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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 호러영화
작성자 박********* 작성일 2012-05-18 조회수 5113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 호러영화

이전엔 여름이면 극장가엔 호러영화가 개봉러시를 이뤘지만 요즘은 우리나라 기후변화마냥 시도 때도 없이 호러영화가 개봉된다. 호러영화는 관객에게 공포감을 안겨주는 ‘무서운 영화’를 일컫는다. <드라큘라> 같은 고전적 스릴러에서 박찬욱의 <박쥐>에 이르는 다양한 서브장르가 존재하는 것이 호러영화이다.

기본적으로 영화팬들이 극장을 찾아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영화적 재미를 만끽하기 위해서이다. 호러영화는 팝콘을 먹으면서 맘껏 소리를 지르며 짧은 시간 내에 최고조의 긴장감을 느끼고 마지막엔 살아남았다는 생존의 희열을 느끼며 밝은 세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간접경험의 특징이 있다.

뤼미에르 형제의 초기영화 가운데 플랫폼으로 흰 연기를 뿜으며 들어오는 기차에 관객들이 혼비백산한 것이 아마도 첫 번째 영화의 ‘호러감’이었을 것이다. 생활에 실재하는 사물들이 영화적 마술을 거치면서 관객에겐 또 다른 즐거움-공포심-을 안겨준 것이다. 의학의 발달은 신의 존재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졌고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이 등장한다. 중세기적 공포는 드라큘라의 흡혈의식으로 스크린에서 매번 되살아난다. 고전적인 공포심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히치콕 스릴러는 누명쓴 남자가 끝없이 쫓기면서 겪게되는 심리호러물의 장르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공포감을 자아내는 철학적이나 존재론적 두려움의 문제는 퇴색되고 킹콩이나, 죠스, 나아가 쥬라기 공원에 이르기까지 몬스터 등장영화가 여름용 박스오피스를 호령하는 호러영화의 본령이 되었다. 그런 대중적 호러영화 외에 어두운 한쪽 구석에선 본격적으로 피범벅과 귀청을 찢는 비명의 시대에 들어선다.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복제되는 좀비물, 전기톱을 든 연쇄살인범이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는 슬래셔 무비나 기니아피그 류의 스플래터 필름이 하드고어라는 명목으로 영화목록의 한 장을 채우며 인간본성의 잔혹성에 대해 끝없이 천착한다. 미국의 호러영화는 <스크림> 같은 하이틴 비명극에서 <쥬라기 공원> 스타일의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하다. 일본이나 태국은 독특한 소재와 꼼꼼한 관찰로 관객에게 남다른 공포심을 안겨주는 저예산 호러영화로 유명하다. 홍콩은 중국인의 사후세계에 대한 인식이 투영된 강시영화나 영환도사 시리즈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국의 호러물은 기본적으로 한 맺힌 영혼의 복수에 초점을 맞춰왔다. 소복 입은 귀신의 등장이 인상적인 <월하의 공동묘지>, 계모의 괴롭힘에 대한 현대적 심리해석이 가능한 <장화홍련>이 있으며, 월남전의 악몽을 다룬 <알 포인트>, 학교문제를 다룬 <여고괴담>까지 소재와 표현의 폭을 꾸준히 넓혀왔다.

호러영화의 상위 개념으로 스릴러의 대표작으로는 인도태생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 센스>를 들 수 있겠다. 이 영화는 구천을 떠도는 죽은 자를 볼 수 있는 저주받은 능력을 가진 한 소년 할리 조엘 오스몬트과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는 불쌍한 의사 브루스 윌리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묘사한다. 관객들은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상황에 대한 공포심이 깊어지고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모든 비밀의 실마리를 알게 된다. 그런데 그런 결정적 비밀을 알고 보더라도 이 영화를 두 번보고, 세 번 봐도 볼 때마다 그 디테일한 공포감에 놀라게 된다.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보면 갑자기 한기를 느끼고 하얀 입김이 나오는 순간 원초적 공포감의 순간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무더운 한여름 밤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정말 무서운 영화 한편 보는 것이 어떨까. 닫힌 공간에서 심연의 공포감이 스멀스멀 밀려드는 그런 무서움 말이다. (박재환)