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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으로 돌아간 보존 계획···국보가 위험하다
작성자 이** 작성일 2016-06-05 조회수 400

 반구대암각화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태화강 암벽에 새겨져 있는 그림으로 1971년에 발견돼 국보 제285호로 지정됐다. 지난 2009년 문화재청이 우리나라 일부 문화재의 가격을 매긴 결과, 반구대암각화의 가치는 4천926억 원으로 그중 가장 높게 측정됐다. 반구대암각화 유적보존연구소 이하우 교수는 “세계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암각화 중 해양 동물 관련 암각화는 굉장히 희귀하다”며 “다른 해양 암각화와 달리 고래의 종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고 포경 장면도 그려져 있어 더 가치 있다”고 말했다. 반구대암각화는 공업용수확보를 위한 사연댐이 1965년에 완공되면서 연간 5~6개월 침수와 노출이 현재까지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바위 표면의 갈라짐, 색깔 변화, 물에 서식하는 미생물로 인한 피해 등으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암각화 전체의 23.8%가 손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하우 교수는 “지난 4월 현장 조사를 한 결과, 발견된 당시와 똑같다고 말할 수 없지만, 우리가 염려하는 이상으로 건강하지만, 물에 닿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2013년 문화재청은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기존 자연경관이나 지형변경을 유발하지 않는 ‘가변형 임시물막이(카이네틱댐)’를 설치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2015년 12월 15일과 지난 4월 26일에 시행된 1, 2차 카이네틱 댐 검증 실험은 투명 물막이 판의 연결 부위에서 물이 새는 현상으로 잇달아 실패했다. 지난달 24일 최종 검증실험에서도 누수 현상이 일어나 실패했다. 조홍제 울산대 건설환경전공 교수는 “카이네틱 댐은 전공이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럴듯한 방안으로 보이지만 맨땅에 설치되는 일반 건축물이 아니라 물속에 설치돼 수심 13~15m 정도 잠기게 되어 수압이 엄청나다”며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설계였다”고 말했다. 반구대암각화 포럼 대표 이달희 교수는 “카이네틱 댐 정책은 2013년 5월에 논의해 2013년 6월 13일에 결정이 났다 한 달 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빠르게 결정됐다”며 “결정 과정에 대한 많은 분석이 없었고 이른 시일 내에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인한 정부정책의 실패이다”고 말했다.

 카이네틱 댐이 실패로 끝나 현재 울산시는 ‘생태제방안’을,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위조절안’을 대책으로 내세워 논의 중이다. 문화재청이 제시한 ‘사연댐 수위조절 안’은 하류의 사연댐 수위를 60m에서 암각화 침수 수위 이하인 52m로 낮춰 암각화를 물 위로 드러나게 하는 방안이다. 막대한 비용이 들지 않으며 주변 지형을 변화시키지 않고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연댐 수위 저하로 인해 울산 시민생활용수가 부족해진다. 조 교수는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암각화 주변에 빠른 유속이 형성돼 암각화가 더 심각하게 훼손된다”며 “암각화의 보존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울산시의 식수만 버리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달희 교수는 “생활용수의 공급분야뿐만 아니라 수요분야의 현실에 대해서도 상당한 검토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가 제시한 ‘생태 제방 안’은 암각화 전방 80m 지점에 둑을 쌓아 대곡천의 물이 암각화 앞으로 지나가지 못하게 대곡천의 유로를 변경하는 것이다. 시민의 생활용수도 확보가 되면서 반구대암각화도 보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생태 제방을 설치하면서 주변 지형을 변형시켜 유네스코에 등재가 어렵다는 것이다. 문화재위원회 측은 “임시제방을 세우면 주변 환경이 변경돼 역사문화 경관 훼손이 심해진다”며 “우선 수위를 낮추고 후속 조처를 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달희 교수는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울산시민이 반구대암각화의 가치를 얼마나 인정하고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가, 보존을 위해 희생할 의지는 있는가에 대해서 성찰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문화재청은 반구대암각화를 유네스코에 등재하기위해 노력 중이다. 유네스코에 올리기 위해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평가하기 위한 10가지 기준 중 1가지 이상이 일치해야 등재가 된다. 이하우 교수는 “반구대암각화는 이 기준에 일치하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며 “그러나 보호·보전·관리가 잘되고 있거나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등재기준이 문제가 된다 반구대암각화는 아직 이에 대한 대책이 없어 유네스코 올리는데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채영 기자 codud2ek@mail.ul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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