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비, ‘분납’은 없고… ‘예산 공개’는 부실하고 | |||||
작성자 | 김** | 작성일 | 2016-04-08 | 조회수 | 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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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과 함께 대학교에서 날아온 종이 한 장. 학과 행사 개최와 학과 발전을 위한 학회비(과학생회비)를 내달라는 안내문이다. 납부해야하는 돈은 20여만 원. ‘내가 낸 돈이 어디서 쓰일까’라는 궁금증은 들지만 자칫 대학이라는 새로운 출발이 어그러질까 일단 돈을 내고 본다. 학회비에 대한 첫인상이 물음표로 채워진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는 순간이다. 분납 없는 학회비, ‘전통’에 따르다 학회비의 1차적인 문제는 학생들이 감당하기엔 많은 돈을 한 번에 낸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울산대신문>이 벌인 ‘2016년 학회비 현황 조사’ 결과 올해 모든 단과대학이 학회비를 한 번에 내도록 했다. 올해 신입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평균 20만원 6000원의 학회비를 일시불로 냈다. ‘신입생 이후부터는 학회비를 내는 숫자가 줄어들어 학생회 활동이 어렵다’는 관념이 발단이었다. 전통의 굴레 속에 1년 살이 학회비 살림살이는 학우, 학생회 양자 간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한쪽은 한 번에 거금을 내야하는 문제로, 다른 한쪽은 학회비를 내는 비율이 줄어들어 예산상의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한다. 이는 과거부터 이어오던 학회비의 ‘전통’에서 비롯된다. 4, 5년간의 예산이 한 번에 들어오지만 실제 학생회의 1년치 예산에 불과하다. 실제 대부분의 과학생회는 전년도 학회비가 이월될 수는 있지만 전통적으로 1년치 예산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작년까지 과학생회장을 했던 한 학우는 “4년치 학회비를 한 번에 받아서 1년 예산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도 “그러나 이미 오래 전부터 학회비를 일시불로 받고 예산을 집행해 왔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약 다음 신입생부터 학년 별로 돈을 걷는다면 기존에 미리 돈을 냈던 학우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금껏 학회비 분납이 가능했던 학과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A학과는 몇 년 전까지 학회비를 4회에 걸쳐 분납했다. 얼마 전부터 납부 방식을 타 학과와 같이 일시불로 전환했지만 타 학과는 다르게 한 번에 걷은 학회비를 1년치 예산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신입생들이 2학년이 되면 쓰도록 2, 3, 4학년 예산으로 고정해뒀기 때문이다. A학과는 학회비를 받던 초기부터 학년 별로 나눠서 걷었다. 이를 통해 학년에 맞는 예산이 현재에도 쓰이고 있다. 또한 A학과는 매 학기 예산 내역을 게시판에 공개한다. A학과 학생회장은 “신뢰가 형성됐기 때문에 학우들도 학회비 문제에 큰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실한 예산공개, ‘불신’을 낳다 박문수(가명) 학우는 작년 과학생회가 주최한 종강총회 행사에서 예산집행 내역을 설명 받았지만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다. 그는 “예산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화면을 스크린에 띄우고 설명을 했지만 학회비 사용 금액이 45만원, 30만원과 같이 만원 단위로 딱딱 맞춰 적혀 있었다. 여러 내역이 있었지만 다른 내역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영수증 같은 증빙자료 없이 화면에만 띄워 공개한 자료에 주변에 앉았던 이들이 수군대기는 했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서 질문을 하진 못했다. 학회비는 학생 자치 분야로 학생회의 재량에 따라 운영된다. 자율적인 예산 집행권과는 다르게 이에 대한 감사는 체계적이지 못하다. 학회비 사용 내역을 알리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학기 말 종강총회에서 사용 내역을 밝히거나 또 한 가지는 학과생이 직접 과자료실을 방문해 영수증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다. 많은 학생회가 후자의 내용을 토대로 영수증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학과생이 과자료실에 가서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예산을 집행하는 이들이 다름 아닌 나의 친구이자 선배이고 후배이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회장들도 학우가 직접 과자료실에 찾아와 영수증을 확인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 동의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감사체계도 모호하다. 단과대학은 각기 다른 체계를 갖고 있다. 한 단과대학은 학생회의 내부에서 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예산의 집행자가 곧 감시자 역할을 하는 유명무실한 체계인 것이다. 이렇듯 학회비는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어두운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투명성 유지, ‘신뢰’를 만든다 학회비는 학생 자치의 밑거름이다. 학회비에 대한 전망이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신뢰회복하기 위한 노력들도 엿보인다. B단과대학은 올해 학회비 사용 내역을 영수증과 함께 대자보 형식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B단과대 화장은 “학회비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학생회장이 되면서 1공약으로 내걸었다”고 밝혔다. ‘밴드’를 이용한 예산 공개를 추진하는 학과도 있다. 신병국(국제관계학?3) 학생회장은 “개강·종강총회에 제한된 공개보다는 밴드를 통해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신뢰를 주기 위해 시작했다”고 예산공개 이유를 밝혔다. <관련 기사> 학회비 평균 20만 6000원… 분할 납부 학과 ‘0’ 김동영 기자 witesecons@mail.ulsan.ac.kr <저작권자 ⓒ 울산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