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온다는 것 | |||||
작성자 | 이** | 작성일 | 2016-09-07 | 조회수 | 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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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에 뙤약볕이 내리쬐는 것은 계절의 순환으로 보아 으레 있을 법한 자연적 현상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도 올해는 유달리 여름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면이 없지 않았다. 이전의 ‘일사병’을 대신하여 ‘온열병’이라는 말이 신문지상에 종종 언급되더니, 공공기관까지 나서 냉방장치가 마련된 ‘무더위 쉼터’를 알리느라 부산을 떤 것을 보면, 올 여름의 날씨가 가히 덥긴 더웠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한 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즈음이면, 그것을 잠깐이나마 잊게 하는 사건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올 여름에는 올림픽 경기가 그 몫을 하였다. 우리는 한 여름에, 그것도 한 밤중에 대양을 건너 전해오는 올림픽 경기 소식에 한 동안 무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냉방 장치가 무더위 쉼터 노릇을 한 것이 아니라, 올림픽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열정어린 청춘의 몸짓이 그 자체로 무더위 쉼터를 제공한 셈이다. 특히 펜싱 경기의 한 선수가 상대방의 몸 여기저기를 창끝으로 찔러대며 불가능에 가까운 점수를 일시에 획득하여 승리를 일구어내는 장면은 압권이라 할 만하였다. 더구나 그는 패색이 짙어가는 중에도 ‘나는 할 수 있다’는 말을 그의 마음 속 깊이깊이 새겼다니, 그의 용기와 패기에 그저 놀랍기만 하다. 열정과 노력만이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라, 용기와 패기도 청춘의 전유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의 그 용기와 패기를 가리켜, 호사가들은 ‘캔두이즘’(candoism)이라는 솔깃한 신조어로 소개한 바 있지만, 굳이 신조어를 빌 필요도 없이, 그의 승리는 ‘정신을 한 데 모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精神一到何事不成)는 회자명구를 떠올리게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특별히 성공을 거둔 사람들에게는 그의 비밀병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의 청년의 경우, ‘나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자세가 그의 비밀병기이었다는 식이다. 그런데 예의 청년은 평소 그러한 비밀병기를 가다듬으며 자신의 삶을 산 것이 아니다. 그 동안 그는 누구보다도 피땀 어린 훈련과 단련을 거듭하며 단단한 몸과 강인한 정신을 기르는 데에 온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그는 경기에 참여하여 단련된 몸과 정신을 오롯이 쏟아 부었다. 이 사실 이외에 무엇으로 그의 감격스러운 승리의 요인을 여실하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그의 고된 훈련과 단련의 과정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그가 마음에 새겼다는 비밀병기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그의 남다른 성공을 한두 가지 비밀병기로 간단히 요약하기에는 그가 흘린 땀이 너무 많고 그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열정이 너무 뜨겁다. 청년은 힘은 넘치되 지혜가 모자라고 노인은 지혜는 넘치되 힘이 모자란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가능하다. 누군가가 그 노인들에게 백년을 사는 데에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뜻밖에도 인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백 년의 과제인 인격을 함양하기 위해서나 앞의 청년의 열정과 패기를 기르기 위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결코 예의 그 비밀병기는 현실적 방안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차라리, 현재 우리 각자가 하고 있거나 마땅히 해야 할 일에 시간과 능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땀을 흘리고 수고를 아끼지 말라는 것이 더 타당한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 어느덧 계절은 늦여름을 뒤로 하며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이즈음 대학은 자신의 몸과 마음의 결을 더욱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들려는 사람들로 생기를 더할 것이다. 언제나 신학기는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 9월의 가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울산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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