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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하게 서두르지 않는 중국인 … 오늘 날 세계 최강국 ‘슈퍼 차이나’ 만들어
작성자 편** 작성일 2014-03-17 조회수 581

중국어·중국학과 이인택 교수

 

세계문화 기행 - 중국인과 기다림

<편집자 주>

해당 고정란은 글로벌 시대에 발 맞춰 각 국가별 이색문화에 대해 소개하는 코너로써, 우리 대학교 국제학부 소속의 어문계열 전공 교수들이 한 번씩 돌아가며 기고하는 고정란이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이번 호는 중국어·중국학과 이인택 교수의 중국인과 기다림을 소개한다.

 

?중국인과 기다림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함께 G2로서, 그리고 세계의 공장이자 거대 소비시장으로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상호 영향을 미쳐왔던 이웃이기에 우리에게는 더욱 초미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일이 되었다. 중국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질과 사고방식을 파악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기다림을 화두로 이야기해보자.

중국에는 우리의 설날과 같은 춘절(春節)이 있다. 보름 정도 이어지는 이 연휴기간에는 대규모 귀성 인파로 인해 어디에서건 사람들 행렬이 길게 늘어선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자기 차례가 온다. 평소에도 곳곳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기차역이나 식당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일은 예사다. 그런데 그들의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조급하거나 괴로운 표정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때가 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묵묵히 기다린다.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중국 국민은 인내심이 가장 강한 국민이다. 다른 국민에 10년 앞을 생각할 때 중국 국민은 100년 앞을 생각한다. 중국 국민은 본질적으로 불멸의 국민이며 성급하게 서두르지 않는 국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독일 문호 헤세도 때가 되면 중국 정신이 일본 정신을 이길 것으로 깊게 믿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언급은 중국인이 인내심이 강하며 때가 오면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고야마는 불굴의 정신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에도 새벽 인력시장이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길목에서 수도공’, ‘전기공이라고 쓴 푯말을 목에 걸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와 달리 오전 내내 일감을 기다리며 앉아있다. 끈질기게 기다리는 모습이 우리와 다르다. 음식점에서도 주문한 음식이 한 시간 후에 나와도 지루해하거나 화내지 않고 대수롭지 않은 듯 천천히 음식을 먹는다. 이럴 때는 정말로 그들이 기다림의 달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중국인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19세기 초 영국이 중국으로 아편을 대규모 수출하면서 중국 국민들의 심신은 날로 피폐해지고 그들의 은화는 해외로 유출되었다. 이후 아편전쟁의 패배로 1842년 불평등조약인 난징조약이 체결되면서 홍콩이 영국에 할양되고 100년간 영국의 유니언잭 깃발 아래 통치를 받는다. 하지만 중국은 재기를 노리다가 결국 100여 년 후인 1997년 홍콩의 주권을 반환받게 된다.

사실 중국의 근대사는 침략의 소용돌이로 얼룩져 왔다. 1930년 만주사변과 1937년 중일전쟁이 이어지면서, 일본 군국주의 세력에 의해 30만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는 난징대학살이 일어났다. 피해와 굴욕, 그리고 무기력의 역사였다. 그래도 중국인들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대항하지 않았고 외면상으로는 지나간 역사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중국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들은 극단의 분노를 자제하면서 와신상담(臥薪嘗膽)으로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국인들은 과격함보다는 두고 보자라는 의미의 덩저치아오바(等着焦?)”라는 말을 새기며 치욕의 역사를 초강국인 슈퍼차이나로 바꾸어갈 미래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지도자들은 베이징 올림픽 및 상하이엑스포 개최를 기점으로 미국과 일본 등 세계를 향해 자신들의 발언수위를 높이고 있다. 과거 역사에 대해 일본의 사과를 강도 높게 주창한 것도 미래에 대한 일종의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3년에 1년 꼴로 전쟁을 치룬 민족이기 때문에 웬만한 고통은 인내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또한 침략한 타민족을 한민족으로 동화시켜 온 역사를 바라보며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만들어가고 있다.

자신들 세대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후손들이 이어받아 달성하면 된다는 느긋함 속에서 시간에 초연한 그들의 철학이 느껴진다. ‘원원유장(源遠流長)’ 즉 수원이 멀면 흐름이 길다는 말처럼 차분히 미래를 준비하면서 때를 만들어가는 중국인들의 기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즘 중국사회는 새로운 자신감과 여유로움으로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