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 울산대미디어
본문바로가기
ender

뉴스미디어

뉴스미디어

기본에 충실할 때
작성자 손** 작성일 2016-06-05 조회수 749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도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그치지 아니하므로, 내가 되어 바다에 이르니.” 교과서나 여러 매체를 통해 한번쯤은 접해봤을 용비어천가의 내용이다. 세종은 훈민정음을 공식적으로 반포하기 이전에 용비어천가를 통해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에 빗대어 건국한지 얼마 되지 않은 조선왕조의 정당성과 지속성에 대한 희망을 백성에게 널리 알리고자 하였다. 새삼 용비어천가의 내용을 되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안팎으로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부는 상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 수는 약 60만 명이다. 반면 2년 후인 2018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할 학생의 수는 46만 명으로 줄어든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큰 폭의 인구절벽 현상이다. 현재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정원이 55만 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정부의 입장이 일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필요한 일이라고 해서 모든 일이 합리적이고 원만한 방식으로 처리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구조조정과 정원감축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선택되기 위해 일부 대학에서는 학과를 인위적으로 통폐합하거나, 무리한 학과별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구성원간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대학 교육의 목적도 이제 더 이상 진리탐구라는 이상향에서 벗어나 졸업 후 취업에 필요한 실제적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도록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과거보다 힘을 얻는 모양새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영역에 대한 탐구와 교양을 쌓기 보다는 자기소개서 한 줄을 채워줄 이른바 스펙 쌓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수들은 각종 보고서 작성을 위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해야 할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호소한다.

변화의 소용돌이가 대학에서만 몰아치는 것은 아니다. 산업전반에 걸친 경제침체는 이제 당분간은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처럼 보인다. 울산만 하더라도 주력산업인 조선업의 위기로 인해 예년과 같은 활력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20여 년 전 국가부도라는 위기 속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경제적 불황이 이제는 더 이상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곧 닥쳐올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를 둘러싼 결코 밝지만은 않은 여건을 타개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결국 해답은 기본으로 돌아가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일이다. 공동체가 기본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적이 아니라 부수적인 과제에 집중하게 되면 과녁을 벗어난 화살처럼 정상궤도를 벗어나게 된다. 대학의 기본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사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건전한 지식과 기술, 태도를 가진 미래세대를 길러내고 부단한 연구를 통해 사회전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아무리 대학 간의 경쟁이 치열해진다 할지라도 대학본연의 기본적인 사명을 구성원 모두가 인식하고 협력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는 대학은 현실의 높은 파도를 충분히 거스를 힘을 가질 수 있다. 대학생으로서의 기본은 무엇인가? 전공과 교양을 아울러 인류가 쌓아놓은 지적 유산을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가치와 지식을 창출하며, 다가올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위에 대한 온전한 책임을 지게 되는 성인으로서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바탕이 될 가치관과 태도, 생활습관의 형성도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현재 기본에 충실한가? 어떠한 조직이건 공동의 목적을 위해 모금된 경비는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학생의 자치적인 활동을 위해 납부된 학생회비 또한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에 입각하여 관리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문적인 회계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닌 대학생이라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기본과 원칙을 간과할 때 공동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오해와 불신의 씨앗은 자라난다. 수업이 끝나지 않은 다른 강의실을 배려하여 복도에서 정숙을 유지하는 것, 강의를 통해 주어진 과제는 스스로의 고민과 노력의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것, 후배라 할지라도 존중과 배려심을 가지고 타인을 대하는 것, 이 모두가 우리가 갖춰야 할 기본이다. 기본이기 때문에 누구나 다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기본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잔소리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에 충실하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유는 아직도 우리에게 기본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반증이다. 먼 여정을 가려면 중간 이정표가 필요하고, 그 이정표에 도달하는 길은 매일 최선을 다해 걷는 것이다.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은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작권자 울산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