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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와 억압이 세습되고 있다
작성자 이** 작성일 2016-04-08 조회수 936

윗물이 맑았나요? 아랫물은 탁해요

위에서부터 내려온 전통이야. 나 때는 이것보다 더 심했어. 너희는 많이 좋아진 거야.”라고 한 살 위 선배가 말했다. “저희 때 이런 말도 안 되는 군기가 약해져서 아쉬워요?”라고 되묻고 싶었다. 얼차려로 체력 단련하고 중앙 동아리에 가입 못 하게 하는 것이 진짜 선배들이 말하는 것처럼 학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지, 자신이 당했기 때문에 보복성으로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최근 타 대학에서 신입생들을 불러 앉혀 놓고 그 위로 막걸리를 뿌리는 사건이 이슈가 됐다. 이 행사에 교수님 또한 참석하여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해당 관계자는 한해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는 전통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사건을 계기로 우리 대학 SNS 페이지에서도 우리 학교의 군기에 대한 고발의 글이 올라왔다. 우리 대학의 전통 군기가 물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군대 가기 전 군 생활 맛보기

우리 학교에도 빨간 모자가 존재했다. 공과대학 A 학우는 오리엔테이션 날 숙소에 도착해 버스를 내리는 순간 헐레벌떡 운동장을 향해 뛰어야 했다.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었던 빨간 모자를 쓴 조교를 직접 체험하게 됐다. 빨간 모자의 명령에 따라 PT 체조와 달리기 등 웬만한 체력단련을 다 경험했다. 체력단련 중 “OT에 놀러 왔냐라는 빨간 모자의 한마디는 A 학우를 어처구니가 없게 만들었다. ‘그러면 친구 사귀고 놀려왔지 체력 단련하러 왔겠냐라는 말만 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레크리에이션 중에도 기합은 계속됐다. 얼차려를 받은 이유는 목소리가 작다는 것이었다. 이런 군기 잡는 행동은 교수들도 하지 말라고 말리는 일이지만 집부들은 빨간 모자를 강행했다. 올해도 여전할 것으로 생각했던 군기는 이번 해는 없어졌다. A 학우는 올해는 회장부터 집행부가 대체로 착해서 이런 군기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날씨와 달리 풀리지 않는 그들의 단추

새 학기가 시작되면 과 잠바의 단추를 목까지 잠그고 명찰을 달고 다니는 학우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들의 과 잠바 착용은 날씨와 상관없다.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선배들의 입에서 벌써 날씨가 이렇게 따듯해졌었네. 이제 그만 입을까?”라는 말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마치 고등학생 때 다음 주부터 춘추복 착용 가능하다. 이번 주까지는 마이 꼭 챙겨 입어라고 말하던 학생주임 선생님이 떠오른다. 우리 학교 SNS 페이지에 과 잠바를 강제로 착용시키는 이유는 같은 옷을 입음으로써 소속감을 높이고 옷차림으로 인한 빈부 격차의 시각화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참신한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빈부 격차의 시각화 방지인데 과 잠바를 공짜로 지원해주느냐?’, ‘방식이 잘못됐다.’ 등의 비판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중앙 동아리 가두 모집 기간이 되면 정문에 길게 자리를 잡고 신입생들을 붙잡으려 애를 쓰지만, 과 잠바를 잠그고 명찰을 달고 있는 신입생들은 지나쳐 버린다. 그들에게는 과 잠바의 풀리지 않은 단추처럼 중앙 동아리를 드는 자유는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동아리에 들어가면 공부할 시간 많이 빼앗기니 과 생활하는 것이 훨씬 더 나아라는 후배를 걱정하는 선배의 마음이 담겨있다.

차렷 선배님께 경례

3월 초 공대 앞 벤치에 주머니에 손 넣고 앉아있으면 모든 신입생에게 인사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공대 주위를 지나가다 보면 안녕하세요하고 모르는 사람한테 깍듯한 인사를 받는다. 갑작스러운 인사에 당황해서 내가 공대에 아는 새내기가 있었나? 인사를 받아줘야 하나?’하는 고민이 뇌리를 스친다. 처음에는 한 명이 사람을 잘못 알아보고 한 실수라고 생각했다. 이런 실수는 한 명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건물 주변에 과 잠바를 입고 있지 않은 모든 사람에게 인사한다. 그들에게는 인사한 사람이 다른 단대 같은 신입생이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들은 반자동 적으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인사란 마주하거나 헤어질 때 예를 표하는 행위이다. B 학우는 무의미하고 무조건적인 인사를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채영 기자 codud2ek@mail.ul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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