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 울산대미디어
본문바로가기
ender

뉴스미디어

뉴스미디어

'지금 당장' 아닌 장기적 대책 마련 시급
작성자 최** 작성일 2013-11-03 조회수 1989

실내온도규제 운영 해법은

◆국민의 전력과소비가 부른 참극이다?

정부에서는 매년 전력난이 올 때마다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국민들에게 “이번 여름(겨울)만...”하며 국민들의 절약을 촉구해왔다. 그렇다면 전력난은 정말 국민들의 과소비로 인해 생긴 것일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실시한 자료조사에 따르면 심각한 수준의 전력 공급부족이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1인당 전력 소비는 OECD 평균보다 15% 더 많다. 하지만 전력 소비보다 심각한 문제는 전력설비예비율이다. 전력설비예비율이란 최대전력수요와 해당 시점의 전력설비용량의 차이를 최대 수요로 나눈 것으로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공급량이 충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력 보릿고개를 겪는 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 이유는 한국의 전력설비예비율이 5~6%로 OECD국가 중 최하위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전력설비예비율이 30~4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그 뿐만 아니라 기업용 전기가 전기수요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전력난을 더욱 부추겼다. KEPCO(한국전력공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7곳의 전력사용처 중에서 산업용 전기는 60,769,083kW(전체 소비전력의 46%)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주택용 전기 8,270,221kW(전체 소비전력의 6%)의 16배를 능가하는 전력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낮은 전기요금 정책도 한몫했다. 전기 적정가격과 비교하면 턱없이 싼 전기가격을 매겼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 가격은 일반 전기의 80% 가격인데 반해 기업용 전기는 가정용 전기보다 15% 더 저렴한 일반 전기의 68%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이는 자국 기업들이 타국 기업과의 가격경쟁에서 우세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이 기업들의 전력과소비를 불러 그 부담을 국가가 떠안게 됐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전력 가격을 쉽게 높이지 못하는 것은 정치논리 때문이다. 전기요금에 대한 정책은 에너지정책 수단보다는 물가관리, 소득 재분배, 저소득층 보호 등의 정치적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이는 전력공급의 효율성과 전기가격의 유동성을 낮췄고, 지금과 같은 전력난을 발생시켰다.

 

◆전력공급이 전력소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에너지가격의 변화를 보면 등유 가격은 140%, 도시가스 가격은 60% 상승했지만, 전력요금은 21% 상승했다. 값싼 전기세에 에너지 수요가 전기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실제로 10년간 전기수요가 70%나 증가했지만, 등유 수요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도시가스와 등유를 사용하던 곳도 전기를 주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등 전기화 현상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전기화 현상을 기점으로 정부의 수요예측과 에너지 경제연구원의 조사가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전력수요량을 정부에서는 4.6%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조사결과 실제 전력소비증가율은 6%를 넘긴 것이다. 수요예측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토대로 발전설비를 계획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는 매년 반복되는 전력공급의 부족으로 이어졌다.

 

◆원자력 발전소를 대체할 발전소는 없나?

올해 가동중단 된 원자력발전소 10기 중 4기는 정비를 위해 가동중단이 예정돼 있었지만, 나머지 6기의 가동 중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위조 부품사태’로 인해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정지했고, 한울4호기와 월성1호기, 한빛3호기는 증기 발생기 세관 결함, 설계수명 완료, 제어봉 균열 등의 이유로 정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이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잦은 사고들이 국민의 불안 심리를 일깨웠다. 전력공급을 담당해야 하는 정부가 스스로 무덤을 판 격이다.

그렇다면 원자력 발전소의 타격을 다른 종류의 발전소에서 대체할 수 없었을까? 풍력·수력·태양열 발전소는 우리나라의 지형에 맞지 않아 타국보다 현저히 낮은 비율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심지어 가장 대표적인 화력발전소는 발전설비제안서 검토를 소홀히 한 탓에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구조개편 이후 발전설비의 민영화를 시도했다. 한국전력공사는 민간 발전사에 과도한 이익을 주었고, 이에 재벌 민자발전사가 현실성 없는 발전설비제안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에서는 검토를 소홀히 해 대부분의 제안서를 통과시켰다.

그 결과 포기한 발전설비 용량이 총 발전설비 용량의 10.2%에 달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10~2013년 건설 예정인 민간발전설비의 82%가 취소 또는 지연됐다. 이에 대해 한국 발전 산업 노동조합에서는 “전력산업 구조 개편 이전 한전 체제에서는 설비 예비율이 15%를 유지해 왔지만, 구조개편 이후 상당수 민자 발전의 건설 취소와 지연 등으로 설비 예비율이 점점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매 여름과 겨울, 전력난이 심해질 때마다 정부에선 대책을 구상·발표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방안들은 전부 비슷비슷하다. 올여름 발표된 ‘실내온도규제방안’은 지난 2008년 발표된 ‘에너지 절감대책’과 흡사하다. ‘에너지 절감 대책’이 여름 최저온도 26도 이상?겨울 최고온도 20도 이하로 규정, 공공기관?민간업무용시설?주거판매시설 3단계의 점진적인 규제방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른 부분을 꼽자면 사생활침해라며 비판받았던 ‘주거시설에 대한 규제’가 강제성을 잃은 것뿐이다.

매년 복사?붙여 넣기 식으로 반복되는 정부의 뒷북치기식 규제방안으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뒷수습을 떠나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땅에 떨어진 원자력 발전소의 인식을 끌어 올리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전력 수요예측과 그에 맞는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업무효율만 저하시키는 현실과 동떨어진 실내온도규제는 버리고 현실에 입각한 규제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낮은 수준의 전력절감대책이 아닌 높은 수준의 마스터플랜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