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싸움 | |||||
작성자 | 박** | 작성일 | 2015-09-02 | 조회수 | 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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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혐'은 '극도로 싫어하다'라는 뜻의 인터넷 용어이다. 과격한 말이지만 우리 생활에서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다. 우린 평소에 혐오할 게 참 많은가보다. 이제 남자는 여자가, 여자는 남자가 혐오스럽다며 남성 혐오, 여성 혐오라는 단어를 인터넷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다. 남성이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에는 '김치녀'와 '된장녀'라는 단어가 오래전부터 쓰였다. 여성은 책임을 회피한다는 뜻이 담긴 '아몰랑'은 최근 유행한 여성 비하 단어 중 하나이다. 그런데 특정 남초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시작된 이런 여성 혐오가 여성 회원들이 대부분인 사이트에서 남성 혐오로 다시 태어났다. '김치녀'에 대응해 '김치남'이라는 단어를 쓴다. 여자의 성적 매력이나 외모를 비하하면 남자의 겉모습을 똑같이 비난한다. 경제력 있는 남자를 만나려고 하는 여자를 비하하면 '왜 남자가 경제력이 없느냐'고 비하하는 양상이 커뮤니티 사이트 안에서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이성 혐오의 모습을 자국 이성혐오라 한다. 외국 이성은 이상할 만큼 찬양한다. 그러나 자신과 같은 나라의 이성은 외모부터 성격까지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질색한다. 일부 여성이나 남성의 모습을 보고 전체를 일반화해 비난하는 건 문제다. 누구나 쉽게 저지르고 있는 일반화 오류의 전형적인 표본이기도 하다. 그런데 더 궁금해졌다. 언제부터 남과 여를 검은색과 흰색처럼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반으로 나누었을까. 남자들은 역차별을 받는다고 소리친다. 여자들은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고 되받아친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성 혐오의 시작은 어디부터일까.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왜 남자와 여자가 편을 나누어 으르렁거리게 됐을까. 사회적 불평등, 차별이 이성 혐오의 시발점이 됐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성 혐오는 커뮤니티 사이트 안에서만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여혐', '남혐'이라는 단어가 우리 주변에,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지 않기만을 바란다.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라는 이유로 받았던 편견과 차별과 강요를 나와 다른 성을 가진 사람을 비하하는 이유로 쓰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여혐', '남혐'의 모습으로 깎아내리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이 이상한 논리에 치명적인 오류가 너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