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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학 정책 자율성 보장해야
작성자 울****** 작성일 2015-09-02 조회수 588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 여름을 되돌아보면 되새겨 볼 만한 여러 일들이 있었다. 광복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를 맞아 치열했던 독립 운동가들의 삶을 모티브로 한 영화 암살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다시 한 번 올바른 역사의식의 고양을 촉구했던 계기가 되었다. 유례없는 북한의 도발과 이에 따른 남북 간 긴장 고조상황이 계속되면서 아직 우리가 전쟁을 잠시 멈춘 상태라는 사실을 재확인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굵직굵직한 사건들 가운데 아마 많은 사람들이 흘려버렸을 뉴스 하나는 부산대학교 교수 한명이 대학총장 선출의 직선제를 주장하며 스스로 본관건물에서 투신하여 목숨을 잃은 일이다. 우리대학의 일도 아니고,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총장선출 방식의 문제는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아 관심범위 밖의 일로 여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배경과 맥락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단순히 다른 대학의 일, 교수 개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부해버릴 수 없는 복잡한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부산대의 총장선출 방식은 대학민주화의 결과로 1991년 이후 교수들에 의한 직접선거로 선출되었으나, 지난 2000년 교육부가 국립 대학교 총장직선제 폐지 방침을 발표하면서 갈등의 씨앗이 되어었다. 당초 부산대는 교육부의 직선제 폐지방침을 거부하고 현 총장을 선출할 때까지도 직선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부산대의 결정에 대해 교육부가 각종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학교 재정에 압박을 가하자 결국 2012년 학칙 개정을 통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총장후보 2명을 선정하여 교육부의 검토와 승인을 받는 형태로 선출방식을 변경한 것이다. 이러한 학교 측의 결정에 교수진들이 반발하여 212일간 총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등 총장선출방식을 둘러싼 지난한 갈등이 계속되어 오다 결국 이번과 같은 안타깝고 불미스러운 일이 대학캠퍼스에서 벌어지게 된 것이다. 총장직선제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대학구성원이 스스로 대학의 리더를 선출한다는 것을 넘어서 대학이 갖는 자율성을 우리사회가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기존의 사회적 합의를 내포하고 있다. 국립대의 총장선출 방식이라는 한정된 문제 이외에도 현재 대학이 직면한 여러 상황들을 살펴보면 대학이 갖는 본질적 자율성이 훼손당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정부는 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대학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학부교육선진화사업, 대학특성화사업등의 재정지원사업을 진행해왔다. 문제는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각종 대학재정지원사업들이 각각의 성격과 목적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학정원감축, 학과 및 전공의 구조조정 등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하는 등 대학 운영에 있어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속하는 여러 가지 사안들을 재정지원사업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이다. 계속되는 경기침체, 반값등록금 정책 등으로 대학의 재정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대학입장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의 문제는 국립대나 사립대를 막론하고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다. 대학의 어려움을 이용하여 정부가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의 자율적 의사결정영역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대학의 역사적 전통을 거슬러 살펴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학문적 자유라는 대학 본연의 목적달성을 위해 대학의 자율성 보장은 핵심적인 가치로 인정되어왔다. 사회적인 변화의 흐름에 뒤떨어져 고립된 섬처럼 대학이 존재하여 그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정권에 따라서 바뀌는 고등교육 정책에 대학이 휘둘리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부의 대학정책이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가 그리고 개별 대학들이 이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는 결국 직간접적으로 우리의 대학생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우리가 가르치고 배우고자 하는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의 요구나 명령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행동하는 자율적인 존재로 성장해 나가는 일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구성원이 그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확보해나가기 위해 얼마나 관심을 갖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가 한 대학교수의 죽음을 그저 다른 학교의 문제 혹은 개인적인 비극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이유이기도 하다 개강 이후 정부의 대학정책에 그동안 잠잠했던 목소리들이 어떻게 표출되는지, 우리대학의 사정은 어떠한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