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람직한 대학 선후배 문화 | |||||
작성자 | 편** | 작성일 | 2016-03-02 | 조회수 | 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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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학기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신입생이다. 호기심 가득 찬 얼굴로 대학 이곳저곳을 누비는 신입생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신입생 시절을 떠올리는 것은 따스한 봄 햇살만큼이나 달콤하다. 입학식 전에 진행된 각 단과대학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가 되었다. 취업을 위한 소위 ‘스펙 쌓기’ 등으로 아무리 대학의 세태가 각박해졌다고는 하지만 먼저 대학 생활을 경험한 선배들이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은 올해도 계속 이어졌다. 오리엔테이션과 입학식을 마치고 이제 어엿한 울산대생으로 거듭난 신입생들이 자신들을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한 선배들의 노고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쑥스럽게 건네는 모습 속에 따스함과 설렘이 묻어난다. 학과 선배를 비롯하여 대학의 구성원 많은 이들이 울산대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새롭게 가족이 된 신입생들의 출발과 희망을 응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입생들을 둘러싼 선배들의 갑질 논란 때문에 걱정과 두려움 속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폭력적이고 성차별적인 잘못된 문화가 사회 문제가 되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 이 시대 대학의 민낯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일부 학과에서는 군인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어투를 강요받고, 선배가 전화를 끊기 전에 후배는 먼저 전화를 끊어서는 안 되며, 교내에서 인사를 할 때 허리를 90도로 굽혀야 한다. 여학생들은 선배들의 허락 없이 파마와 염색을 할 수 없고, 화장도 금지된다. 이러한 폭력 조직의 생활수칙에나 등장할만한 항목들은 후배들의 SNS에 단체로 전달된다. 대학생활의 활력소 역할을 해야 할 학과행사나 회식장소에서는 음주 강요가 이루어진다. 선배의 지시에 불응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면 선배들의 조직적인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가 되어 남은 학교생활이 힘겨워진다. 이렇게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선배들의 ‘갑질’에 문제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나 약자의 위치에 있는 후배들은 그들과 제한된 공간에서 수년간 함께 생활해야하기 때문에 불합리함을 알면서도 부당함을 받아들이고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선후배간의 잘못된 문화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피해학생이 선배가 되면 후배에게 더 한 갑질을 하는 악습의 수레바퀴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악습에 눈감았던 후배들이 자연스레 전수자가 되어 저런 선배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모습으로 후배들을 대하게 된다.
우리 학교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아니면 우리 학교는 아직 수면 위로 노출될 정도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안심할 수 없다. 올 해 초 수도권 의 한 대학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비용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SNS 메시지 하나가 신문과 방송의 뉴스거리가 되기까지는 불과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대학 구성원 전체가 부끄러움을 느끼고 난 뒤에 남는 것은 뒤늦은 후회뿐이다.
대학생도 사람이고 여러 사람이 모이면 자신과 가치관과 취향, 성격이 다른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니 사람 사이의 갈등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선배들의 눈에는 아직 정제되지 않은 후배들의 말과 행동이 마땅치 않아 보일 수 있다. 후배 입장에서는 성인이 된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선배의 말이 조언과 안내라기보다는 간섭과 통제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성의 전당이라는 수사를 붙이지 않아도 우리에게는 인간으로서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인성과 품성을 갖출 최소한의 책무가 있다. 사회 구석구석에 갑질문화가 만연한 모습을 보며, 혀를 차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바로 이 순간, 나부터 관심을 가지고 대학 내 문화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시각, ‘인간과 사물’을 대하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태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 해결의 원동력은 바로 지금 우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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