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추석, 그리고 공동체 | |||||
작성자 | 울****** | 작성일 | 2015-10-07 | 조회수 | 6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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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단골 메뉴로 자리잡은 주점이나 가요제 뿐만 아니라 새롭게 선을 보인 행사들로 2박 3일 동안 캠퍼스를 달군 올해 우리대학의 축제도 막을 내렸다. 시대에 따라 대학축제의 양상도 변한다. 1970년대 대학 축제는 쌍쌍파티와 교내체육대회, 메이퀸 선발대회, 학술대회 등이 축제의 주요행사였다. 1980년대 들어 사회 여러 분야에 걸친 민주화 운동은 대학 축제의 모습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 대학축제를 일컫는 말로 ‘대동제’가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잔치에서 대동으로 대학축제 목적의 지향점이 변함에 따라 축제의 대표적인 행사들도 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씻김굿이나 마당극, 줄다리기, 길놀이 등 공동체 문화를 표방하는 활동들이 대표적인 대학축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 들어서는 인기가수 등 연예인을 초청한 행사가 대학축제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듯하다. 인터넷에는 어떤 대학축제에 어떤 가수들이 초청되었느냐를 놓고 대학축제의 수준을 논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주점 또한 예나 지금이나 대학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다. 예전의 주점이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된 학과 선후배들의 영치금이나 변호사비용 마련을 위한 것이라면, 이제는 학과나 동아리 운영비를 보태기위해 주점을 연다. 주점의 매출향상을 위해 경쟁 주점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기발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미인계를 내세우거나 즉석 만남을 주선하기도 하고, 안주 메뉴 하나에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한다. 때로는 과한 욕심이 전체 대학축제의 의미를 훼손시키기도 한다. 올해 다른 대학의 축제주점에 오원춘 세트로 이름 붙은 안주메뉴가 등장해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해당 대학에서는 예정된 축제행사를 모두 취소하기도 했다.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자 열렸던 축제의 의미가 오히려 축제를 통해 훼손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축제와 더불어 공동체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볼 수 있는 계기는 바로 추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명절에는 설날과 더불어 추석을 꼽을 수 있다. 한가위, 중추절, 가배일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가을 추수를 끝내고 햅쌀과 햇과일로 조상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고, 이웃, 친척들과 한 해의 풍요로움을 함께 나눈다. 추석과 관련된 기록을 삼국사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추석을 명절로 지내는 전통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민족의 삶 속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여 진다. 추석 때에는 여러 가지 행사와 놀이가 함께 펼쳐진다. 마을 주민들끼리 편을 나누어 다른 마을 주민들과 줄다리기 시합을 하기도 하며, 마을 공터에서는 씨름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부녀자들은 추석날 달이 뜰 무렵 공터에 모여 강강술래를 하기도 하였다. 가난하고 궁핍한 처지라 할지라도 맛있는 음식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추석의 전통 덕분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도 생겨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3천 2백만 명에 가까운 국민이 고향과 가족을 찾아 귀성길에 나섰다고 한다. 그야말로 민족의 대이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가며 고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상의 하루하루에서는 느끼기 힘들었던 가족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나의 모습을 확인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노스탤지어의 발로가 아닐까. 내가 속한 가족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그러한 관계 속에서 개인적인 삶의 희노애락은 공동의 것으로 승화되며, 공동의 가치관이 다시 개인에게 전수되는 일은 명절의 중요한 사회화기능 가운데 하나이다. 이런 교과서적인 추석의 의미도 사회변화와 더불어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우선 확장된 가족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친척도 엄연한 가족구성원의 일부에서 이제는 명절이나 집안 경조사 외에는 접할 수 없는 가족도 아닌, 남도 아닌 데면데면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형식적인 관계로의 변질은 서로 간의 정보의 부족을 수반한다. ‘졸업하면 취업할 자리는 구했느냐?’, ‘사귀는 사람은 있느냐?’, ‘결혼은 언제 할거냐?’와 같은 친척 어른의 질문이 젋은 세대들이 추석에 가장 듣기 싫은 질문 목록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 속에서 과연 공동체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이고, 내가 속한 공동체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잠시 짬을 내어 생각해볼 만한 문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