 것이라 덧붙였다.

강 대표는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여성스러움이라는 성 역할을 고정하는 단어가 의미를 잃게 되면 남성스러움또한 사라지게 된다이처럼 페미니즘은 양성평등을 지향하며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하는 운동이다고 말했다.

이예지 기자 cjvj321@mail.ulsan.co.kr

김지훈 기자 gns3150@mail.uls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