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그녀들의 운동 | |||||
작성자 | 김** | 작성일 | 2016-09-09 | 조회수 | 6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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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러제트(2015)
수십 년 전에는 흑인이 백인과 같은 버스를 탈 수 있는 당연한 권리가 인정되지 않았다. 이처럼 지금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 있다. 여성 투표권이 그렇다. 약 100년 전만 해도 여성에게 투표권은 없었다. 영화 <서프러제트>의 배경이 되는 20세기 초 영국은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면 사회의 혼란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여성의 참정권을 금지한다. 서프러제트는 '여성 운동가'라는 말이다. <서프러제트> 주인공 모드 와츠는 여성 참정권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양육권을 뺏기고 집에서 쫓겨난다. 당시 남성들은 정치와 투표는 남성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남성의 참정권은 돈 있는 사람들에게서 돈 없는 사람들, 평민들에게까지 확대됐으나 여전히 여성 참정권은 인정되지 않았다. 여성들은 이러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본인들의 권리를 꾸준히 주장했다. 비폭력 시위를 진행했음에도 자신들의 의견이 묵살 당하자 돌을 던지고 폭탄을 터뜨리는 등 적극적인 저항을 시작한다. 기득권 남성들이 왜 그렇게 과격한 시위를 하냐고 묻자 “우리가 폭력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그들이 유일하게 이해하는 말이기 때문이다”고 답한다. 영화를 본 누군가는 ‘이런 시위가 너무 과격하지 않나?’고 생각할 수 있다. 얌전한 노동조합의 시위를 싫어하는 CEO도 없고, 얌전한 쿠데타를 싫어하는 왕은 없다. 기존의 사회 악습을 폐지하고 사회를 개혁시키기 위해서는 기득권 세력이라는 거대한 벽과 마주 싸워야 한다.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투쟁을 무조건 비난하는 게 옳은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서프러제트>라는 영화가 인상 깊은 이유는 서사 속에 뛰어난 지략가도 특별한 영웅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연대를 이루고 부당함에 맞선다. 영화와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법적으로는 여성과 남성은 평등하나 현실 속에서 여성들이 받는 크고 작은 차별은 여전하다. 만약 주인공이 혼자 투쟁했다면 성공적으로 끝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성들끼리의 적극적인 연대활동이 당시 여성 참정권 운동을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성차별과 억압들은 여성 간의 연대를 넘어서 사회 구성원들의 연대로 극복해야 한다. 여성혐오가 얼룩진 지금 사회를 봤을 때 <서프러제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영화에 대해 몇몇은 그들의 운동이 너무 과격하다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이 세상을 바꾼 건 얌전히 그 사회에게 안주한 사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위를 통해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라고” 김지훈 기자 gns3150@mail.ul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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