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칼럼] 몇 분위 인생인가요 | |||||
작성자 | 박** | 작성일 | 2016-03-02 | 조회수 | 8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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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경찰학·3)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한 대학생의 글이 있다. 국가장학금에 관한 얘기였다. '친구는 부모님이 해외에 살아서 서류상으론 한국에 재산이 없다. 집안이 풍족하게 사는데 장학금 전액을 지원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학생뿐만 아니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발표한 각 개인 소득분위를 확인한 대학생들은 "우리 집이 이렇게 부자인 줄 몰랐어요"라고 한국장학재단 페이스북에 이번 소득분위 산정 방식에 대한 항의 글을 올리고 있다. 재산에 따라 장학금을 지원받는 국가장학금 시스템 때문에 대학생 사이에서 '누가 잘 사나, 못 사나'가 표면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3월 개강을 맞은 지금, 오티, 엠티, 수업, 맛집까지. 새로 시작하고 설레는 일이 눈앞에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입학금, 등록금, 책값, 단대 학생회비로. 누군가에게는 부담으로 쌓여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이 내는 돈으로 학교에 다니고 용돈을 받는 모습이, 스스로는 풍족하다고 생각한 적 없지만 내가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빈부 격차를 조장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의 진원지는 '빈부 격차'다. 경제력 차이로 인한 위화감과 불만이 극에 달하고 분노사회를 넘어 '원한사회'가 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말이다.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 등 국내 대표적 정치·사회학자 5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한국형 사회 갈등 실태 진단'을 연구했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갈등이 사회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어떤 사회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경쟁사회 35%, 양극화 사회 18%, 학력중심사회가 15%를 차지했지만 공정사회, 평등사회는 1%를 차지했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 끝없는 경쟁을 하고 있지만 국가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까지 친구들과 서류상 재산이 더 없는지 경쟁을 해야 하는 지금. 어차피 '반값 등록금'은 실현 불가능하니 한정된 돈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는 소득 분위 경쟁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씁쓸하다. 결혼도 금수저끼리하고 학벌도 아버지 직업에 따라 달라진다는 우리 사회는 이제 경쟁사회가 아니라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하는 '경쟁조차 못 하는 사회'로 보이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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