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미로] 폭탄 돌리기 | |||||
작성자 | 김** | 작성일 | 2016-03-03 | 조회수 | 667 |
---|---|---|---|---|---|
전교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가 무산됐다. 올해는 매년 있던 '흐지부지'도 아니었다. 정족수 미달로 아예 회의 자체가 성립하지 못했다. 중요한 안건을 가진 만큼 학우들의 의견을 묻고자 휴회를 한지 딱 한 달도 되지 않아 잊혀진 회의가 된 것이다. 이번 전학대회는 매우 중요한 안건을 담고 있었다. 학생회비 인상건, 매년 존폐위기를 겪고 있는 총여학생회 개편건, 재정 투명성을 위한 학생복지위 감사 기능 강화 등 학생 현안과 밀접한 민감한 주제들이 안건에 올랐다. 이제껏 봐왔던 전학대회 안건 중 가장 학생 사회에 필요했던 진중한 안건이었다. 굵직한 안건들이 많았던 만큼 대표자가 학우들의 생각을 충분히 수렴할 기회를 달라고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절차인 듯 했다. 사실 대표자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결정내리기엔 사안이 무겁고 중대했다. 거기까진 좋았다. 전학대회가 열리던 지난해 12월 21일. 해송홀에는 340명의 대표자 중 84명만 참석했다. 해송홀이 황량하다 느껴진 그날은 종강일이기도 했다. 256명의 대표자들에게 전학대회가 열리는 날보다 중요했던 것은 학교로부터 자유로워진 날이었던 것이다. 다른 것은 칼 같지 않아도 이런 건 참 칼 같다. 더구나 참석했던 84명의 회의자 중 단 한 명만이 학우들의 의견을 물어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340명의 대표자들 중 대부분, 어쩌면 전체는 대표자가 아닐 수 것이다. 그들의 임기는 2015년으로 끝났으니까. 자 이제 누구에게 잘못을 물어야 할까. 누군가의 책임을 묻는 것을 떠나 2016년에도 똑같은 문제를 떠안게 된 학생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생회비가 부족해 행사 진행이 원활치 못하다며 어려운 소리를 하는 총학생회 및 단과대학 학생회 ▲총여학생회의 존립성에 대한 논란 ▲투명하지 못한 회계에 대한 부족한 감시 등, 2015년과 똑같은 고민을 2016년에도 다시 바라봐야 한다.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 같다. 내 앞에서만 터지지 않으면 되겠지 하고 위험한 것을 뒤로, 뒤로 미루고만 있다. 자정 기능을 해야 할 전학대회는 오히려 폭탄 돌리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종강에 눈이 멀어 참석하지 않은 256명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물거품이 된 중요한 안건들이 폭탄 돌리기의 가속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오랫동안 타들어간 폭탄의 심지가 어느덧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누군가는 막겠지 손 놓고 있다간 이거. 아마도 터질 것 같다. 지금의 학생 자치, 정말 위험하다. 김동영 기자 witesecons@mail.ulsan.ac.kr <저작권자 ⓒ 울산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