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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칼럼) 아이고, 의미 없다
작성자 김** 작성일 2014-10-06 조회수 1808

 

지난 달 25, 미뤄졌던 대동제가 쌀쌀한 초가을이 돼서야 열렸다. 첫 날 비가 오면서 축제의 분위기가 한풀 꺾이는가 했지만 이내 다음날 맑은 날씨로 축제가 이뤄졌다. 각 단과대학과 동아리들은 천막을 세우고 각자가 준비한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모았다.

대동제가 끝나고 타 대학에 다니는 친구가 '축제 어땠어'라고 물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러고 답한 말은 '그냥 축제였어'라는 시시한 말이었다. 정말 '그냥' 축제였다. 어느 순간부터 대학 축제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시작했다. 아니 의미 부여를 할 수 없게 됐다. 각 단대와 동아리가 준비한 행사는 1학년 때 보던 그것과 판박이였다. 이번 대동제에서 사행성 게임을 금지시켜 망치박기 등의 노골적인 돈벌이 행사는 없었지만 결국 각 단대와 동아리는 운영비를 벌기 위한 목적에 더 집중했다. 그렇다보니 천막마다 무엇을 팔고자 노력했지 학우들과 함께하는 행사가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대동제 취재 중 만난 많은 1학년 학우들마저 '별로 할 것이 없다' 이야기 했으니 이젠 신입생에게도 '안 먹히는' 축제가 된 것이다.

결국 화두는 초대 가수에게로 향한다. 총학생회조차도 홍보 포스터에 초대 가수로 채우고 'New Dream in UOU'라는 슬로건까지 적어놓았다. 예쁜 가수를 보고 새 꿈을 꾸자는 걸까. 가수에 대한 홍보 밖에 보이지 않는 포스터는 학교에, 바보사거리에 뿌려졌다. 사실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평소와는 다르게 최근 인기 있는 가수가 공연을 한다는 것은 홍보하기엔 더 없이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비단 우리 대학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타 대학 포스터를 봐도 어떤 가수를 부른다고 알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대학축제의 주제나 독창적인 행사를 홍보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다르게 홍보할 것이 없어서 '있어 보이는' 가수 이름을 쓰는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초대 가수가 오자 여기저기 흩어져 의미 없는 부어라, 마셔라를 계속하던 학우들이 갑자기 몰려든다. 앞에서 무대를 지켜보겠다고 서로 밀치고 술에 취한 채로 축구 골대에 올라가는 통에 무대가 지연된다. 드디어 무대가 시작되고 노래가 시작된다. 그런데 다들 카메라를 든 채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가수가 호응을 유도해야 환호가 쏟아지고 다시 경청한다. 경청한다고 말하기 보다는 마치 카메라 감독이 된 것처럼 진지하게 촬영에 임한다. 진짜 무대에 반응하고 같이 호흡하며 눈으로 기억을 담는 것은 소수에 불과했다. 호응이 별로였는지 바쁜 일정을 가진 가수는 추가 무대 없이 무대를 떠났다.

SNS에는 초대 가수를 찍은 영상들이 가득했다. 다들 우리 학교에 이런 가수가 왔다고 자랑하기에 바빴다. 총학생회가 왜 그런 홍보를 해야만 했는지 증명하는 모습이었다. 문득 개그 프로그램의 한 유행어가 떠올랐다. 아이고, 의미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