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이 전하는 메시지 | |||||
작성자 | 권** | 작성일 | 2016-06-05 | 조회수 | 10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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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노래방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2시간이나 기다려 여성을 살해한 이 사건을 단순한 살인사건으로 보지 말자는 의견이 SNS를 통해 번졌다. 결국 살인 사건은 여혐(여자 혐오)과 남혐(남자 혐오)을 가르는 논쟁으로까지 이어졌다. ‘모든 남자를 범죄자로 만들지 말자’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 ‘여자가 밤늦게 다녀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란 입장 간의 충돌이었다. 살인사건에서 혐오 싸움으로 번진 이 사건을 경찰학 전공 강지현 교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번 사건은 여성혐오보단 개인의 정신이상에 원인이 있는 사건이다. 여성혐오가 사회적 현상으로 낱타난 것이라면 여성혐오에 기반을 둔 다양하고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야 한다. 행동 유형이 다르더라도 비슷한 동기나 의도를 가진 범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정신 이상자였고 그가 정상적인 판단에 따라 특정인을 혐오한 것이 아니기에 정신 질환적인 피해망상이 여성을 대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전에도 피해자가 여성인 묻지마 사건이 있었지만, 여성혐오 논란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달랐다. 그 차이는 최초의 언론 보도에 있다. 언론은 가해자가 정신이상자라는 것보다 화장실에서 여성을 노리고 기다린 행위에 집중했다. 언론이 혐오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에 대한 범죄로 인식되는 이유다. 혐오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뉘앙스는 자극적이다. 이런 단어를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대중에게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사건이 발생한 강남역 근방은 젊은 사람들의 도심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장소에서 무고한 젊은 여성이 피해자가 되고 젊은 남성이 가해자가 됐다. 이 점은 젊은 여성들이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고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보이게 했다. 물론 이 범죄를 혐오범죄로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희생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의 사례를 사회적 현상으로 보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형사 정책에서 주의를 기울여서 사회에 이런 범죄가 재발하는 것을 막겠다는 측면에선 증오 범죄에 초점을 두는 것이 의미가 있다. 가해자가 정신이상자이기때문에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 사건의 범주에 넣는 것은 과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사건을 기존의 묻지마 범죄와 다르게 보아야 할 점은 피해자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는 점이다. 대중이 사회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추모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1980년도에는 여자가 밤에 상해를 입으면 피해자를 비난 했다. 그동안 가해자의 인권이 언급된 적은 있어도 피해자 가족의 슬픔을 논한 적은 적었다. 이와 같이 피해자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공론화하는 분위기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정리=권오인 수습기자 kwon7108@mail.ulsan.ac.kr <저작권자 ⓒ 울산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