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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초콜릿, 달지 않은 꿀강
작성자 김** 작성일 2015-09-02 조회수 643

  지금은 조금 꺾였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맛 열풍이었다. 과자에서 시작해서 소주에 이르기까지. 한낱 과자라고 느꼈던 그것이 대한민국 모든 것에 꿀을 발라버렸으니 광풍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어딜 가나 단것이 보였다. 도저히 저기에도 단맛이 필요할까 느껴졌던 화장품에도 허니버터가 쓰여 있으니 그때쯤이면 당황스럽기도 했다.

  혹자는 이러한 단맛 열풍이 경제 악화가 주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분석 아닌 분석을 내놓았다. 사실 분석이라는 거창한 이야기 없어도 우리는 단것을 좋아한다. 어릴 적 단것을 먹고 싶어 부모님께 때를 썼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던 경험이다. 굳이 멀리 추억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우린 단 것을 좋아하는 우리를 찾을 수 있다. 이맘때쯤 우리가 찾아 헤매는 꿀강 말이다.

  수강 신청 기간은 어느 순간 꿀강이 무엇인가를 논하는 토론의 시간이 됐다. 수강 신청을 앞둔 이들은 어떤 과목이 강렬한 단 맛을 내는지 열띤 토론을 벌인다. 선배가 추천하는 꿀강, 친구가 들어본 꿀강 등 저마다의 단맛을 지닌 강의들이 쏟아진다. 이런 강의가 있었구나 하는 강의부터 한 번쯤은 들어본 강의들의 향연. 과목을 미리 담기 해놓아도 잡기 힘들다는 그 강의를 잡았을 때 사람들은 승리의 미소를 짓는다. 수강신청에 성공했다고.

  문득 꿀강의 기준이 궁금해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꿀강이 무엇인지 물으니 재미있는 강의,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강의, 과제가 많지 않은 강의 등 여러 요건들이 차례대로 나열된다. 다들 맞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꿀강이라고 불렸던 강의들이 그랬다. 대부분의 우리는 성적을 잘 주면서도 과제는 많이 없고 재미있는 강의를 듣고 싶어 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저 기준에서 재미의 요소가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다. 조금씩도 아니고 이젠 없어도 될 만큼 변했다. 1학년 후배들에게 재밌는 강의를 추천해줬다가 그래서 성적은 잘나오는 강의냐라는 되물음을 받는 것은 예삿일이다. 1학년 후배들에게 그런 핀잔을 듣는데 고학년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우리는 흥미를 버리고 성적에 목숨을 걸기 시작했다. 우리가 원하는 단맛은 그렇게 바뀌었다. 그런데 그 단맛이 우리가 아는 그런 단맛만은 아닌 것 같다. 마치 카카오가 많이 든 크레파스 같던 초콜릿을 먹는 기분이다. 초콜릿은 초콜릿인데 너무나도 썼던 그것 말이다. 쓴 초콜릿이라는 아이러니가 지금 우리가 외치는 꿀강과도 맞닿아 보인다.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진부한 이야기를 현실에 빗대고 싶지는 않다. 시간은 흘렀고 세상은 많이 변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큰 바람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변화에 순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1학년 후배가 했던 한마디는 나를 조금은 슬프게 만들었다.

  재미는 성적이 잘나오면 생기는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